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31일 자정 무렵이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단체 간의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협상이 한창 진행된다. 빠르면 자정을 기점으로 한 두곳 협상 윤곽이 보이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 해도 너무한 협상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버티기식, 깜깜이식, 소모전에 그치는 협상을 이제는 그만하자고 외친지 수년째. 올해는 제도발전협의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수가협상 연구, 절차까지 바뀌는 듯 했다. 마지막 날 협상도 이른 아침이 아닌 오후 3시부터 시작되면서 이제는 합리적인 협상을 하는가 싶었던 것은 역시나 착각이었다.

이례적으로 공급자단체와 실무진 상견례 일정까지 언론에 공개하며 상호 조율을 해온 듯 했던 공단은 마지막 날 전혀 다른 태도로 협상에 임했다.

31일 5개 의약단체와 한차례 협상(3차)을 마친 후 예정된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가 한시간 지연된 것이 그 징조였을까. 4차 협상은 10시가 다되서야 시작됐다. 단체별로 짧게는 2분, 길어봤자 5분.

그후 또 다시 재정운영위 회의가 있었고 세 시간이 지났을까. 1시 15분부터 공식적인 5차 협상이 진행됐다. 역시나 4분에서 1분 사이 초간단 협상이 이뤄졌다. 이날 공급자단체는 오후에 있었던 협상에서 조금 발언을 했을 뿐, 그 이후 어떤 말도 언론에 표출하지 않았다. 못했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까. 공단과 이렇다 할 이야기를 나눌 새도 없이 자리를 나왔으니 뭔들 할 말이 있겠는가.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수가협상은 엄연히 국민건강보험법 제45조(요양급여비용의 산정) 및 동법 시행령 제21조(계약의 내용)에 의해 보험자와 공급자가 계약방식으로 수가를 결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때문에 수가는 1년 단위로 계약하되, 계약은 그 직전 계약만료일이 속하는 연도의 5월 31일까지 체결해야 한다고 분명히 명시돼 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협상과정에서 일부 지연되는 부분은 협상장 안에서 발생한 일이라는 전제로 해서 인정이 돼 왔다. 행정해석상 그렇게 용인이 돼 왔다. 그래서 2017년에는 새벽 4시반에 협상이 종료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정도도 지나쳤다. 새벽 5시 50분이 되서야 병협이 첫 협상타결을 했다.

소모적인 협상은 하지않겠다던 공단의 말이 무색했고, 벤딩이 적어서 어찌할 수 없다는 공단의 사과도 해프닝이 됐다. 높은 진료비 증가로 협상 결렬까지 우려됐던 병협이 가장 먼저 타결했다.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했던가. 이번 협상을 두고 다른 공급자단체는 들러리에 불과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모두가 6차 협상을 끝내고 공단을 기다리는 동안 병협만 4번의 협상을 더했고 가장 먼저 합의를 봤다. 병원에 주고 난 뒤 남은 파이를 나눠서 배분한 것이다. 타 공급자들은 협상에 대한 매너가 없다는 볼멘소리부터, 지연이 되면 그 이유라도 이야기를 해줘야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다. 그 어떤 설명과 상의도 없이 무작정 기다리게 만든 것이 과연 필수불가결한 협상방식일까. 재정운영위원회와 공급자 사이에서 최선의 합의점을 가져오기 위한 고도의 협상방식이었다고 한들, 밤새 공단 건물에서 갇히다 시피 기다리게 한 수많은 공급자들의 분노를 식힐 수 있을까.

협상이라는 말이 너무도 어울리지 않은 수가협상. 6월 1일 오전 6시 지금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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