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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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제약사들이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투자비율을 연결기준이 아닌 별도기준을 적용하는 등 자사에게 유리한 방법으로 공시 작성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자체만으로 공시를 위반했다거나 틀린 내용은 아니지만 각 기업 간 비교가능성을 훼손할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4일 팜뉴스는 2019년 1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한 상장제약사의 연구개발비(R&D)를 확인한 결과, 일부 기업들이 작성 기준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유리한 쪽, 즉 ‘별도기준’으로 R&D 투자비율을 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대부분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연결기준으로 R&D 투자비율을 공시하고 있었다. 기업에 따라서는 별도기준으로 작성하거나 두 기준 모두 적용해 공시했다.

다만 유유제약, 광동제약, 대웅제약, 삼일제약, 신신제약, 동아에스티, 안국약품 등은 별도와 연결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표시하지 않은 채 R&D 투자비율을 기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유·광동·대웅은 개별기준으로 작성하고 있었으며 삼일·신신·안국·동아는 연결기준을 이용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율’을 개별기준으로 작성한 3곳의 경우 연결기준을 이용해 공시했을 때보다 최대 1.3%까지 R&D 비율이 높여져 왔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별도기준의 매출액은 연결기준의 매출보다 작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별도기준을 이용한 곳의 연구개발비율이 당연히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경쟁사와 비교할 때 R&D 투자성향 측면에서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 준 셈이다.

한편 표기 방법에 있어서도 휴젤·에스티팜 등 다수의 제약사들은 정부보조금을 기호로 차감 구분표시해야 하는데 이를 명확히 하지 않았고 연구개발비율의 산정에 있어서도 정부보조금의 포함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또 신풍제약은 당국이 제시한 공시 표준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본지가 60개사에 대한 분기보고서 분석 과정에서 발견한 것에 불과해 전체 제약바이오업체로 조사를 확대할 경우 그 차이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 오류 투성 회계자료 믿어도 되나...금융당국 “개별확인 어렵다”

지난 23일자 본지 단독보도를 통해 드러난 차바이오텍, 아이큐어, 애니젠, 동성제약 등 오류에 해당하는 공시를 게재한 이들 기업들의 경우 회사측에서 이를 자체적으로 확인해 수정 공고하지 않는 한 정확한 투자액 등 정보를 알기가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만약 회계기준에서 최소로 요구하는 공시내용을 누락한 경우 회계기준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회사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 하락으로 번질 수 있다.

실제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초 콜옵션 공시 누락 사례는 검찰에 기소될 만큼 중대한 회계위반으로 꼽히고 있다.

제약바이오업종의 경우 자본시장에서 대표적인 고위험·고수익 분야로 인식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분야인만큼 잘못된 회계처리는 주가의 급상승, 변동성 확대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지난해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나서서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방식에 대한 지침 및 감독지침까지 내놓으면서 회계의 신뢰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실제 금융당국은 지난 3일 제약바이오업종 연구개발비 실태 점검을 실시하고 개발비를 자산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점차 감소하는 등 공시수준이 개선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면서 기업의 회계 투명성 신뢰 확보가 투자자 보호 및 효율적인 자원배분에 기여해 제약·바이오 산업의 건전한 발전에 토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이번 사례처럼 회계상 단순 기재 오류 및 착오오류, 표기 표준화 등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점검 시스템이나 모니터링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공시자료 자체에 대한 실효성 논란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스스로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상당수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정작 이를 점검하는 시스템은 없다”며 “오류가 수정·보완되지 않는다면 정확하게 자료를 제출한 기업이 손해를 볼 수 있다. 전체적인 산업시장에 대한 데이터 자체마저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개별 기업이 알아서 재무제표에 맞게 공시를 해야지 우리가 개별 기업을 다 (모니터링)할 수 없지 않겠냐”면서 “지난해에는 제약바이오업계의 개발비 회계처리에 대해 지침을 만들고 했지만 그 외에 특정 업종에 대해서 (회계기준을) 다 보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다만 금감원 측은 新 외감법 도입에 따라 회계에 대한 사전적 감독체제로 전환하고 감리 전단계로 재무제표를 심사해 회계 오류를 신속하게 정정하는 재무제표 심사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제약바이오업계의 회계감독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으로 모아지고 있다.

≫ 업계, 현실과 다른 회계처리 기준 답답…정부 연구결과 해답줄까

무엇보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회계처리 기준이 바이오산업계의 현실에 맞지 않아 별도의 회계처리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현재 제조업기반의 회계처리 기준이 바이오산업의 특성이 반영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계 오류의 원인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바이오산업에 대한 회계사의 이해도가 낮은 것도 문제다”며 “무엇보다 바이오기업을 기존의 제조업기준의 산업가치로 평가를 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회계기준원은 최근 ‘제약·바이오업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에 대한 주석 공시의 정보효과’에 대해 위탁연구를 실시, 빠르면 오는 8월경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연구를 맡은 경북대학교 경영학부 박선영 교수는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모범사례에 대한 연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의 공시 정보효과를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기업들이 정부가 권유한 모범사례 공시를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틀렸다고 말 할 수는 없다. 종전의 연구개발 활동내역이 기업의 명확한 공시를 돕기 위해 표준화 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R&D는 기업 내부의 기밀 사항도 많고 자산화 기준의 재검토 등 요구 되는 부분이 있어 새로운 주석 공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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