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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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은 멜라토닌을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해왔다. 멜라토닌이 국내에서 자유롭게 유통될 수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청와대 청원게시판에서는 최근 멜라토닌 유통 금지를 풀어달라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보건당국이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멜라토닌은 뇌에서 분비되는 생체 호르몬으로 불면증 치료에 사용하는 약물이다. 뇌를 억제해 수면을 유도하는 기존의 약물과는 달리 멜라토닌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자연적인 수면을 유도하는 게 특징. 만약 생체 리듬이 깨졌거나 불면증이 있다면 멜라토닌이 부족하단 의미다. 반대로 캡슐이나 물약 형태로 만들어진 멜라토닌을 섭취하면 수면의 질은 높아질 수 있다.

2014년 식약처는 부작용 등 안전성을 이유로 멜라토닌을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했다. 당시 멜라토닌이 ‘통관금지품목’으로 지정되면서 해외직구 경로도 막혔다. 현행 약사법은 멜라토닌을 온라인상에서 유통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의사 처방과 약국이라는 문턱을 넘어야만 멜라토닌 구입이 가능하단 의미다.

법은 현실과 차이가 있다. ‘멜라토닌 해외 직구 후기’와 같은 게시글이 현실에 해당한다.

2018년 2월 한 회원은 블로그에 “멜라토닌이 함유된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했다”며 “멜라토닌은 병원에서 처방받는 수면제보다 훨씬 순한데 식약처가 통관을 금지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공유했다. 약 1100명의 소비자들이 게시물에 구입 방법을 수소문하는 댓글을 달았다. 국내 유명 쇼핑몰에서도 멜라토닌 해외직구 구매를 대행할 정도로 멜라토닌은 언제 어디서든 구할 수 있다.

‘불법’적인 해외직구가 이처럼 활발한 이유가 뭘까.

현재 국내 허가를 얻은 멜라토닌 제제는 건일제약의 ‘서카딘’이 유일하다. 55세 이상의 불면증 환자가 서카딘 한 정을 복용할 순 있지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는 없는 만큼 한 달 약값은 4~5만원 수준. 전문의약품이란 허들을 뛰어 넘어도 ‘연령’과 ‘약값’이란 또 다른 장벽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멜라토닌’을 둘러싼 논란은 청와대 청원에서도 꾸준한 이슈다.

지난 6일 청원자 A 씨는 “만성불면증으로 고통 받는 70세 노인이다. 신경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수면제는 후유증이 심하고 정신불안 안정제는 오래먹으면 내성이 생겨 효과가 없다”며 “해외직구로 멜라토닌을 구입해서 먹고 있었는데 부작용도 없고 숙면을 취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에서는 멜라토닌을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한다. 일반 슈퍼마켓에서도 살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만 식약처에서 통관을 금지하고 있다. 서카딘은 약값이 너무 비싸다. 식약처가 불필요한 통관규제를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식약처가 멜라토닌을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하면서 불면증 환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국내와 달리, 멜라토닌을 '기능성 성분'으로 인정해왔다. 미국의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천연 멜라토닌 성분으로 만든 건강보조식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단 얘기다. 멜라토닌을 넣은 반려견 안정용 젤리도 판매 중이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멜라토닌 성분의 국내 유통을 허용해달라는 목소리가 수년째 들리는 까닭이다.

하지만 식약처 입장은 요지부동.

식약처 관계자는 팜뉴스와의 통화에서 “멜라토닌 성분은 국내 유입 당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됐다”며 “멜라토닌 성분을 건강식품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소비자 선택권 침해는 아니다. 의약품 성분이 들어간 식품은 원천적으로 유통을 막아야 한다. 원칙적으로 불면증 완화 효과가 있는 치료 목적의 의약품은 건강보조제로 쓰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서는 식약처를 향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앞서의 청원자 A 씨는 “식약처가 제약회사 한 곳만을 위해 멜라토닌의 해외 직구를 저지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식약처가 멜라토닌을 전문의약품으로 유일하게 허가받은 건일제약을 위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뜻이다.

건일제약 측은 이 같은 의혹을 즉각 반박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다. 멜라토닌 성분에 대해 소비자들이 중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그런 말들이 나온 것일 뿐”이라며 “멜라토닌 건강보조제는 멜라토닌 성분뿐 아니라 여러가지 고형제가 들어있기 때문에 검증이 되지 않았다.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에 식약처가 건강기능식품으로 허용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일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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