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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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약가제도 개편안에 이어 기등재 의약품 재평가라는 또 다른 칼을 빼들었다. 재평가를 통해 절감된 재정을 중증·희귀질환 의약품 보장성 강화 재원에 사용하고 기대에 못미치는 의약품은 약가 인하나 급여를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제약업계는 잇따른 메가톤급 폭탄에 허탈함을 넘어 격앙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1차 건강보험종합계획에는 예측 가능한 적정 약제비 관리 방안 마련과 해외 약가를 비교한 약제군별 정기 재평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약제군별로 가격 수준을 외국과 비교해 약가를 조정하는 방안은 당장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 이해관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복지부의 발표로 혜택을 기대해 볼 만한 곳까지도 냉소적인 시선을 숨기지 않고 있다. 절감된 재정을 중증·희귀질환 의약품 보장성 강화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한 만큼 신약 중심의 다국적사에게는 희소식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상 이들 역시 큰 기대치는 없어 보이는 모양새다.

다국적제약사 한 관계자는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과연 정부가 절감된 재정을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 강화에 올곧이 투입할 것이라고 보느냐”고 반문하며 “신약의 가치를 보수적인 기준으로 평가절하하며 낮은 약가 산정에만 골몰해왔던 그동안의 행태를 봤을 때 지금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비관적인 입장을 내놨다.

다국적 제약사를 대표하고 있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도 지난 11일 입장문에서 수년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위험분담제와 경제성평가 뿐만 아니라 환자를 위한 신속등재제도는 이번 계획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한 마디로 사후재평가 등 규제는 강화된 반면 의약품의 혁신가치 인정과 보험등재를 효율적으로 유인하는 정책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인 것.

또 다른 난제에 직면한 국내 제약사들 역시 정부가 건보재정 절감 대책을 왜 제약사에서만 찾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국내 제약사 한 관계자는 “제약사를 대상으로 한 규제만 계속 강화하면 정부가 그토록 원하는 건보재정 절감 목표가 이뤄지나. 건보재정 절감을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한데 과연 다른 영역에서도 지금의 제약사 만큼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제약산업이 미래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규제 완화에 힘쓰겠다고 한 정부의 공언이 지금처럼 모순처럼 느껴질 때가 없다”고 분노했다.

시민사회단체나 환자단체 등은 신약 접근성이 강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들의 바람이 현실화될 수 있을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약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재평가를 통해 절감된 재정을 정말 중증·희귀질환 의약품 보장성 강화에 사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면 법 개정 등을 통해 재정 절감분의 사용처를 분명하게 하겠다는 내용도 포함시켰어야 한다”며 “금연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수 차례 담배 가격이 올랐지만 그 인상분이 금연사업에 투입됐나. 이와 마찬가지로 건보재정 절감분 역시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문제인케어' 등에 투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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