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고문(팜뉴스)

신재민 팜뉴스 고문
신재민 팜뉴스 고문

2019년, 이미 21세기의 초입을 넘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4차 산업혁명을 말한다. 그런데 과연 4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18세기 영국의 방직산업과 증기기관이 촉발시킨 변화는 가히 혁명적이어서, 이를 ‘1차산업혁명‘이라고 부른다. 20세기로 접어들면서 전기와 자동차로 대표되는 대량생산 방식은 다시한번 생산성의 획기적인 증가를 가져왔고, 이를 2차 산업혁명이라 한다. 다시 20세기가 끝나갈 무렵, 컴퓨터와 인터넷이 주도한 디지털 기술은 인류의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그래서 3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려진다.

과연 또 한차례 ‘혁명‘이라고 부를 만한 변화가 오고 있는 것일까? 있다면, 어떤 산업분야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게 될까? 어떤 이는 AI(artificial intelligence)를 말하고, 또 어떤 이는 BT(bio-technology)가, 또 다른 이는 빅데이터가 중요하다고 한다. 사실 아직은 이런 식으로 산업혁명을 구분하는 것은 학문적이라기보다는 시사적 용어에 가깝다. 또 인간의 지식은 상당부분 사후에 제 모양을 갖추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어떤 정의가 맞을지는 훨씬 세월이 흘러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현시점에서 대체로 4차 산업혁명에 관해 말하는 것을 종합하면, 여러 분야에서의 기술적 발전이 융합되어 생산성의 기하학적, 승수적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이전보다는 차원이 다른 기술적 혁신이 새로운 생산양식, 나아가 새로운 사회질서, 새로운 문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무엇인가 엄청난 변화가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앞에 기다리고 있다고 많은 석학들이 예언하고 있다.

그 실체가 무엇일지 알지 못한다고 해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변화에 따라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지구상에 있는 나라들 사이에 매우 큰 경제적 불평등이 생긴 이유는 간단하다. 산업혁명의 물결을 받아들이느냐, 혹은 거부하느냐의 갈림길에서 어느 쪽을 택하였느냐가 한 사회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수많은 정치적, 경제적 사상과 이론이 있지만 잘 사는 사회와 아직도 빈곤에 고통받고 있는 사회를 갈라놓은 것은 바로 이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운이 좋았다고 할 것이다. 20세기의 문턱을 넘어설 때까지도 그토록 격렬하게 변화를 거부하는 바람에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던 한국이 뒤늦게나마 산업혁명의 대열에 합류한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다.

비록 짧은 기간 큰 변화를 온몸으로 감당해야하는 바람에 많은 갈등과 부작용을 겪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산업혁명을 받아들인 것 자체가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 부작용은 앞으로 치유하면 될 것이지, 원천적으로 처방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이미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거니와, 만약 산업혁명이란 약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우리 사회는 진즉 사망했을 것이다.

비록 1차 산업혁명은 어리석게도 거부했지만 이후 한국이 보인 성과는 놀랍다. 2차 산업혁명의 대표 상품이라고 할 자동차와 조선에서 세계적인 생산능력을 갖추었다. 또한 3차 산업혁명의 꽃이라고 할 반도체와 스마트폰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 최빈국 수준에서 일인당 GDP 3만 달러의 세계 15위 수준의 부국이 되었다. 노예제도를 기반으로 한 전형적인 착취사회인 조선왕조시대에서 불과 100년 남짓의 짧은 세월에 변화한 현재의 모습은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겨났을까? 많은 이론과 주장이 난무하다. 특히 요즘의 극렬한 정치적 대립상황은 더욱 우리를 어지럽게 한다. 너무도 극단적인 주장마저 버젓이 공론인양 말하는 경우도 있을 것을 보면 우리의 앞날이 걱정되기까지 한다. 역사의 무대에는 발전하는 사회만 있는게 아니고 퇴보한 예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영원히 발전만 하는 경우는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물질문명에 원천적인 비판적 의견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확실한 대안없이 산업혁명의 바퀴를 멈추었을 때 따라오는 고통은 상상하기도 싫다. 수만년 이래의 야만상황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멈칫멈칫 제자리걸음하는 것같은 우리의 현상황이 그래서 불안하다.

