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특별사법경찰권 권한 부여 논의가 불붙었다. 건보공단은 물론 국회에서도 특사경 도입을 추진 중이다. 대한약사회 등 약사 단체는 찬성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의사 단체는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 법률전문가와 일선의 경찰들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분위기가 엿보인다.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건보공단의 특사경 추진이 험난한 ‘가시밭길’을 예고하는 모양새다.

건보공단은 지난해부터 면대(면허대여) 약국과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 위히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제도 도입을 추진해왔다. 특사경 권한이 부여되면 공단이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을 직접 수사해 건강보험 재정누수 현상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특사경은 사회발전으로 범죄수사의 전문성이 요구됨에 따라 식품, 의약품 등 위반자에 대해 공무원에게 경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조사, 수색, 압수, 영장 신청 등 경찰과 동일한 업무를 할 수 있는 공무원이다.

‘공단 특사경’은 이미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지난해 12월 6일 건보공단 이사장의 추천에 따라 근무지를 관할하는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지명한 공단 임직원이 사무장병원과 면대 약국을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이다.

약사 단체에서는 긍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대한약사회는 최근 “공단이 면대약국에 대해 강제적으로 조사할 수는 없어 경찰 조사를 오래 기다려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며 “공단이 특사경 권한을 얻으면 빠른 조사와 처리가 가능해질 것”고 설명했다. 면대약국 척결에 대해 공단과 약사 단체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의사 단체의 의견이 약사 단체와 정반대라는 점이다.

대한의협 최대집 회장은 지난해 12월 "의료기관 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는 등 공권력의 부작용이 터져 나오고 있다“며 ”공단 특사경은 모든 의료기관을 상시로 감시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의료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공단 특사경을 도입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일선의 의료진들도 ‘공단 특사경’의 무차별적인 표적 수사 가능성을 우려했다.

의원급 병원의 한 원장은 “공단 직원들이 실적 압박에 몰리게 되면 여기저기를 쑤시고 다닐 것”이라며 “정상적인 병원 진료도 위축될 수 있다. 사무장 병원이라고 낙인을 찍고 들어와서 뒤지면 아무 잘못이 없는 병원들도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한 경찰은 “사무장 병원에서 일어나는 불법은 건보공단이 파악하기 쉽다. 아무래도 전문성이 있기 때문이다”며 “하지만 공단 직원들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내사를 통해 일종의 표적수사를 할 수 있다. 병원 운영의 자율성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표적 수사로 인해 의사들의 자유로운 진료 활동이 방해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표적 수사 가능성을 일축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수사의 대상은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으로 국한된다. 표적수사는 아니다”며 “오히려 특사경이 사무장병원을 초기에 색출하면 의료계 전체에 도움이 된다. 사무장 병원 환자들의 돈은 원래 주변 다른 병원의 몫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된 기관은 2009년 6곳에서 2017년 225곳으로 35배 이상 급증했다. 이들 기관이 8년간 챙긴 부당이득금은 약 1조 8112억원, 환수 금액은 약 1320억원으로 평균 환수율은 7.29%에 그쳤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공단의 사무장 병원 관련 수사 의뢰 건수는 1년에 100건 이상이다”며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고 있지만 회신은 보통 1년 뒤에야 온다. 그때가 되면 부당이득금 환수에 들어가는데 혐의자들이 이미 재산을 은닉한 경우가 많다. 환수율이 현저히 낮은 이유”라고 토로했다.

강력한 수사권을 확보한다면 사무장병원이 챙긴 부당이득금을 빠르게 환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공단 특사경’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변호사는 “수사 속도가 느린 문제는 경찰을 충원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며 “경찰 업무는 필연적으로 국민의 신체, 재산에 대한 침해를 수반한다. 매우 엄격한 감시와 감독 하에 이뤄져야 하는데 특사경 권한 확대는 편파 수사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단 특사경의 경찰권 남용으로 피해를 당하는 의사들이 늘어날 것이란 의견이다.

하지만 건보공단의 입장은 확고하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단순히 부당이득금 환수문제뿐만 아니라 환자 인권을 위해서도 특사경 권한이 필요하다”며 “사무장 병원에서 치료받지 않아도 될 환자들이 치료받는 일이 부지기수다. 과잉진료로 불필요한 의료혜택을 받아 건강마저 악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사무장 병원을 척결해 그분들을 제대로 된 병원으로 보내드려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건보공단은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현실은 ‘첩첩산중’이다. 대한약사회는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의협은 강력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제각각이란 의미다.

앞서의 경찰은 “복지부엔 이미 특사경 권한이 있다”며 “복지부 특사경과의 차별점을 부각하거나 특사경 권한 남용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제약을 두는 것도 방법이다. 공단은 더욱 견고한 논리를 만들어 국민들과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