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중단 사태’가 병원들을 강타한 가운데 보건당국이 소극적인 대응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식약처는 처방 중단 조치를 내렸지만 일선의 병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병원은 환자들에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지난달 3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보사케이주의 주성분 중 1개 성분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세포와 다른 세포로 추정돼 코오롱생명과학에 제조·판매 중지를 요청했다. 회사 측은 식약처 요청에 따라 1일부터 자발적 판매중지 조치를 취했다.

식약처는 동시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 상에서 의사가 인보사를 처방할 수 없도록 차단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인보사를 처방하려면 심평원의 DUR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여기서 처방을 할 수 없게 시스템을 막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식약처가 인보사 관련 공지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팜뉴스 취재 결과, 일선의 병원들은 식약처와 심평원으로부터 인보사와 관련된 어떤 공문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난 것.

때문에 인보사를 처방해온 병원들은 혼란에 빠졌다. 식약처가 DUR은 물론 처방 중단에 대한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척추관절전문병원의 한 관계자는 “모든 것이 그야말로 ‘올스톱’됐다”며 “사태가 터지기 전에 공문이 내려오지 않았다. 뉴스로 먼저 확인했다. 인보사를 맞은 환자들이 그동안 이상소견을 호소하지 않았지만 당일 항의가 빗발쳤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바로 처방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모든 병원에 공문을 보낼 순 없다. 개인병원이 몇 만개다. 종합병원급에도 보낼 수 없었다”며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등에 공문을 보냈기 때문에 병원 의사들이 안 받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 현장의 혼란은 여전하다. 심지어 일부 병원은 인보사 처방이 중단됐다는 점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의원급 병원 관계자는 “처방 중단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환자들에게 따로 공지한 것은 없다. 문의하는 환자들에게 코오롱생명과학 연락처를 알려주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보건당국은 묵묵부답이다.

DUR(약물사용점검서비스)을 관리하는 심평원도 병원에게 별도의 공지를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DUR에 입력하면 바로 팝업창이 뜨기 때문에 안내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일부 병·의원들이 인보사와 관련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 병원 현장에서 DUR 관련 ‘팝업창’을 파악하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관절전문병원 한 관계자는 “인보사 처방이 중단됐나. 몰랐다”고 반문하면서 “구성 세포가 다른 세포로 밝혀졌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며 “처방 중단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병원 관계자 역시 “인보사를 찾는 환자의 수가 적어 처방을 중단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인보사 처방을 요구할 경우 상당한 불편을 겪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학병원의 한 전직 간호사는 “한 명이 죽기 전까지 병원은 움직이지 않는다”며 “심각한 손상이 일어나야 처방도 바뀐다. 그만큼 위험에 무관심한 조직이 병원이다. 식약처가 이렇게 큰 이슈를 병원 측에 직접 알리지 않은 것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