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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과반수 “지출보고서 모른다”, 이미 예견된 일
의사 과반수 “지출보고서 모른다”, 이미 예견된 일
  • 김정일 기자
  • 승인 2019.03.28 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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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O 관리 주체, 규정에 제약사 명시화 필요
지출보고서 외 비용에 감사 초점 맞춰질 가능성 커
“투명경영과 R&D 만이 시장생존 담보한다”

황지만 상무(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황지만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상무
황지만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상무

약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에 제동을 걸 새로운 규제가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돼 올 해 처음으로 지출에 세부내역이 작성된다. 바로 한국판 선샤인 액트(K-Sunshine Act)라 불리는 경제적 이익 제공 내역에 관한 지출보고서가 그 것이다. 이에 따라 제약회사 등은 의료인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경우 해당 지출 내역을 보고서로 이달 말까지 작성·보관하고 복지부 장관이 요청하는 경우 이를 제출해야 한다. 리베이트 쌍벌제·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 이어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화까지 제약산업의 투명성을 가져다 줄 규제로 제약업계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 전문가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황지만 상무를 만나 지출보고서로 인한 제약업계의 영업 환경 변화와 파장 그리고 업계가 나아가 길에 대해 조언을 들어봤다.

≫ 한국판 선샤인 액트, 핵심은?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의 선샤인 액트는 지출 내역이 디스클로저(disclosure, 공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의 경우 제약사·의료기기사·구매대행사는 건당 10달러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의사나 병원 등에 제공할 경우 이를 일반인에게 대외적으로 완전히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때문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제약사의 지출규모나 어떤 의료인이 경제적 이익을 받았는지 까지도 확인 가능하다.

반면 현재 한국은 약사법에 따라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내역에 대해 작성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의료인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무를 규정하지 않고 있고 작성된 지출보고서를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개인적 의견이지만 한국도 선샤인 액트의 연착륙을 위한 완충기간을 거쳐 늦어도 5년 안에는 미국처럼 공개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관계 기관에서도 그렇게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지출보고서 작성에 따른 업계 영향은?

현재 지출보고서를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제약사들의 가장 큰 걱정은 지출보고서를 당장 어떻게 작성하고 준비하는가에 대한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지출보고서 작성에 따른 문제는 정작 작성된 지출보고서 외 부분에 조사가 맞춰 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기관이 제약사 또는 의료기기 회사들을 조사할 때 지출보고서로 작성된 부분은 당연히 검증의 단계에서 신속하게 보게 될 것이고 이는 정부의 조사가 현재보다 더 밑단까지 내려갈 것을 예고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의 조사 실효성이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전에는 확인이 어렵거나 몰랐을 부분까지도 정부가 알 수 있게 되고 조사를 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정말 두려운 부분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실례로 세무 조사를 들자면 국세청은 일정한 기간 동안만 세무조사를 나오게 되는데 지출보고서가 작성돼 있으면 합법적인 지출을 검증의 단계에서 신속하게 분석하는데 이보다는 오히려 지출보고서에 들어가지 않는 다른 비용들에 대해 감사자 입장에서 더 집중적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감사자는 기업이 자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지출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생각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부분은 지출보고서에서 작성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지출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작성한 경우에 200만 원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는데 제약사가 200만원 벌금을 두려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규정을 지키지 않았을 때 이를 감사할 당국의 현미경 조사가 무섭기 때문에 지출보고서를 작성하려는 것과 같은 의미로 생각하면 된다.

≫ 지출보고서 제도 정착을 위한 보완점은?

의료인들이 제공 받은 재물·재화·용역 등의 정보공개가 필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경제적 이익을 제공 받는 사람들이 공개에 대한 부담과 염려로 투명한 거래를 원하게 될 것이고 이는 불법 리베이트를 줄이는데도 한 몫 하게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의료인들의 제공받은 이득이 공개되기 위해서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은 의료인들의 날인이나 서명이 강제화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현재 제도는 제약사가 의사나 약사 등의 서명을 강제적으로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제약사는 적극적으로 의료인에게 지출 보고서의 증빙을 받기 보다는 기록을 하는 측면이 가깝고 현장에서는 의료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는 의사들의 지출보고서 제도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게 된다. 실제로 의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지출보고서 인지에 대한 약사신문과 PNI리서치 설문조사 결과 과반수가 지출보고서 의무화에 대한 내용을 모른다고 하는 답변이 전혀 놀랍지 않은 결과라는 것을 반증한다.

지출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을 경우의 처벌 수위도 공식적으로 강화해야 된다고 본다. 지출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작성한 경우와 근거 자료를 보관하지 않은 경우 벌금이 200만원이라는 것은 제도를 가볍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 할 수 있다.

또한 오류로 잘못 작성한 것과 거짓으로 작성한 부분에 대해 고의성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만큼 처벌 수위를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밖에 지출보고서를 전산화할 필요가 있다. 지출보고서제도의 취지를 감안해도 규격화 시킨 전산 데이터는 향후 디스클로저로 가기 위해 준비해야할 부분이다.

현재는 자율적으로 데이터를 보관 비치하게끔 되어 있지만 보고서를 제출 할 때는 전산화된 데이터를 받을 수 있게끔 하고 회사도 이 부분을 관리와 보고를 위해 전산화 시켜야 할 것으로 본다.

논란이 일고 있는 CSO에 대한 관리 주체를 규정에 명시화 하는 것도 보완 돼야 할 부분이다.

CSO는 제약사를 위한 영업 대행 행위를 하는 곳이고 그 곳을 관리 감독하는 것은 제약사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 맞다. 다른 선진국에서도 CSO에 대한 관리 감독을 제약사에서 하고 있으며 법적으로 봐도 지출보고서의 작성 주체는 의약품공급자와 의료기기 제조업자이기 때문이다.

지출보고서에 ‘강연과 자문’에 대한 항목도 포함돼야 한다. 지출보고서에 나오는 항목들은 견본품제공, 학술대회지원, 임상시험지원, 제품설명회, 시판후 조사, 대금결제에 따른 비용할인으로 모두 합법적으로 경제적 이익이 가능한 부분이다. 강연회에 대한 부분도 합법적 테두리로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공정경쟁 규약과 기업윤리 강령에도 자문 및 강연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 있는 만큼 약사법과 지출보고서에 그 내용이 추가돼야 한다고 본다.

“과거 얽매인 리베이트,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최근 정부는 지출보고서 작성·보관 의무화, 리베이트 제재기준 강화, 감사원의 국세청 감사 등의 사례를 통해 불법리베이트에 대한 근절의지를 강력히 내비치고 있다.

업계 차원에서는 컴플라이언스 뿐만 아니라 법무, 회계, 세무, IT 등 전문 영역의 통합된 공동 대응이 필요하고 체계적 관리 프로그램을 갖추고 위험성 있는 소지를 줄이고 직원의 일탈 행위를 방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제약사 경영층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컴플라이언스의 역할이 영업 행위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미래의 중장기적인 계획 하에 투명경영 활동이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

이제 입증되지 않은 비용들을 재무나 세무 적으로 숨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됐다.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기 보다는 투명경영과 R&D를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통해 글로벌 환경에 이겨낼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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