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케이주의 허가가 취소된 가운데 식약처가 내놓은 환자안전관리대책을 향해 시민단체와 환자들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식약처와 코오롱 측의 ‘책임’ 떠넘기기‘로 애꿎은 환자들의 한숨은 더욱 늘고 있는 모양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8일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인보사케이주 2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됐고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했던 자료가 허위로 밝혀졌다는 이유에서다.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한 형사 고발조치를 예고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의 ‘죄질’은 상당히 무거운 수준이다.

실제로 코오롱생명과학은 허가 당시 허위자료를 제출했고 허가 전 추가로 확인된 사실을 숨기고 제출하지 않았다.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이유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코오롱 측이 세계 최초 유전자 치료제를 빙자한 ‘의약품 사기극’ 논란에 휘말린 것.

문제는 식약처가 이날 함께 발표한 환자안전관리대책에서 코오롱의 그림자가 짙게 남아있었다는 점이다.

식약처는 “인보사의 부작용을 대비하기 위해 전체 투여환자(438개 병·의원 3,707건 투여)에 대한 특별관리와 15년간 장기 추적조사를 추진중”이라며 “코오롱생명과학으로 하여금 모든 투여환자에 대해 병의원을 방문해 문진을 실시하게 하고, 혈액 및 관절강에서의 유전자 검사로 이상반응 여부를 조사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는 식약처가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 고발하면서도, 환자들을 위한 장기 추적조사의 주체를 또 다시 ‘코오롱’으로 명시한 것이다. 지난 4월 15일 식약처가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환자 추적 관리를 위한 ‘1단계 조사 주체’로 코오롱생명과학을 지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환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는 까닭이다.

인보사 환자 A 씨는 “15년 동안 코오롱을 어떻게 믿나”며 “식약처가 거짓말을 밥먹듯이 해온 코오롱에게 장기 추적조사를 맡긴 것 자체가 난센스다. 나중에 코오롱이 책임을 못지고 도망가면 관리를 받을 곳도 없다. 15년이 지나도 코오롱 측이 내놓은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코오롱 측이 장기 추적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해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식약처는 요지부동이다. ‘인보사 사태’의 1차적 책임이 코오롱 측에 있기 때문에 조사 주체로 포함시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 것.

식약처 바이오의약품품질관리과 최승진 과장은 이날 팜뉴스와의 통화에서 “코오롱이 인보사를 제조해서 판매했기 때문에 조사 책임을 맡긴 것”이라며 “식약처는 환자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 때문에 일단 코오롱을 통해 환자들이 의약품안전관리원에 개인정보를 등록하라고 지시했다. 등록이 되면 식약처가 환자들의 상태 파악은 물론 개별 안내도 수월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코오롱의 역할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식약처가 ‘면피성’ 해명을 했다‘고 지적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무책임한 발언이다”며 “식약처가 인보사에 대한 시판허가를 내준 당사자인데 제3의 기관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기업이 허위 자료를 제출해 시판을 해줬고 문제가 발생하면 기업이 먼저 책임지란 논리인데 그런 국가기관이 세상에 어디 있나. 환자들에 대한 장기 추적 조사가 학술조사위원회를 따로 꾸려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최 과장은 “의약품에 문제가 생겼다고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질 수는 없다”면서 “코오롱이 장기 추적 조사의 주체인 것은 맞지만 코오롱에 맡겨놓고 식약처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약사 사회에서도 식약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이동근 팀장은 “의약품에 문제가 생기면 15년 동안 장기추적조사를 하는 것은 미국하고 유럽에선 일반적이다”며 “식약처가 환자들을 특별 관리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코오롱이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일반적인 장기추적 조사와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데 계속 코오롱에 맡기고 있다. 코오롱이 경영상 문제가 생기면 환자들은 누가 관리하나”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코오롱생명과학은 최근 인보사 쇼크로 존폐 위기에 내몰렸다.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로 수출계약을 체결한 해외 파트너사들의 계약해지는 물론 환자들의 집단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주들은 허위 공시를 근거로 집단 소송도 불사할 조짐이다. 코오롱측이 약속한 약 800억 이상의 장기추적 조사 비용도 남아있다. 제약 업계에서 코오롱 측이 330억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지켜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들리는 배경이다.

때문에 환자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의 환자 A 씨는 “코오롱도 식약처도 믿을 수 없다”며 “코오롱이 도산하면 속수무책이다. 3달 전, 유전자치료제라고 믿고 막대한 비용을 주고 맞았는데 효과는 없고 통증만 계속되고 있다. 식약처가 최소한 이번 대책에서 환불이나 보상에 대한 안내를 했어야 했다. 통탄할 노릇이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서는 보상 문제를 검토하지 않았다. 식약처가 코오롱과 협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다만, 코오롱이 망하면 국가가 장기추적조사를 위한 비용을 지불하고 차후에 코오롱 그룹 측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