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계 불법 리베이트 관행에 제동을 걸 것으로 기대되는 지출보고서 제도, 이른바 한국판 선샤인 액트가 시행 1년을 넘겼다. 이에 따라 경제적 이익을 제공 받은 의사와 약사들의 인적 사항이 포함된 지출보고서를 이달 말까지 작성해야 하는 만큼 업계는 명단으로 인해 혹시라도 불이익이 생기거나 미칠 파장에 주목하면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과거에는 제약사가 의사나 약사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경우 국세청 조사가 나오더라도 제공 받은 사람이 누구였는지 확인이 어려웠다. 이에 기업은 대부분을 모르쇠로 일관하다 그 세금을 인정 상여라는 명목으로 부담했다. 그러나 이제 합법적 틀 안이라고 해도 경제적 이익을 누구에게 주는지 명시해야 하는 만큼 제약사들 입장에선 부담이 커지게 됐다.

>> 감사원, 국세청과 해석 달라…리베이트 허용 범위 축소

제약사, 경제적 이익 함구해도 의·약사에 소득세 부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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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불법 리베이트로 확인된 사안들은 사법부나 당국의 법적 처벌과는 별도로 세금을 추징당했다. 리베이트를 제공한 당사자인 제약사도 그 금액에 대해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함으로써 법인세를 더 부담해야 했고 리베이트를 제공 받은 것이 확인된 의사 등도 경제적 이익분을 소득으로 간주해 세금을 납부해야 했다.

여기서 제약사는 리베이트 성격의 유사한 비용을 지급할 경우 의사나 약사의 명단을 철저히 함구해 왔다. 향후 관계를 고려할 때 제약사들이 구체적인 명단을 스스로 밝힐 경우 영업에 막대한 타격으로 돌아올 것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이에 세무당국은 두 가지 방법으로 제약사에 세금을 부과해 왔다. 하나는 유사접대비로, 제약사의 비용을 접대비로 간주해 법인세를 부담하는 방식과 대표이사에게 인정 상여금이라는 명목으로 소득을 발생시켜 세금을 고지하는 방식이다.

특히 세무당국은 회사에서 돈은 나갔는데 명확하게 누구에게 갔는지 확인이 안 될 경우 대표이사의 인정 상여금으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제약사는 일반적으로 추징되는 법인세 뿐만 아니라 대표이사에게 부과되는 소득세도 대납하고 있는 상태다.

대표적으로 지난 1월 K제약은 중부지방국세청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개년 법인세 통합 세무를 조사한 결과 117억원의 법인세를 추징 당했다. 여기에 대표이사에게 귀속한 인정 상여금에 대한 상여 처분액으로 인한 소득세 등 35억원도 추가로 대납했다.

대표이사 귀속 인정상여금이란 회사의 법인카드 등으로 사용한 비용이 사용처가 불분명할 경우 이 돈이 총 책임자인 회사 대표에게 흘러 들어갔다고 보고 대표이사에게 소득세를 물리는 경우를 말한다. 실제로 2014년 11월 국세청에서는 제약사가 구입한 상품권 역시 사용처가 불분명하면 대표이사가 부담할 상여로 처분을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세청의 이러한 행보에도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9월 감사원은 ‘서울지방국세청 기관운영 감사보고서'를 통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4개 제약사의 법인 통합조사에서 접대비로 처리한 375억원 중 268억원을 불법 리베이트로 봤다. 리베이트 내용으로는 상품권 104억원, 의료장비 무상임대로 36억원, 접대성 경비 127억원이 확인됐다. 이 중 접대성 경비 127억원은 제품설명회 등을 열면서 식대 등 이익을 제공받은 사용자의 명단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발생했고 이에 감사원은 이런 이익제공이 리베이트에 해당된다면서 이익이 흘러 들어간 의사와 약사들에게도 소득세를 부과하라고 지적했다.

앞서 S제약도 지난해 12월 국세청 정기 세무조사 결과, 197억 원의 세금이 추징된 것으로 확인됐고 지난해 말 D제약은 의약품 납품을 조건으로 약사와 의사 수백 명에게 상품권을 대량 지급하는 등 100억 원대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바 있다. 또 N제약도 의료인 등에게 납품 의약품 가격의 10~50%를 외상 선 할인의 방법으로 이익을 제공했고 여기에 프로포폴 투약 장비를 병의원에 무상으로 제공한 것도 포착됐다.

