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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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약사에서 일반의약품을 건강기능식품, 의약외품 등으로 전환해 유통 채널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늘면서 약국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약국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일반약의 독점 유통망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정부의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규제 완화까지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약사사회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는 최근 천연물 유래 의약품 원료와 의약품 용도로 사용하는 동-식물 추출 성분으로도 건기식을 제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일선 약국가에서는 일반약의 안전상비약 전환의 여파 못지않게 건기식과 의약외품까지 약국외 시장 진입을 우려, 생존에까지 위협을 느끼고 있다.

대한약사회도 정부의 건기식 규제 완화 발표에 대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정책이라며 재검토를 촉구하는 한편 건기식에 자리를 뺏기고 있는 일반약의 활성화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가 건기식 산업을 활성화 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고 발사르탄 사태로 촉발된 의약품 규제 강화를 전문약은 물론 일반약까지 확대하겠다는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어 정부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서울지역의 한 약국장은 “과거 약국에서만 취급할 수 있었던 일반약이 건기식, 의약외품 안전상비약이라는 이름으로 약국 밖으로 나가면서 소비자들이 ‘약은 약국에서’라는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7년 화이자의 종합비타민제 센트룸이 건강기능식품으로 전환된 이후 다양한 판매 채널로 인해 기존 약국판매보다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센트룸에 이어 지난 4월 건기식으로 전환된 바이엘의 베로카도 매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제약사들의 일반약 건기식 전환품목에 대한 움직임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화이자 관계자는 구체적인 매출 변화는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약국을 포함한 다양한 판매 채널을 확보하게 되면서 소비자의 접점이 늘어났고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과거 대표적인 일반약의 의약외품 전환 품목인 박카스 역시 급격한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일반약의 유통망 확대는 효과적인 매출 상승 전략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아제약에 따르면, 박카스의 매출액은 2008년 1,215억원이었던데 비해 지난해 2,963억원으로 140%에 달하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해 의약외품 전환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박카스를 약국용 박카스D와 편의점용 박카스F로 투트랙으로 유통하는 전략이 매출 상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만큼 향후 정부의 건기식 규제완화 등의 정책이 의약품의 약국 유통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의 또다른 약국장은 “약사들이 취급하던 일반약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약과 경계가 애매한 건기식이 계속 늘어나면 약국은 생존하기가 쉽지않다”며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한 가격 경쟁력과 프로모션은 일선 약국에서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국민의 편의성과 산업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정부가 약의 전문가인 약사의 정체성과 영역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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