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5-26 16:05 (일)
“환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인보사 책임은 국민 '몫' 분통
“환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인보사 책임은 국민 '몫' 분통
  • 최선재 기자
  • 승인 2019.05.13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약처, 인보사 사태 파악 '전권' 코오롱 손에…왜?
소통 전담은 회사가…정부는 개별 공지 단 한차례도 없어
거짓 해명 의혹 코오롱이 환자 파악? “그럴 자격 있나” 분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인보사 주성분 변경과 관련해 거짓 해명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환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식약처는 적절한 정보 제공으로 환자들의 걱정을 덜어 내줘야 하지만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이다. 학계에서도 식약처가 내놓은 환자 안전 관리 대책에 대해 질타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인보사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 발표에서 환자 안전 관리 대책을 내놓았다. 당시 식약처는 인보사를 맞은 환자들이 향후 15년 간 주기적으로 병·의원 방문 검사를 받는 장기추적관찰을 통해 이상반응을 조사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여기서 추적 관리를 위한 ‘1단계 조사의 주체’는 코오롱생명과학이다. 코오롱이 병원에 협조를 구하고 병원이 동의 여부를 환자들에게 묻는 방식이다. 환자들이 장기추적관찰에 동의하면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의 관리를 받는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코오롱티슈진이 지난 2017년 3월에 이미 주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라는 사실을 코오롱생명과학 측에 통보했다고 공시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5년 동안 몰랐다”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입장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때문에 환자들 사이에서는 ‘거짓해명’ 의혹 중심에 서있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초기부터 환자 안전 관리 대책을 주도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병원 측의 연락을 받은 인보사 환자 A 씨는 “코오롱생명과학에서 장기 추적 조사를 위해 환자들을 관리하겠다며 신상정보를 달라고 전해왔다. 회사를 믿을 수 없었지만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며 “병원은 코오롱 쪽에서 연락이 올 것이라고 했는데 3일이 지나도 묵묵부답이다. 코오롱 측의 요즘 해명과정을 보면, 신상정보 유출 등 불이익도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코오롱 측이 1단계 조사의 주체로 나서는 점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코오롱 제품이니까 그쪽에서 추적조사를 해야 한다”며 “기업이 자기들 이익을 위해 행위를 한 것이다. 우리는 신상정보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코오롱과 병원이 조사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식약처가 아닌, 코오롱 측과 병원이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환자들은 혼란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포털 사이트 다음 ‘인보사 피해자 모임’의 한 회원은 지난 8일 “뉴스를 보면 인보사를 시술한 병원에서 검사를 진행해준다고 하는데, 병원에서 따로 연락을 받은 일이 없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다른 회원 역시 이튿날 “지난해 8월 인보사 주사를 양쪽에 맞았는데 병원에서 연락이 오지는 않았다”며 “병원을 찾아갔더니 의사가 코오롱에서 15년간 추적관찰을 한다고 개인정보동의서를 작성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식약처와 인보사 환자들과의 ‘스킨십’이 전무하다는 것. 환자들의 불안감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식약처는 ‘인보사 사태’가 있은 이후, 환자들에게 개별적으로 바뀐 주성분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 단 한번도 공지를 하지 않았다. 중간조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환자들과 소통을 하는 주체는 코오롱과 일선의 병원들이다.

앞서의 환자 A 씨는 “코오롱은 제 연락처를 알고있는데 식약처가 모른다는 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환자가 먼저 쫓아다녀야 되나. 주사맞은 사람 입장에서는 부작용이 걱정되는데 식약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식약처가 코오롱이 성분을 속였다는 사실을 2년 전에 파악했다면 제가 주사를 맞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그때 중단을 했으면 이렇게 많은 환자들이 인보사를 선택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허가를 내줬는데 책임은 회사 측에만 있다는 뜻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비급여 의약품 특성상, 병원에 있는 환자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1차 조사를 위한 연락처, 주소 등 소재 파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우리가 개별적으로 환자들의 개인정보를 파악 할 수 없다”며 “담당 의사가 환자들에게 접촉할 수밖에 없고 안전성 여부에 대해 궁금한 환자는 신상정보 제공에 동의를 하면 의약품안전관리원에서 연락이 갈 것이다. 모든 것을 국가가 전부 해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계에서도 식약처의 태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약학대학 교수는 “식약처가 허가를 잘못해서 문제가 커진 것”이라며 “코오롱에만 환자 관리를 맡겨놓고 있을 일만은 아니다. 엄청난 돈을 들여서 투약 받은 사람들이 있는데 식약처가 그 책임을 제약사에게만 떠넘기고 있다. 그런 국가가 존재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비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