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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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시장 선점을 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오리지네이터의 모든 적응증을 바이오시밀러에 가져다 쓰는 데 필요한 임상 연구 결과를 전 세계 처음으로 확보한 것이다. 그간의 외삽 적응증 논란에서 자유로워지면서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주저했던 현장 의료진들마저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는 곧 매출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셀트리온의 ‘램시마(인플릭시맙)’가 최근 오리지네이터인 ‘레미케이드’와 동등한 지위를 확보했다. 적응증 외삽(Extrapolation) 임상 연구를 통해 염증성장질환(IBD) 적응증에 대한 유효성 및 안전성의 동등성을 입증한 것이다.

‘적응증 외삽’은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네이터의 적응증 중 하나만이라도 동등성을 입증하면 오리지널 의약품이 보유한 다른 적응증까지 모두 허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 등 대다수 국가가 적응증 외삽을 인정하고 있다.

이번 적응증 외삽에 대한 근거 확보는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일단 이번 연구 결과로 실제 임상현장에서의 램시마에 대한 신뢰도는 과거와 비교불가한 수준으로 승격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그동안 일부 의료진들의 경우 바이오의약품 자체가 살아있는 세포나 단백질, 유전자를 통해 만들어지는 만큼 오리지널 의약품과 완벽히 동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사용을 주저했던 게 사실.

하지만 램시마가 외삽에 대한 강력한 근거를 확보함에 따라 바이오시밀러의 신뢰 문제는 더 이상 수면 위로 드러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오리지네이터와의 동등성 확보는 산업적 측면에서 봐도 셀트리온에겐 분명 득이다.

사실 셀트리온은 그동안 램시마의 몸값 문제로 여러차례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실제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작년 4분기에만 68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유럽과 미국에서 램시마의 급격한 가격하락이 매출과 수익률 저하에 직격탄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로 인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모두 어닝쇼크를 겪었다.

하지만 램시마가 오리지널 의약품과 임상적으로 동등한 지위를 확보한 만큼 이제는 상황을 역전할 기회를 잡았다는 분석이다. 수요 증가에 따른 시장 가격 상승은 불변의 공식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셀트리온은 해외 파트너사와의 협상테이블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수수료율이 제품의 가격변동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이번 임상 결과가 상대적으로 셀트리온 측에 유리한 카드를 건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이오시밀러의 가격이 하락하면 해외 파트너사들은 앞서 고가로 확보한 재고물량 판매로 손해를 입는다는 이유에서 가격 조정을 통해 일정 이익을 보존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이는 셀트리온 입장에서 보면 불합리한 계약 조건이지만 ‘울며 겨자먹기’식으로라도 물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물론 셀트리온 측은 이 같은 불합리한 계약조건에 대해 변경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양측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쉽게 받아들이지 않은 만큼 팽팽한 줄다리기는 이어져 왔다.

이 같은 상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램시마가 외삽에 대한 항체 적응증 근거를 확보하면서 제품의 가치를 높였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이 향후 파트너사들과의 계약협상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카드를 손에 넣은 것이다.

현재 오리지널 레미케이드(1회당 200mg, 8주 1회)의 가격은 미국 1,200달러, 유럽 500달러 수준이다. 이 가운데 바이오시밀러의 할인폭은 미국 30%로, 최종 가격은 840달러로 책정되고 있다. 유럽도 70% 할인율로 35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여기서 램시마의 경우 해외 유통 파트너의 수수료율은 최대 55%에 이른다. 1000원 팔아 450원 남는 셈인데 이것 저것 다 빼면 사실상 남는 게 없는 장사인 것이다.

셀트리온도 이제는 강하게 나오고 있다. 과거의 불합리한 계약조건에 대한 철회 요구가 만약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 직판체제로 간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램시마로 시작된 바이오시밀러의 위상 승격은 향후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입할 후발주자들에게도 ‘길’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내 바이오기업 양대산맥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우 아직 적응증 외삽에 대해 별다른 준비조차 없는 것으로 보여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외삽은 바이오시밀러의 핵심이다. 즉 이를 인정받지 못하면 개발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며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 규제기관들이 최근 동등성 임상 디자인만 잘 설계한다면 외삽을 인정하는 분위기로 변하고 있는 추세다. 적응증 확대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시장 침투와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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