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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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혈소판감소증 환자들의 목소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중심으로 퍼지는 모양새다. 환자들이 신약에 대한 급여 조건을 완화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보건당국이 최근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눈길이 쏠리고 있다.

면역혈소판감소증(Immune Thrombocytopenia, 이하 ITP)은 면역체계가 혈소판을 이물질로 인식해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혈소판은 혈액이 적절히 응고되도록 하는 혈액세포지만 자가면역 반응으로 혈소판이 파괴되면 잦은 출혈로 피부에 멍이 생기거나 지혈이 쉽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내과 의사는 “혈소판은 반창고 역할을 한다. 혈관이 터져도 금방 피가 멎고 피부가 멍이 들지 않는 것은 혈소판 덕분이다”며 “면역혈소판감소증 환자들은 혈소판 수치가 극히 낮다. 문을 지나치다가 살짝 부딪혀도 멍이 들고 가만히 있어도 뇌출혈이 올 수 있는 위험한 희귀질환이다”라고 설명했다.

정상인의 혈소판 수치는 15만~45만/μL이다. 하지만 면역혈소판감소증 환자는 10만/μL 이하다. 혈소판 수치가 낮아질수록 출혈 가능성이 올라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한 해에만 8,673명의 환자가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으로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서 면역혈소판감소증이 화두에 오른 이유가 뭘까.

최근 청원자 A 씨는 “ITP는 뚜렷한 치료제가 없다”면서 “1차 치료로 면역을 억제해 혈소판 파괴를 줄이기 위한 고용량의 스테로이드 처방이 있지만 당뇨, 고혈압, 백내장, 골다공증 등 부작용으로 장기 복용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차치료로는 비장절제술이 있지만 완치율도 낮은데다 비장제거로 인한 면역저하 때문에 패혈증 등 중증 질환 위험도가 높아 환자들의 기피도가 높다”며 “이런 상황에서 최근 기존의 면역을 억제하는 기전이 아닌 혈소판 생성을 촉진하는 신약이 출시됐지만 현재 환자에게 가혹한 급여 조건을 지니고 있다‘고 읍소했다.

청원자가 언급한 신약은 노바티스의 '레볼레이드(엘트롬보팍올라민)'다. 보건복지부 2016년 고시에 따르면, 레볼레이드의 투여 대상은 만성 면역성(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 환자로 코르티코스테로이드(corticosteroid)와 면역글로불린(immunoglobulin)에 불응인 비장절제 환자나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 면역글로불린에 불응인 비장절제술이 의학적 금기인 환자다.

투여 조건은 혈소판 수치가 20000/uL 이하다. 혈소판수 20000~30000/uL 이더라도 임상적 의의가 있는 출혈(중추신경계질환, 위장관출혈, 안출혈 등)이 있는 경우 투여가 가능하고 치료당 최대 6개월까지 급여가 인정된다.

하지만 급여 조건에 해당하지 않은 환자는 한달에 최소 100만원 이상의 약값을 지불해야 한다. ‘비장절제술’이 급여 문턱을 높아지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청원뿐 아니라 환자 가족 사이에서도 비장절제가 레볼레이드의 급여 조건인 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면역혈소판감소증 환자의 보호자 B 씨는 “비장은 중요한 면역기관이다”며 “비장을 절제하면 혈소판을 죽일 곳이 없어서 혈소판 수치가 조금 올라가지만 비장을 뗀다고 해도 완치되는 비율이 낮다. 돈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비장을 떼어내지 않고 레볼레이드로 일정정도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희귀질환에 대해 환자들이 여러 무기들을 쓸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비장절제술을 요구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급여 정책”이라며 “심지어 급여도 6개월로 한정적일뿐더러 환자들은 레볼레이드를 복용하기 위해 월 100만원 이상을 평생동안 지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계에서도 비장절제술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의 의사 역시 “혈소판이 계속 깨지면 비장의 ‘필터링’ 작용으로 비장 크기가 커지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비장을 절제하면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원인제거는 어렵기 때문에 제거하고도 낫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추천자 수가 21일 현재 3000명을 돌파한 가운데 레볼레이드에 대한 급여 정책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국민 청원 내용을 알고 있다”며 “레볼레이드 가 2016년 당시 급여화됐을 때에 비해 상황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급여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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