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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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노니 쇳가루’ 사태가 전국을 강타했다. 건강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노니 분말에서 금속성 이물질인 쇳가루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사이 식약처의 안일한 대응이 도마에 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노니는 수천 년 전부터 남태평양 지방에서 민간요법으로 사용된 열대과일이다. 통증, 염증에 효과가 있고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타민 등 영양소까지 풍부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노니는 ‘천연 항산화제’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노니 쇳가루 사태’는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4일 국내 노니 제품 27건에 대한 안전성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니 분말 가루와 환 제품 9개에서 기준치(10.0㎎/㎏ 미만)를 6~56배 초과하는 쇳가루가 검출된 것이다. 서울시는 적발된 노니 제품을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에 공개했고 문제 제품들을 회수했다.

소비자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12월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상담내용 6만 여건 중 건강식품 관련 상담은 48.7%가 늘었다. 전체 분야 가운데 전월 대비 가장 많이 증가한 수치였다. 쇳가루 검출에 따른 보상과 다른 제품의 검출 가능성에 대한 문의가 주를 이뤘다.

소비자 최 아무개 씨(64)는 “지난해 말부터 동료 직원이 추천을 해줘서 염증 예방을 위해 계속 먹었다”며 “그런데 쇳가루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불안했다. 식약처가 발표한 노니 제조업체 명단도 믿을 수 없었다. 자석으로 노니 가루에서 쇳가루가 붙는지 확인할 정도였다. 다행히 쇳가루가 나오지 않아 지금도 먹고 있지만 찝찝하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당시 대응책의 방향을 엉뚱한 곳으로 돌렸다. 식약처는 수입 노니분말제품에 대해 수입자 스스로가 안전성을 입증해야 수입신고가 가능 한 ‘검사명령’을 시행했다. ‘노니 쇳가루 사태’가 터진지 약 20일 만에 나온 조치였다.

‘검사명령’은 수입자가 수입식품 중 부적합률이 높거나 국내‧외에서 위해발생 우려가 제기된 식품에 대해 시험검사기관에서 정밀검사를 받아 적합한 경우만 수입신고를 하도록 하는 제도다.

히지만 당시 ‘노니 쇳가루 사태’의 장본인은 수입업체가 아니었다. 수입한 열매를 빻아 분말 가루 제품을 만든 국내 업체들이 쇳가루의 원인 제공자였다. 오히려 해외에서 가루를 완전히 빻아 국내로 수입된 제품에서는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문제 해결을 위한 화살의 방향이 뒤틀린 셈이었다.

심지어 식약처가 검사명령을 검토하는 사이 쇳가루가 포함된 노니 제품이 또 등장했다. 12월 17일 식약처는 바르미 식품의 노니 분말 등 2개 업체의 제품에 대해 판매 중단과 회수 조치를 내렸다.

식약처가 온라인 시장은 물론 재래시장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는 국내 제품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응한 결과였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수입제품에서 문제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었다”며 “수입 제품에서도 분말을 분쇄하는 공정 과정에서 쇳가루가 남아있을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식약처의 안일한 대응이 계속되자 국민들이 나섰다. ‘국민청원 안전검사제’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여론이 들끓었던 것. 지난해 4월 시행된 ‘국민청원 안전검사제’는 소비자들이 특정 식품, 의약품에 대해 정부에 홈페이지를 통해 청원하면, 정부가 조사해 결과를 알려주는 제도다.

‘노니 쇳가루 사태’가 터진 12월 4일, 한 청원자는 “인터넷에서 구입한 노니 가루를 먹기가 께름칙하다.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싶다”고 밝혔다. 1월 10일 다른 청원자는 “요즘 백화점과 마트에서 노니 분말로 만든 제품이 많이 보인다”며 “먹어도 안전한지,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궁금하다. 보건 당국에서 전수조사에 나서달라”고 밝혔다.

결국 식약처는 최근 노니에 대해 ‘전수 조사’를 예고했다. 노니에 대한 청원이 2018년 12월 1일부터 2019년 2월 28일까지 추천이 완료된 청원 67건 중 가장 많은 추천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지난 20일 노니 분말과 환 제품을 국민청원 안전검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4월 중에 유통 중인 모든 제품을 수거해 검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사대상은 국내 품목제조보고 된 267개 제품과 수입이력이 있는 수입 제품 145개 등 국내에서 유통 중인 총 412개이라고 밝혔다. 검사항목은 △금속성 이물 △식품위생 오염지표 미생물 3종(세균수‧대장균‧대장균군)이다.

하지만 검사 계획에선 ‘빈틈’이 보인다. 애당초 노니에서 쇳가루가 등장한 원인은 ‘분쇄과정’에 있었다. 영세 업체들이 외국에서 말린 노니 열매를 국내에서 빻는 과정에서 분쇄 기계의 마모로 인해 쇳가루가 섞여 들어간 것이다.

일부 업체는 성능이 좋은 자석봉으로 ‘필터링’을 하지 않았다. 노후화된 자석봉을 그대로 공정에 사용했다. 그런데도 이번 식약처의 전수 조사 계획에서 자석봉과 분쇄 기계 등 현장의 분쇄 공정에 대한 실사 절차를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일단 이번 검사에서 쇳가루가 검출되면, 어떤 업체가 만든 제품인지 확인이 가능하다”며 “현장 제조 공정에 대한 부분은 추후에 업체에 개선요구를 할 것이고 행정처분도 수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수 조사를 통해 ‘문제’가 생긴 업체에 국한해 현지 실사를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이처럼 지난 수개월 동안 식약처의 안일한 대응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식품업계 일각에서 ‘노니 쇳가루 사태’ 초기 뒷북 대응과 부실한 검사 계획으로 식약처가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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