짧은 기간에 산업혁명의 물결을 따라잡은 한국의 모델은 한마디로 ‘따라잡기‘다. 이미 먼저 앞서가고 있는 사회로부터 배우고 모방해서 만드는 방식이다. 거기까지는 매우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을 말하는 지금, 우리는 앞으로도 여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살아갈 수 없다. 아직 새로운 혁신의 윤곽이 명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벤치마킹할 선두주자도 마땅치않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앞서 나가야 하는 시점이다. 모든 산업 분야에서 그래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또 그럴 수도 없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 가능성 있는 분야에서만 앞서나가도 충분하다.

이런 관점에서 근래 주목을 받고있는 분야가 BT다. 흔히 ‘바이오‘라 하면 ‘신약 개발’을 연상하지만 실제 그 범위는 대단히 넓다. 의학, 제약에서부터 건강식품, 식품가공, 그리고 농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미 동물성 단백질, 즉 고기를 세포배양의 방법으로 만드는 벤처기업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인조고기를 넣은 햄버거가 시장의 주류로 등장할 날도 멀지않아 보인다. 목장에서 사료를 먹여 기른 소를 도축해서 고기를 얻는 것보다, 환경파괴의 영향이 거의 없이 바이오공장에서 싼 비용으로 고기를 만들어내는게 그리 어려워보이지 않는다. 또한 조금 입 빠른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빠르면 2050년 인간은 더이상 죽지않는다“고 말한다. 과연 그 예언이 맞을지는 모르지만 의학과 약학 분야에서 기술적 혁신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먼 나라의 이야기 같지만 사실 한국의 BT 잠재력은 매우 크다. 우선 기술적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인적 자원이 매우 좋다. 우리나라의 의과대학과 약학대학은 이공계의 여타 분야를 훨씬 능가하는 정도로 인재를 싹쓸이해왔다. 이들 중 적지않는 수가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낼 인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다소는 허장성세의 감이 있지만 몇년 전부터 바이오제약업체들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에 신약기술 수출도 이루어지고, 우리 기업이 직접 미국 FDA에 신약 임상에 들어가는 경우도 생겼다. 이제 시작에 지나지않는다고 하겠지만 BT에서도 얼마든지 삼성전자 같은 세계적 기업이 나올 수 있다.

그런 날이 하루빨리 오기 위해서는 두 가지 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첫째, 창조적 파괴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허물어야 한다. 기술적 혁신으로 사회 전체가 큰 혜택을 입어도 그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는 집단이 어느 사회든 있기 마련이다. 그게 두려워 아예 기술적 혁신이 불가능하도록 꽉 막힌 제도를 고집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당장은 일부 집단의 이익을 보호함으로써 사회안정의 효과를 볼 수 있겠으나 결과적으로는 퇴보를 가져올 뿐이다. 의학발전의 전기를 가져온 천연두 예방접종, 엑스레이의 발견 같은 기술적 혁신을 앞서서 반대했던 집단이 바로 의사들이었다는 사례도 있다. 현재의 규제가 과연 공익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기득이권의 보호를 위한 것인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둘째로는 금융의 활성화다. 금융이 뒷받침하지 않는 BT에서의 기술적 혁신은 공염불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신약개발의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실감하고 있듯이 어마어마한 자금이 필요하다. 외국의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의 BT에 주목하는 반면, 우리 금융업계는 아직 머뭇거리는 수준이다. 정부의 규제와 감독 아래 쉽게 살아가는데 익숙해진 탓 같다. ‘경제는 세계 10위권이나 금융은 90위권‘이라는 말이 안타깝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나는 비관하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상품, 새로운 시장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가 정신을 믿는다. 지금은 답답해보여도 언제나 세상은 변하고 있고, 나의 조그만 시도가 세상을 크게 변화시킬 수도 있다. 이미 우리나라의 BT는 도약을 위해 꿈틀거리고 있다. 지금의 어려움도 옛말이 될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현실을 넘어서는 도전정신만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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