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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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 사태'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미약품의 '올리타'가 재주목 받고 있다. 두 약의 시판 과정 속에서 보건당국의 '신약 조급증'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올리타는 신약 27호, 인보사는 29호다. 두 약의 공통점은 정부의 막강한 지원을 얻어 허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원한 이상 공무원들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는 조급증에 시달린다. 이에 검증절차에도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인보사와 올리타는 ‘평행이론’이 적용 가능한 신약들이다. 인보사와 올리타의 첫 번째 평행이론 키워드는 ‘지원’이다.

인보사는 보건당국의 전폭적인 지원 덕에 탄생한 신약이다. 2015년 코오롱 측은 생명윤리법상 규제로 인보사의 허가와 판매에 암초를 만났다. 약사법과 생명윤리법 등 현행법상 유전자치료제 연구가 기존에 잘못된 유전자를 교정하는 것으로 정의돼 인보사의 허가에 장애물이 생긴 것.

하지만 그해 국회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결국 유전자를 교정하지 않고 전달만 할 경우 치료 대상이 관절염 등 만성질환으로 확대될 수 있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물밑 지원은 ‘인보사법’이 탄생한 결정적인 계기였다. 2017년 7월 인보사는 ‘초고속’으로 결국 식약처 허가를 얻었다.

올리타 역시 다르지 않다. 올리타는 1997년 도입된 ‘조건부 허가’를 적용받은 신약이다. 식약처는 시판 후 3상 임상시험을 보고하는 것을 조건으로 올리타 시판을 허용했다. 올리타는 2016년 5월 2상 자료만으로 신속 심사를 거쳐 허가를 받았고 한 달 후 비급여로 출시됐다. 허가의 가장 큰 명분은 환자 치료기회 확대와 월등한 치료 효과였다.

올리타 허가 이후 보건당국은 ‘혁신신약 관련 건강보험약가 개선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글로벌 혁신신약들이 외국 수출시 높은 약값을 받을 수 있도록, 일정한 조건 하에 대체약제 최고가의 10%를 가산하고 급여 협상 기간을 단축하는 파격적인 규제 완화 정책이었다. 이른바 ‘한미약품법’으로 불린 약가 개선 방안은 올리타가 2017년 빠른 속도로 급여권에 진입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두 번째 평행이론 키워드는 ‘논란’이다. 올리타는 2016년 9월 임상시험에서 중증 이상반응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부작용 이슈에 휩싸였다. 심지어 식약처가 올리타의 임상시험에 참가한 57세 환자가 부작용(중증표피독성괴사용해증·TEN)으로 사망한 사실을 알았는데도 허가를 내줬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당시 식약처는 한미약품이 제출한 자료에서 부작용과 약의 연관성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환자가 중증피부이상반응이 알려진 다른 약물(당뇨병약)을 함께 복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올리타 복용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허가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식약처는 환자의 동의를 전제로 올리타의 ‘제한적 사용’을 허용했다. 하지만 2018년 한미약품은 경쟁 제품인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의 시장 선점을 이유로 결국 신약 개발을 중단했다. 시장 경쟁력이 신약 포기의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임상 과정에서 일어난 사망 사건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인보사 역시 임상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식약처는 지난달 31일 인보사의 유통과 판매를 중단했다. 인보사의 주성분 중 1개 성분이 허가 당시와 다른 세포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임상3상에서 STR(염색서열반복) 검사로 확인해본 결과, 인보사의 주성분이 연골재생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GP2-293 유래세포)로 드러난 것.

정부의 해명 과정도 앞서 올리타 사례와 다르지 않았다.

식약처는 15일 “허가 신청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했던 서류 일체를 재검토해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는 2액의 주성분이 연골세포임을 보여주고 있고 신장세포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없었다”고 밝혔다. 코오롱 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정확한 판단을 내렸다는 게 식약처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약업계에서는 인보사와 올리타의 평행이론에서 식약처 대응 과정의 문제점들을 읽어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약업계 관계자는 “신약을 허가하는 주체는 정부다. 올리타 사례처럼, 식약처가 인보사에 대해서 느슨하게 허가를 해준 것 같다”며 “신약 개발에 정부가 직접적으로 관여돼 있으니 더욱 자세하게 따지고 까다롭게 해야 하는 검증 과정이 오히려 부실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식약처의 이같은 태도가 환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건 더욱 큰 문제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올리타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제한적 사용을 결정해서 환자들이 혼란에 빠졌다”며 “지금도 다르지 않다. 식약처가 인보사에 대해 확실한 조치를 내리지 않아 환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올리타를 보면 인보사의 미래가 보인다. 식약처의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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