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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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치매약으로 쓰이고 있는 아세틸엘카르니틴의 ‘일차적 퇴행성 질환’ 적응증이 다음달 삭제된다. 이에 따라 대체 약물로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 약의 효과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쪽에선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지만 일부에선 대안없는 비판이야 말로 환자들에게 피해를 고스란히 전가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확실한 임상데이터가 확보되지 않는 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최근 글리아티린의 국내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종근당이 이탈리아 카멜리노대학 아멘타 교수를 한국으로 불러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중간 임상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는 그동안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임상적 유용성을 두고 말이 많았던 데다 기등재약 재평가 대상에 이름이 오르 내리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분위기를 전환해 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먼저 이날 아멘타 교수가 발표한 임상 중간 결과(뇌손상과 알츠하이머병을 동반한 59~93세의 환자 대상)를 보면, 콜린알포세레이트를 병용한 환자들은 도네페질만 단독 투여한 환자보다 인지기능 평가지수인 MMSE와 알츠하이머병의 악화를 의미하는 ADAS-cog 점수 모두 괜찮은 성적을 받았다.

일상생활 수행능력 및 도구사용능력(BADL, IADL) 역시 병용 환자들이 단독 투여군 대비 증상 악화 지연에 더 효과적이었다. 또 환자의 신경정신학적 증상의 중증도를 반영하는 NPI-F와 보호자의 스트레스를 반영하는 NPI-D 측정값도 병용 투여군이 우수했다.

이 임상 결과만 놓고 보면 콜린알포세레이트의 병용투여는 치매 환자에 대한 효과에서 일단 합격점이다.

그런데 문제는 치매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치료 효과 부분.

현재 국내 의료 현장에서는 치매 환자 보다 노령층의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 콜린알포세레이트가 더 많이 처방되고 있다. 하지만 치매의 전조 증상 중 하나인 경도인지장애가 치매로 발전하는 경우는 10~16%(1년 기준)에 불과하다는 게 의료계 중론이다. 상당수 환자는 치매의 전조 증상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경도인지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때문에 이번 아스코말바(ASCOMALVA) 임상 연구만을 가지고 치매 예방 차원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처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일정 부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경도인지장애 개선제의 허가 근거로 활용된 임상 연구 대부분은 30~40년 전인 80~90년대에 진행됐다. 이 중 최근 임상의 최소 기준인 이중맹검으로 실시된 연구는 단 한 건도 없다.

게다가 임상에 참여한 인원마저 40~59명, 기간은 15~90일에 불과한 데다 이 중 일부 임상은 경구제가 아닌 주사제의 효능 입증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신뢰성을 담보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콜린알포세레이트에 막대한 건보재정을 투입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때문에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에게 치료나 예방 효과가 있는 것처럼 환상을 심어 주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것.

또 정부가 사실상 의료진들에게 치매 치료에 대한 전권을 부여하고 있는데, 질환 특성상 약에 집중하기 보다는 돌봄서비스와 같은 지역사회와 연계한 프로그램과 인프라 구축에 건보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생산적이라는 주장이다.

한 약사단체 관계자는 “알츠하이머 환자에 콜린알포세레이트 처방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약이 과학적 근거없이 치매 환자가 아닌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까지도 광범위하게 처방되고 있는지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며 “미국 FDA과 유럽 EMA에서는 전문약으로 인정받지 못해 건기식으로만 생산되는 것을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 애지중지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반면 의료계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최근 재평가 이슈 때문인지 개인적으로 의견을 내는 데는 주저했지만 그동안 축적된 처방 경험을 돌아봤을 때 충분히 전문약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임상 연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에 출시된 지 20여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의료진들이 꾸준히 처방을 내리고 있다는 것은 치료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치매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A의사는 “정부가 치매 조기 발견과 치료에 대해 강조하면서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재평가 대상에 포함시키려는 이중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전문약에서 제외될 경우 사실상 치매 고위험군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약물이 없다”면서 “임상 현장에서 효과성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의료진의 처방 경험을 무시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효능‧효과가 탁월하지 않다고 해서 대안없이 무조건 배제해 버리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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