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침체기를 벗어나기 위한 국내 대형 제약사들의 행보가 제각각이다. 당장의 매출 하락을 견뎌서라도 전폭적으로 R&D에 투자를 하는 반면, 영업이익에 집중해 몸집부터 불리는 제약사도 있다.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는 제약사들이 매년 수익의 상당액을 R&D에 쏟아 붓는 해외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17일 팜뉴스는 2019년도 1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한 상장제약사 상위 70곳의 R&D 지출현황을 분석했다.

올해 들어 이들 70개 제약사가 R&D에 지출한 비용은 총 4,186억9,900만원으로 단순 평균치로만 보면 1곳당 7억7,900만원을 지출했다. 전체 매출액 4조6,478억7,400만원 중에서 6.62%만 R&D에 투자한 셈이다.

지난 한해 70개사가 지출한 R&D 비용은 매출의 8.01%, 2017년에는 7.79%라고 볼 때 올 1분기라고 해서 R&D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비슷한 매출액, R&D 투자 비중은 10배 차

왜 그럴까. 이는 제약사들이 R&D에 투자하는 정도는 정작 매출과 관계없이 기업 자체적으로 우선순위가 무엇이냐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유한양행과 광동제약이다. 국내 매출 1위 유한양행은 올 1분기 매출액 3,450억원 중 9.95%인 343억원을 지출한데 비해, 2위인 광동제약은 2,940억원 중 단 1.1%인 32억원만 R&D에 투자했다.

역으로 매출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해서 R&D 투자까지 적게 하는 것도 아니다. 매출만으로는 70개사 중 62위인 메디포스트가 수익의 17.7%를 R&D에 쏟았고 당기순 이익 흑자를 기록한 것.

이처럼 매출액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해 신약개발에 적극성을 보인 곳은 단 16개사, 전체의 22.8%에 불과하다. 그나마 5%~10% 미만의 비용을 투입해서라도 발전을 꾀하는 곳이 21개사(30%)로, 거의 절반에 달하는 33개소(47%)는 4%대부터 0%에 가까운 미미한 금액을 R&D라는 명목으로 지출하고 있었다.

1분기 매출 순위를 떠나 가장 많은 비용을 연구개발에 투입하는 국내 제약사는 한미약품. 회사는 올 들어서만 592억5,700만원을 지출했고 이는 매출의 21.58% 비중이다. 2017년에 지출한 연구개발비 비율 18.6%에서 이듬해 19%로 증가한 만큼 올해 전체 R&D 지출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한미보다는 다소 적은 550억940만원을 지출했지만, 회사 전체 매출에서 24.85%를 투자해 국내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 하지만 영업이익 하락으로 인한 매출액 감소라는 현실에 부딪쳤는지, 지난해(29%)보다는 투자비율이 다소 줄었다.

이어 유한양행(9.95%), 녹십자와 대웅제약(11.7%), 종근당(13%)이 300억원대 비용을 투자했고, 동아에스티(11.1%) 158억원, 일동제약(9.2%) 118억원을 지출했다.

이중 유한양행은 2017년 7%대 투자에서 10%에 육박하게 R&D투자를 늘려 타 상위 기업의 10% 수준을 따라가고 있다.

 

≫ 작지만 강단있는 중견사, 매출 적자에도 투자비율 높이기도

매출이 1,000억 미만인 중견사 중에서 전투적으로 R&D 시장 따라잡기에 나선 제약사도 눈에 띈다.

휴젤은 자체 매출의 15.9%를 연구에 쏟았는데 2017년 4% 투자 이후 이듬해 8%로 지출을 늘리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R&D 투자 대비 영업이익 감소로 매출은 적자를 기록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경영진의 적극적인 의지가 돋보인다.

메디톡스도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 전체 수입의 14.5%를 투자했고 2017년 11% 이후 그 비중은 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R&D투자 비율을 늘려도 제약사마다 매출 순익은 달랐다는 것인데, 결국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R&D투자를 위해 영업이익 등에 대한 전략을 잘 수립하는 것이 승패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상당한 매출 수익을 내고서도 R&D 투자를 하지 않는 제약사도 적지 않다.

앞서 언급한 광동제약을 비롯해 제일약품(3.3%), 동국제약(3.46%), 콜마비엔에이치(1.7%), JW생명과학(1.99%), 대한약품(0.3%), 명문제약(0.62%) 등 모두 나열하기에는 너무 많다. 이들 기업들의 공통점은 예나 지금이나 R&D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것.

≫ 존슨앤존슨 등 해외 제약사 7개사, R&D 비용만 1분기 16조원

제약산업 강국인 해외 유명 제약사들은 높은 매출액 만큼 신약 개발을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 게 전반적인 흐름이다.

팜뉴스가 미국 SEC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존슨앤존슨을 비롯한 화이자, 노바티스, 머크, 애브비, GSK, 길리어드 등 7개사는 2019년 1분기에만 R&D에 총 16조7,400억원을 지출했다. 이들의 1분기 총 매출 97조1,700억원 중 17%에 달하는 금액이다.

단순 비용만 놓고 보면 국내와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금액이지만, 제약사 개별적으로 보면 최소 13%에서 많게는 20%까지 1분기에 신약 개발 등에 많은 비용을 쏟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에는 애브비가 자사 매출의 32.8%에 달하는 12조7,9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많게는 존슨앤존슨이 지난 1분기에 4조4,600억원을 지출했고, 이들 중 가장 적은 비용을 쓴 GSK도 12조원을 R&D에 써 매출대비 13.2%를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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