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원료의약품 생산 업체들은 지난해 경쟁격화와 제품성장 둔화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들 기업들이 올해 수출국 확대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환율 등 제반여건도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어 돌파구 찾기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매출 상위제약사들은 대부분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이들 원료약 기업들은 주로 수출을 담당하면서 그 동안 자회사로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환율하락, 가격인하 등으로 지난해 대부분 영업적자로 돌아서거나 이익이 급감해 제약사의 연결 기준에 부담을 가중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팜뉴스가 10일, 국내 주요 원료의약품 공급 업체들의 지난해부터 올 1분기까지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전반적으로 참담한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한화학과 에스티팜은 길리어드사이언스의 C형 간염치료제 ‘소발디·하보니’의 원료의약품에 대해 생산과 수출을 담당하던 대표적인 곳이다. 하지만 ‘엡클루사’ 등 신약 출시를 계기로 C형간염은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 되면서 환자수가 대폭 감소한 데다 경쟁 약품들까지 시장에 진입하면서 매출 규모는 빛의 속도로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길리어드의 C형간염 치료제 매출은 2016년 148억달러에서 올 1분기 8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주문 감소영향을 받은 유한화학과 에스티팜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에스티팜의 경우 올해 들어서도 분위기를 반전할 만한 이렇다 할 묘수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 회사의 1분기 매출(잠정실적)은 전년대비 반토막 난 수준인 157억원, 영업이익은 76억원의 손실을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에스티팜의 76억원 손실이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될 경우 1분기 205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동아에스티의 연결실적도 급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동안 에스티팜은 2016년 778억원, 2017년 62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터라 지금의 처지에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

에스티팜은 체질 개선을 위해 신약 개발과 올리고핵산치료제 원료에 승부수를 걸고 있다. 회사는 대장암치료제 STP06-1002, 에이즈치료제 STP03-0404, 혈전증치료제 STP02-3725 등 주력 파이프라인을 통해 신약개발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2020년 12억달러 규모로 성장이 예측되는 올리고핵산치료제 시장에 본격 뛰어들겠다는 포부다.

유한화학은 유한양행이 지난해 11월 길리어드와 아일랜드 지역으로 에이즈(HIV) 치료제 원료의약품 공급 계약(1년간 약 446억원)을 체결해 한 숨 돌리게 됐다. 길리어드의 에이즈 치료제 매출은 올해 1분기 14% 성장하면서 36억 달러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원료약의 수요도 향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경보제약은 지난해 17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엔 18억원의 이익으로 지난해 대비 반토막 난 성적표를 받았다. 이는 주요 제품의 단가 하락이 이유로 꼽히고 있는데 여기에는 환율하락과 경쟁 격화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경보제약은 지난해 고지혈 치료제 등에 사용되는 일반 원료의약품(API)의 매출이 116억원(17%) 감소한 562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일반 수출용 API 가격이 kg당 89만4천원에서 66만1천원으로 평균 26% 하락하면서 발생했다.

향후 단가는 환율 영향으로 소폭 상승이 기대된다. 미달러 평균환율은 올해 들어 지난 9일까지 1,131.6원으로 오른 만큼 환율하락으로 인한 단가 하락 얘기는 더이상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경보제약은 미래 성장을 위한 포석으로 고효능활성 원료의약품 제품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CMO사업을 추진해 신규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회사는 지난해 8월 프랑스 국립의약청으로부터 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GMP) 인증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회사 내부관계자는 “항생제 원료의약품의 프랑스 수출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안을 말할 수 없다”면서도 “현재 일본이 주된 수출지역이지만 향후 다국가로 수출망 확대를 추진 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미정밀화학도 지난해 1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에 회사는 저마진 품목을 조정하고 고마진 제품으로 판을 새롭게 짜면서 1분기 238억원의 매출과 6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여기에는 MSD에 원료의약품 공급 개시에 따른 마일스톤 17억원도 반영돼 한미약품의 1분기 26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면서 ‘어닝 서프라이즈’에 한 몫 했다.

약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C형 간염 치료제 파동을 겪으면서 관련 기업들이 체질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며 “글로벌 원료의약품 시장은 약가 인하에 따른 제네릭 확대 추세로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전략적으로 시장만 공략한다면 실적 개선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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