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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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비아그라’는 여성의 성기능 장애를 해결하기 위한 치료제들의 별칭이다. 최근 미국 FDA가 핑크 비아그라에 대한 시판 여부를 결정한다고 알려진 가운데 국내 여성들 사이에서 기대감이 엿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중론을 펴는 모양새다.

비아그라는 고개 숙인 남성들에게 ‘신이 내린’ 선물로 불렸다. 비아그라 출시 전까지 발기부전은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질병이었다. 하지만 파란색 다이아몬드 형태의 알약은 남성들에게 자신감을 선물해줬다. 블루 비아그라는 ‘해피 드럭’ 그 자체였다.

비아그라는 약 20년 동안 전 세계 남성들을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내며 찬사를 받아왔다. 하지만 여성들 사이에서는 점차 안타까운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사회를 중심으로 여성들을 위한 비아그라는 왜 찾아볼 수 없느냐는 여론이 비등한 것이다.

결국 2015년 8월 미국에서 세계 최초의 여성용 비아그라가 출시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애디(성분명 플리반세린, 스프라우트제약)를 성욕 증강제로 승인했다. 당시 애디의 시판 승인은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정작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비뇨기과 전문의 이윤수 원장(이윤수 조성완 비뇨기과의원)은 “애디는 처음부터 한계가 있는 약이었다”며 “남성들은 음경에 혈액이 모이면 발기가 되지만 여성들은 다르다. 여성 성기능 장애 치료제는 뇌에 영향을 줘서 성욕을 발현하게 만들기 때문에 복합적인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하지만 애디는 이를 공략하는데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애디는 애초에 비아그라와 작동방식이 다르다. 비아그라는 남성의 성기 주변에 혈액을 활발하게 움직이게 만들어 성 기능 개선을 돕는다. 하지만 애디는 감정 조절과 상황 판단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피질에 영향을 끼쳐 성 기능 호르몬을 조절한다.

즉, 비아그라의 약효가 직접적이고 폭발력이 강하다면, 애디의 약효는 간접적이고 복합적이다. 남성과 여성이 성적 만족을 느끼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즉 애디는 복잡하고 규명이 쉽지 않은 여성 성욕 발현 과정을 규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시장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핑크 비아그라’를 향한 제약사들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네덜란드의 제약사 이모셔널 브레인은 여성 성적관심, 흥분장애(FSIAD) 치료제 ‘리브리도’를 개발 중이다. 영국 오르리비드사의 ‘오르리비드’는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핑크 비아그라’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브레멜라노타이드가 미국 FDA 허가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브레멜라노타이드는 최근 광동제약이 미국 팰러틴 테크놀로지스사와 독점판매 계약을 체결한 성기능 개선 치료제다.

브레멜라노타이드는 저활동성 성욕장애 진단을 받은 폐경 전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주사제다. 식욕과 에너지 소비 조절에 연관된 멜라노코르틴-4 수용체에 작용하고 성적 반응 및 욕구와 관련된 내생 경로를 활성화시켜 성욕장애를 개선하는 약이다.

브레멜라노타이드는 미국 임상3상을 마친 뒤 FDA에 승인심사를 신청했다. FDA는 브레멜라노이타이드에 대한 심사를 6월 중에 진행할 예정이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FDA 허가를 자신한다. 일정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 여성 성욕 장애에 대한 니즈는 있으나 약물 및 치료 방법이 없어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만약 FDA가 시판을 허가한다면, 2021년쯤 ‘핑크 비아그라’가 국내에 도입될 수 있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핑크 비아그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직장인 이 아무개 씨(40)는 “젊은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유부녀에게는 필수품일 것 같다”며 “아기를 낳으면 보통 여성의 성욕이 떨어진다. 부작용만 없다면 먹고 행복한 성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직장인 이 아무개 씨(34)는 “여자들의 성욕 감퇴는 대부분 남자 탓이다”며 “약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남자들의 성의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령대에 따라 여성들이 엇갈린 반응을 내놓은 셈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핑크 비아그라’의 미래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비뇨기과 의사는 “여자들은 남자들과 다르다”며 “남자들은 상대방을 만족시키려면 발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여자들은 신체구조상 그렇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들의 오르가즘 장애는 남성들의 잘못된 성행위 습관에서 기인한다. 핑크 비아그라는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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