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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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 사태’가 불거지자 환자들의 집단 소송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법조계의 관심도 쏠려 있는 모양새다. 다만 승소 가능성을 두고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작용이 없더라도 승소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인보사로 인한 피해사실을 입증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팜뉴스는 의료전문가와 변호사들의 의견을 토대로 인보사 관련 소송의 주요 쟁점들을 정리했다.

최근 네이버 ‘건강정보공유(건정공)’ 카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건정공 카페는 어깨, 관절,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로 회원은 약 11만 명에 달한다. ‘인보사 판매 중단 사태’가 일어난 직후, 건정공 회원들은 게시판에서 상당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최근 한 회원은 “불과 한 달 전에 어머니가 쓰러져서 인보사 주사를 맞았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서 안타깝다. 단체로 소송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다른 회원 역시 “우리 어머니도 주사를 맞았다. 눈앞이 캄캄하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시간이 갈수록 회원들의 댓글에서는 ‘집단소송’이란 키워드가 늘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 임상에 참여하거나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코오롱 측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복수의 로펌을 향해 환자들이 법률 상담을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환자들이 코오롱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승소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법조전문가들의 의견은 사안마다 다르다.

제본승 변호사는 “환자들이 인보사 주사를 맞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손해를 입었다면 제조물책임법에 근거한 손해배상청구를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의 손해배상 청구는 입증에 어려움이 있지만 제조물책임법은 다르다”며 “인보사에 결함이 있었고, 그 결함으로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규정을 활용하면 소송 수행이 쉬워진다. 환자들의 입증 부담이 덜하다”고 밝혔다.

제조물책임법 제3조의2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할 경우,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를 실제 인보사 사태에 적용하면, 환자들이 △인보사가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 △손해가 코오롱측의 실질적인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으로부터 초래됐다는 사실 △손해가 인보사의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된다.

여기서 관건은 부작용, 곧 ‘손해’다. 일단 환자들이 인보사 주사로 인한 부작용 피해를 겪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인보사 사태의 핵심은 미국 임상실험 중 주성분인 연골세포가 태아신장유래세포주(GP2-293세포)로 바뀐 것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때문에 바뀐 성분이 부작용의 원인이어야 한다.

하지만 코오롱 측은 “최초 임상시험 이후 현재까지 11년 동안 3548명에게 인보사를 투약했지만 주사 부위 동통 같은 이상 반응을 제외하고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인보사의 부작용 위험이 현실화하지 않은 국면에서 환자들의 집단 소송이 ‘시기상조’일 수 있는 까닭이다.

게다가 문제는 제조물책임법 제4조 1항에서 ‘제조업자가 제조물을 공급한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결함의 존재를 발견할 수 없었던 경우’에 해당하면 기업의 손해배상을 면제한다는 것. 코오롱 측은 “2004년 형질전환세포 특성을 분석했을 당시에는 연골세포의 특성이 발현돼 연골세포로 판단했으나 최신의 STR 검사법으로 수행한 결과 293유래세포로 확인됐다"는 입장이다.

법률전문가들도 부작용에 대한 입증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제본승 변호사 역시 “현재 약을 처방받은 환자들에게 실제 손해라고 할 만한 것, 즉 예상치 못한 부작용 등이 발생했는지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코오롱 측이 처음부터 인보사의 주성분을 연골세포로 알 수밖에 없었고 이를 임상 과정과 시판 당시 미리 파악할 수 없었다면, 손배 책임을 지우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인보사에 대한 ‘부작용’ 피해가 없더라도, 환자들이 구제받을 방법은 없을까.

정형준 인도주의의료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집단소송 중 의약품 사례는 많지 않지만 소송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예를 들어 환자가 A라는 의약품을 샀는데 안전에 위해를 받지 않았더라도 B라면 환불을 해줘야 한다. 인보사는 워낙 고가의 약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라고 밝혔다.

인보사의 1회 접종가격은 700만원 안팎의 고가로 현재까지 3,000건 이상의 누적 시술 건수를 기록했다. 제본승 변호사도 “인보사에는 원래 알고 있던 것과 다른 세포가 사용됐다”며 “무엇보다 암 유발 가능성이 높은 신장세포라는 점은 환자들에게 단순히 찜찜한 기분을 넘어 상당한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해도, 코오롱 측이 판매 제품의 주된 성분을 사실과 다르게 알리고 판매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는 환자들이 판매계약을 해제하거나 손해배상청구를 시도할 수 있는 이유”라며 “다만 법원이 구성 세포가 다른 부분을 인보사의 하자로 연결시킬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식약처 조사 결과에 따라 환자들이 집단 소송을 통해 약값을 포함한 정신적 손해배상이 인정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편 향후 소송 과정에서 최대 변수는 인보사의 구성 성분인 'GP2-293(HEK 293) 세포'다. 코오롱 측은 방사성 조사로 종양 유발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GP2-293세포의 종양원성에 대한 환자들의 우려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정형준 정책국장은 “종양유발 세포가 걸려있기 때문에 환자들을 장기간 추적 관찰해야 한다”며 “종양유발 세포에 의한 위험성이 확인된다면 코오롱 측이 100%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 역시 향후 15년 간 인보사를 투여 받은 환자들의 안전성 추적 관찰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종양 발생에 대한 현실적인 위험성이 전문적인 실험결과로 입증된다면 의료사고에 준해 환자들이 치료비 상당의 손해와 신체기능 상실로 인한 일실수익을 청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코오롱 측은 인보사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위험성이 드러난다면, 당연히 배상해야 한다”면서도 “현재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 관절강은 혈관이 없어 혈액이 움직이는 부분이다. 종양원성을 가진 세포가 실질적으로 환자들의 몸속에 잔류하는지에 대해 피검사를 했지만 지금껏 검출된 사례는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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