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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마이데이터 사업, ‘의료민영화’ 단초 제공하나
정부 마이데이터 사업, ‘의료민영화’ 단초 제공하나
  • 최선재 기자
  • 승인 2019.05.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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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참여, 개인의료정보 유출 우려…국회·시민단체 한목소리 비판
문서 달랑 한장 식 형식적 절차…“제대로 만들어진 동의절차 확보부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마이데이터(MyData) 사업'에 삼성화재가 참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를 중심으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 관련 시민단체에서도 의료 민영화 가능성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다.

과기부는 16일 ‘마이데이터’ 사업의 추진 계획을 밝혔다. ‘마이데이터’는 국민들이 본인정보를 직접 내려 받거나 동의하에 제3자에게 제공해 다양한 분야의 개인데이터 활용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정부 사업이다.

공모 절차를 거쳐 사업 과제는 총 8개로 결정됐다. 특히 서울대병원은 'MyHeath Data 플랫폼 및 서비스 실증’이란 이름의 의료 관련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과기부 측은 “환자가 동의한 개인 의료정보에 대한 교류 플랫폼 개발과 라이프로그 데이터와 융합해 개인 맞춤 코칭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사업의 참여기관으로 민간보험사인 ‘삼성화재’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국회에서 개인의료정보의 유출 가능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이유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20일 "과기부 사업에서 본인동의 절차가 형식적인 것에 그칠 확률이 높다"며 "이에 따라 밝히고 싶지 않은 개인 병력·질환이 유출되고, 한 번 유출된 의료정보가 지속적으로 유통될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윤소하 의원실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상 본인이 활용을 동의하면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며 “하지만 어떤 동의절차를 거치느냐가 중요하다. 문서 달랑 한 장으로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서 민감보험사에게 대량의 환자의료정보가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 병원과 민간보험사에 환자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의 목적은 병원의 건강검진결과를 개인이 내려 받아 민간 스마트폰 헬스 앱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가 동의하지 않은 유전질환 등의 핵심 질병 정보까지 민간보험사, 제약사 등에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이 윤소하 의원 측의 의견이다.

때문에 의료정보의 ‘상업적 이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윤소하 의원실 관계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공공기관에서도 국민들의 의료정보가 새어나간 사례가 있다”며 “더구나 민간보험사에 환자의료정보가 흘러가게 되면 이것을 이용해 돈벌이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정춘숙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 10월 심평원이 2014년 7월부터 2017년 8월까지 8개 민간보험사 및 2개 민간보험연구기관에게 보험료 산출과 보험상품개발 등을 위해 요청한 ‘표본 데이터셋’을 판매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횟수로는 총 52건, 대상자는 6,420만명분에 해당하는 양이었다. 공공기관이 필요이상의 비식별정보를 보험사에게 제공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의료 관련 시민단체는 보험사들의 의료정보 활용으로 환자들이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통해 보험사가 환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일괄동의를 받으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 명분이 사라진다”며 “보험사가 사업을 통해 넘어온 유전질환 같은 핵심정보를 쥐고 보험금 청구를 거절할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업이 ‘의료 민영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윤소하 의원실 관계자는 “민간사업자가 병원에 집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병원에 오는 환자들에게 정보에 대한 활용 동의 여부를 묻겠다는 뜻인데 지금까지 누적된 데이터를 오남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자의료정보가 민간시장으로 흘러가면 병원, 보험사, 제약사에게는 유리하다.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라며 “개인정보는 한 번 유출되면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 정부가 데이터 사업을 명분으로 의료 민영화의 빗장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자의료정보의 민간시장 개방이 의료 공공성을 무너뜨리는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앞서의 무상의료운동본부 관계자 역시 “의료영리화로 진행될 것이 분명하다”며 “기존의 의료민영화 개념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민간영역이 비가역적 재화인 건강정보를 가공해서 수익창출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과기부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과기부 융합신산업과 관계자는 “우리가 민간보험사를 불러들인 것이 아니다”며 “서울대병원에서 자발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삼성화재가 들어왔다. 게다가 보험금 청구 간소화 서비스 모델로 들어왔기 때문에 환자개인정보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현행법으로 처벌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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