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혈우병 환자는 2017년 기준 2,398명으로, 이 중 혈우병 A(혈액응고인자 VIII인자 결핍) 환자가 1,687명, 혈우병 B 환자(혈액응고인자 IX인자 결핍)가 417명이다. 최근 들어 이들 환자들에 대한 치료법도 발전하면서 유지요법이 시행됐고 환자들은 출혈과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기존의 표준 반감기 제제(Standard Half-Life, SHL)의 경우 반감기가 짧아 자주 투약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선천적으로 혈액응고인자 자체가 부족해 평생을 약제 투여에 의지해야 하는 혈우병 환자들에게는 약의 효과도 중요하지만 투약 빈도 역시 치료제 선택에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혈우병 8인자/9인자의 반감기가 연장된 치료제들이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를 해소하며 글로벌 혈우병 치료제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다.

≫ 엘록테이트·알프로릭스 ‘순항’ 비결, 투약빈도↓ 반감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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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표준 반감기 제제(SHL)로 유지요법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25~40 IU/kg의 응고인자 제제를 혈우병 A는 일주일에 3회, 혈우병 B는 일주일에 2회씩 투여해야 했다. 그러나 혈우병 8인자/9인자의 반감기가 연장된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혈우병 A는 3~5일에 한 번, 혈우병 B는 1주일에 한 번으로 주사 투여 빈도가 감소했다. 장기 출장이나 소아환자 투여 등 일상 생활에서 겪던 어려움이 상당부분 해소된 것이다.

여기서 주목 받은 약제가 엘록테이트와 알프로릭스. 두 약제는 각각 혈우병 8인자와 9인자의 반감기를 연장했다. 미국, 일본 등 해외시장에서 순항 중인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엘록테이트와 알프로릭스는 미국에서 4년간 처방되는 동안 혈우병 8인자/9인자의 반감기가 연장된 치료제 시장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일본에서는 알프로릭스가 혈우병 B 치료제 전체 시장에서 1위 자리에 올랐다(2017년 1분기~2018년 3분기 IQVIA 데이터 기준).

≫ ‘관절 보호 효과’, 장기 임상서 증명…시장 1위에 ‘한 몫’

엘록테이트와 알프로릭스가 해외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한 데에는 ‘관절 보호 효과’도 한 몫했다. 두 약은 혈우병 8인자/9인자의 반감기가 연장된 치료제 중 최장기간의 추적관찰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효과를 입증했다.

사실 혈우병 환자들에게 관절 건강은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삶의 질에 연관돼 있다.

실제로 관절 출혈은 혈우병 환자의 출혈에서 약 60%를 차지할 만큼 흔한 증상이다. 여기서 만약 같은 관절에 출혈이 반복되면 연골과 골단의 손상을 야기, 만성적인 염증을 동반한 혈우병성 관절병증으로 진행하게 된다. 혈우병성 관절병증은 국내 혈우병 A 환자의 58.4%, 혈우병 B 환자의 37.4%가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한 합병증이다. 이는 환자의 신체 활동량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우울감 등 부정적인 심리 변화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세계혈우연맹(World Federation of Hemophilia, WFH)은 출혈 및 관절 파열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유지요법을 추천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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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병 A 환자를 대상으로 한 A-LONG 연구의 연장인 ASPIRE 연구 중간 결과에서, 엘록테이트로 유지요법을 시행한 혈우병 A 환자들은 이전 A-LONG 연구에서의 치료 방법(유지요법 혹은 출혈 시 투여)과 상관 없이 ASPIRE 연구 2년 차까지 지속적인 관절 상태의 개선을 확인했다.

특히 A-LONG 연구 시작 당시 가장 관절 건강이 나빴던(mHJHS>34, modified Hemophilia Joint Health Score를 보였던) 상위 25%의 환자들에서 가장 뚜렷한 개선 효과를 나타낸 점은 주목할 만하다(A-LONG 연구 시작 당시: 48.4, ASPIRE 2년 차: 39.6).

또한 출혈 에방에 있어서도 A-LONG 연구에서 혈우병 A 성인 환자의 무릎관절출혈 및 자발 출혈률은 ‘0’으로 우수한 출혈 예방 효과를 보여줬다.

한편 혈우병 B 소아 환자와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각각 총 52주, 77주 간 알프로릭스의 유지요법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Kids B-LONG 및 B-LONG 연구에서도 연간 무릎 관절 출혈 및 관절 자연출혈률의 중앙값 역시 ‘0’으로 출혈 예방 효과를 입증했다.

이처럼 혈우병 8인자/9인자의 반감기가 연장된 치료제들이 입증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 및 일본 등 해외에서 혈우병 치료제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가운데 엘록테이트와 알프로릭스가 국내 혈우병 치료제 시장에서도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두 제품은 사노피 젠자임 한국사업부가 올해 2월 출범한 희귀혈액질환사업부를 통해 연내 시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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