>> 의·약사 이익분, 사안에 따라 세금 이슈 발생 가능성 높아

사업과 직접 관련 없으면 증여세, 뇌물 인정시엔 기타소득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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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의사나 약사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내역을 담은 지출보고서가 앞으로 세무 당국에 넘어가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세금 전문가들은 지출보고서의 불법여부를 떠나 별도로 세금 추징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합법적 틀 안의 경제적 제공에 대해 이익을 얻은 자는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올해 종합소득 최고 세율은 5억원 이상의 고소득자의 경우 42%가 적용되고 있다. 만약 1억원 정도의 소득자라면 항목에 따라 이익 받은 대가의 35%를 세금으로 추가 납부해야 한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사실판단의 문제가 있어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경제적 이익 제공에 따라 의사나 약사들이 받는 이익분이 정상 영업 거래와 관련한 것이라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면서도 사안에 따라 세금 이슈가 발생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기본적으로 직접적인 사업과 관련이 있는 부분에 대해 이익을 제공 받으면 수익으로 인식해 받는 사람은 사업소득으로 신고하면 된다.

만약 의사나 약사가 직접적인 사업과 관련이 없이 금품이나 지원, 혜택을 사회적인 통상수준을 벗어나 받게 되면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 증여세 과세기준이 50만 원 이상이기 때문에 50만 원 이상의 금품을 제공 받은 경우는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반면, 제공받은 금품이 리베이트 사례금이나 뇌물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일종의 지원이나 접대를 받은 것에 해당, 증여세 대신 기타 소득에 대한 소득세를 부담한다. 국내 소득세법에 따르면 뇌물이 기타소득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다만 건별로 5만 원 이하의 기타소득 금액은 과세되지 않는다. 즉, 의사나 약사들이 현금이나 상품권을 포함 식사 접대 등 다양한 형태로 이익 제공을 받았다면 소득이 생긴 만큼 이에 따른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 제품설명회, 판매부대비용과 접대비 구분 불명확 ‘주의’

세무 당국, 영업 명단 확보시 ‘세금 폭탄’ 우려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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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지출보고서에 대한 항목별 내용 중 몇 가지 세무 이슈사항을 점검해 봤다.

먼저 학술지원비와 임상시험 연구비의 경우 지원을 받은 의사 등은 지원금을 소득에 합산해 세금을 내야 한다.

실제로 심사청구 판례에 따르면 전문의에게 지급한 학술지원비를 전문의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판단해 소득세를 부과한다는 취지의 결정이 2012년도에 내려진 바 있다. 또 제약회사나 임상시험 전문회사 등이 외부기관이 발주한 임상시험 연구용역 수행분에 대해 독립적으로 의사 등이 연구비를 지원받은 경우 기타소득으로 2017년에 심판청구 결정된 판례도 있다.

특히 제품설명회는 판매부대비용과 접대비의 구분이 쉽지 않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만큼 지원하는 제약사는 주의를 해야 한다.

영업사원별로 담당 병원 및 약품을 정하여 영업활동을 하고 쟁점설명회를 개최한 것에 대해 제약사의 판매부대비용으로 비용을 인정하지 않고 접대비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

판매부대비용으로 인정되면 전액을 세금 공제 받을 수 있는 비용으로 인정되지만 접대비로 판단될 경우 접대비한도 이외의 금액은 모두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고 법인세가 부담된다. 현재 법인의 접대비 한도는 매출액이 500억원을 초과하는 규모일 경우 6천만원+500억원 초과금액의 3/10,000 수준으로 적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사들이 접대비를 초과하고 있다.

또 제약사가 의료기관에 제품설명회를 하면서 보건의료전문가 등에게 지출한 식음료비는 접대비가 아닌 판매부대비용으로 인정한 판례도 있지만 그 외 지원금은 대부분 접대비로 처리된 만큼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대금결제 조건에 대한 비용할인과 관련해서는 약사법상 거래금액의 0.6%~1.8%까지만 허용되고 있으므로 이 이상을 초과한 금액은 리베이트 금액으로 인정, 할인을 받은 의사와 약사등은 기타소득으로 세금을 물어야 한다.

세무법인 삼익 정영기 대표세무사는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지출보고서상의 정상적인 지원금은 공급자인 제약사의 입장에서 영업비 등 정상적인 비용 계정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불법 리베이트(뇌물)로 확인되는 경우 접대비나 대표자의 인정상여로 처분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영기 세무사는 “의사나 약사 등 이익을 제공 받은 입장에서는 사업과 관련한 정상적인 이익을 받은 경우 종합소득에 포함돼 소득세를 납부하고 만약 업무와 관련이 없다면 증여세를 납부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만약 리베이트로 간주되면 필요경비가 인정되지 않는 기타소득으로 종합소득에 합산해 세금을 납부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 세무사는 “앞으로 관행적으로 해오던 경제적 이익 제공에 대해서도 지출보고서에 의사나 약사의 이름이 들어가야 하는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며 “향후 지출 내역 공개로 인해 세무 당국에서 제약사와 관련한 영업상의 명단을 확보하는 경우 세금이 폭탄으로 돌아 올 수 있어 정확하게 증빙을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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