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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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가 일반의약품 품목 허가 시 선진국 의약품집 등을 근거로 안전성·유효성 심사(이하 안유심사)를 면제하는 규정을 폐지하겠다고 밝히자 대한약사회가 안유심사 폐지에 앞서 표준제조기준(이하 표제기) 확대를 우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셀프메디케이션(Self-medication) 시대를 맞아 일반약의 역할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해 졌는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할 경우 국내 일반약 시장은 고사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근 대한약사회는 정부에 의약품 표준제조기준 성분이 확대될 때까지 안유심사 면제 규정을 유지하고 일반약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 중증질환이나 난치성질환은 건강보험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맞지만 감기와 같은 경질환의 경우 일반약 시장을 활성화 시켜 환자 개개인이 스스로 치료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건보재정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편의점 안전상비약 관련해서는 그토록 안전성을 강조하며 품목 확대에 대해 반발해 온 약사회가 해외 의약품집을 근거로 안유심사를 면제하는 낡은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움직임을 지적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약사회는 일반약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숨통을 열어줘야 한다는 의미지 안전성을 무시하자는 의미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큰 틀에서 정부의 정책 방향은 동의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표제기 범위가 매우 협소해 일반약 시장이 크게 위축돼 있는 상황인데 안유심사 면제 규정까지 폐지될 경우 시장 자체가 사실상 고사될 수밖에 없는 만큼 일본, 미국 등 선진국 수준으로 표제기 범위를 넓혀 놓고 개별 안유검사를 강화하는 것이 국민건강과 제약산업 발전 모두에 이익에 된다는 주장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표제기 확대를 위한 정부의 선투자와 이를 논의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 일반약 시장이 선순환 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고 제약사에도 투자를 하라고 해야지 안전성이라는 이상적인 부분만 추구하다 보면 당초 좋은 취지는 퇴색되고 역효과만 불러올 것이다”며 “만약 정부가 안유심사 면제 폐지를 우선하고 표제기 확대를 뒤로 미룬다면 국내 일반약 시장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역설했다.

안유심사 면제 폐지가 제약사들이 일반약에 더욱 투자를 꺼리게 되는 더 큰 악순환의 시발점이 될 것이고 규제가 덜한 건기식으로 눈을 돌리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 자명한데 애초에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건기식이 과연 일반약을 대신하는 것이 맞느냐는 얘기다.

약업계는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변화하는 과정에서 우선순위가 바뀌게 되면 시장 전반에 큰 혼란과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약사회는 수면위로 올라와 있는 안유심사 면제 규정 폐지, 표제기 확대 등이 중장기적으로 가야할 올바른 방향인 것은 맞는 만큼 식약처, 제약바이오협회 등 유관단체들과 협의체를 통해 시기, 방법, 순서 등 세부적인 부분을 적극 논의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약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건강보험 도입 과정에서 국민 공감대를 얻기 위해 감기 등 경질환까지 모두 건강보험에 포함시켰다. 감기는 약을 먹는다고 낫는 병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론적으로 잘 알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병원을 찾고 처방약을 복용한다. 처음부터 경질환도 급여가 돼 제외되기가 쉽지 않겠지만 건보재정 개선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셀프메디케이션으로 가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일반약 시장의 존속과 활성화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며 “정부가 규제 일변도로 정책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큰 그림을 보고 상황에 맞게 순차적으로 하나씩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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