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진출한 일부 다국적 제약사들이 지난해 선을 넘은 배당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 순이익 보다 2배 가까이 배당한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데는 배당할 잉여금 조차 없는데도 ‘묻지마’식 배당을 강행했다. 이는 국내 제약사의 배당성향과 비교해도 이미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15일 팜뉴스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12일까지 공시한 2018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배당금을 지급한 기업들의 이익과 기부금 현황을 분석했다.

 

우선 지난해 7344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한국화이자제약은 전년대비 –2%의 역성장 속에 798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는 확인된 국내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 중 가장 많은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배당금은 특수 관계 기업인 화이자인베스트먼트 캐피탈과 화이자코퍼레이션으로 각각 절반씩 송금됐다. 이들 기업의 최상위 지배기업은 글로벌 화이자로 확인됐다.

100억 원대 이상의 배당금을 송금한 곳은 한국오츠카제약, 바이엘코리아,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이었다.

한국오츠카제약은 지난해 131억 원의 배당을 지급한 데 이어 올해도 157억 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2017년 73억원에 비하면 3년 만에 2배가 넘는 배당금이 지급된 것.

바이엘코리아는 2017년 100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한 이후 작년에도 110억원을 인출했다. 올해는 이를 130억원까지 늘렸다. 3년 연속 100억원대 규모의 배당금이 해외로 송금된 것이다. 그런데 이 회사의 작년 이익은 139억원이었다. 이익이 그대로 배당으로 나간 것이다. 반면 기부금은 대조적으로 2년 연속 2억원대에 머물렀다. 사회공헌은 뒷전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셈.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는 당기순이익이 39%나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배당금은 오히려 42% 증가한 100억원으로 결정됐다. 이 회사 역시 2년 연속 2억원대 기부에 머물렀다.

이 외에도 젠자임코리아 30억원, 노보노디스크제약 15억원, 갈더마코리아 25억원이 배당으로 지급됐다.

특히 갈더마의 경우 지난해 27억원의 적자가 발생한 가운데 결손 누적금은 28억원으로, 재무 구조가 부실한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안게 됐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 배당을 실시한 기업 중 유일하게 기부금이 없는 불명예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함께 가져가게 됐다.

GSK는 지난해 150억원을 배당하면서 이번 확인된 다국적제약사 중 가장 높은 배당성향(183%)을 기록했다. 이는 이 회사가 작년 거둬들인 82억원의 순이익에 2배에 달하는 것이다.

그럼 이들 다국적 제약사들이 한국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동안 쓴 기부금은 어느 정도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배당잔치를 벌인 다국적 제약사 대부분은 분명 기부에는 인색했다.

실제로 기부금 내역을 보면, 지난해 798억원을 배당으로 지급했던 한국화이자제약의 경우 15억원을 기부금으로 내놨고,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3억원, 바이엘코리아 2억원, 젠자임코리아 1억원, 베링거인겔하임 5억원, 노보노디스크 5천만원 등이 전부였다.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동참한 공감한 곳도 있었다. 한국얀센과 한국로슈가 지난해 각각 51억원과 21억원을 기부금으로 집행, 그나마 사회공헌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특히 한국얀센의 경우 배당 성향이 50%인 반면, 기부금은 순이익대비 67%로 더 높게 나타났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이 같은 고율의 배당성향은 국내 제약사들과 비교해도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대형 제약사인 유한양행의 경우 배당성향이 39%, 한미약품 16%, GC녹십자 33%, 광동제약 15%, 종근당 21% 수준으로 나타났다.

약업계 한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인만큼 글로벌 본사와 한국법인 사이에 오가는 배당금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지적은 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정도를 벗어난 무리한 배당 송금은 사회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고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이라는 점에서 사회 공헌도가 낮다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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