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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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고강도 규제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대로 가면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서는 살아 남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를 모를리 없는 정부가 개편안대로 새로운 정책을 추진한다면 결국 중소제약사를 시장에서 솎아내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이달 안에 제네릭 의약품 약가제도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완제의약품 직접 생산, 원료의약품 등록 등 3가지 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제네릭 약가를 차등 부여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현행과 같이 오리지널의 53.55%, 2개를 충족하면 43.55%, 1개를 충족하면 33.55%,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30.19%의 약가를 주겠다는 것인데 내수 시장에서 제네릭 의약품으로 성장해 왔던 중소제약사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부 규제안이 제약업계 재편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과거 굵직한 의약품 정책에 따라 제약업계의 판도가 요동쳤었다. 2000년 의약분업이 이뤄지며 의사의 처방권이 강화되자 환자들이 약국 대신 병·의원으로 대거 이동하며 전문의약품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반면 시장의 중심에 서 있던 일반의약품은 힘을 잃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잘 읽어내며 제네릭 의약품 사업에 뛰어든 제약사는 급격하게 규모를 키웠고 그렇지 못한 제약사는 옛 영광을 이어가지 못했다.

2012년 일괄약가인하도 약 12년간의 제네릭 의약품 시장의 황금기에 안녕을 고하게 만든 기념비적인 정책이었다. 일괄약가인하는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를 절반 수준으로 낮춰 중견제약사들이 생존을 위해 신약개발과 R&D에 역량을 집중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약값을 하향 평준화하는 대신 보험 등재 순서에 관계없이 최저가를 보장해주면서 중소제약사들이 더욱 제네릭 의약품의 비중을 높이는 부작용을 만들어 냈고 결국 역량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언급되고 있는 제네릭 약가제도 정책이 그대로 도입된다면 그 파급력은 과거 두 차례의 정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파고를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자본력과 탄탄한 R&D 역량을 보유한 중견제약사만 살아남고 중소제약사는 전면적인 구조조정에 직면할 것이라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중소제약사는 직접 생동을 하지 않고 공동위탁 생동으로 허가를 받은 뒤 의약품수탁생산(CMO) 업체가 생산한 제네릭 의약품을 판매해 왔다. 저렴한 비용으로 개발한 제네릭 의약품이 오리지널 의약품 약값의 50%까지 보장이 되다 보니 연구·제조 설비에 투자할 이유가 없었다. 실제로 300여개의 국내 제약사 중 연구·제조 설비를 갖춘 곳은 50여개에 불과하다.

한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공동생동 폐지와 더불어 제네릭 약가제도가 그대로 적용된다면 중소제약사에게는 사망선고가 내려지는 것과 같다. 정부가 요구하는 요건 중 1가지를 충족하기에도 쉽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30% 약가를 받아 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것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면서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규제안을 강행하는 것은 정부 기준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제약사를 시장에서 솎아내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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