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제약사들의 성적표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매출 상위 제약사의 수익성은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나타낸 반면 중견사들은 ‘내림세’를 보이면서 기업 규모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25일 본지는 2018년도 잠정실적을 발표한 상장제약사 60곳의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매출규모 3000억원 이상의 상위 제약사 16곳 중 12곳의 수익성이 호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매출 1000~3000억원 미만의 중견사는 18곳 중 6곳만이 좋아졌다. 1000억원 미만의 소형사는 26곳 중 과반수인 13곳의 수익성이 향상됐다. 여기서 수익성이 좋아졌다는 것은 전년대비 영업이익의 확대(23곳)·흑자전환(5곳)·적자축소(3곳)를 의미하고 반면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뜻은 전년대비 영업이익의 축소(19곳)·적자전환(7곳)·적자확대(3곳)를 말한다.

 

우선 3000억원이상 매출군에서는 일양약품을 비롯한 유한양행·GC녹십자의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보령제약·동아에스티·한국콜마·휴온스·제일약품 등 다수의 상위 제약사들이 선전했다.

1000~3000억원미만 매출군에서는 부광약품·대원제약·종근당바이오가 수익성이 호전된 반면 이연제약·경보제약·휴젤·삼천당제약 등 다수 중견사들의 수익성은 악화됐다.

1000억원 미만의 매출군에서는 한올바이오파마·유유제약·조아제약·CMG제약의 수익성은 좋아졌으나 같은 매출군에 속한 에스티팜·삼일제약·동성제약·서울제약·아이큐어 등은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다.

업계의 이목이 쏠린 매출 ‘1조 클럽’ 가입에는 유한양행, 한국콜마, GC녹십자, 한미약품 등 4곳이 확정됐다. 광동제약은 아직 최종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1조1000억원 내외의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총 5개사가 1조원 대 매출 기업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CJ헬스케어를 인수한 한국콜마의 1조 클럽 진입과 개량신약을 앞세운 한미약품의 선전에 주목할 만하다.

전체 60개사의 평균 매출은 7.9%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45개사의 매출이 증가했고 15개사는 감소했다. 매출 3000억원 이상 상위 제약사 중 역성장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에스티팜의 경우 매출이 52% 급감하면서 반토막 났고 안트로젠 –33%, 아이큐어가 –16%로 쪼그라든 성적표를 받았다. 반면 매출이 급증한 곳은 인트론바이오(+88%), 한국콜마(+65%), 녹십자셀(+51%), 종근당바이오(+32%), 부광약품(+28%)이 화려한 성적을 올렸다.

이 같은 에스티팜의 실적 급락은 원료를 공급하는 길리어드사이언스의 C형 간염치료제가 높은 완치율로 환자가 줄면서 매출 감소의 직격타로 작용했다. C형 간염약 원료 매출은 2017년 1,369억원에서 2018년 348억원으로 1,000억원 넘게 감소했다.

안트로젠은 전년대비 기술매출 감소에 따라 매출이 33% 급감하면서 24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됐다. 아이큐어도 전년대비 매출이 60억원이 감소했고 완주공장 KGMP 승인 전 운용비용이 대폭 증가함에 따라 손실 폭이 커지며 8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인트론바이오는 로이반트사이언스로부터 엔도리신 기반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SAL200'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금 1000만달러(약 110억원)를 지난해 4분기 수령하면서 52억원의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GC녹십자셀도 ‘이뮨셀-엘씨’ 매출이 전년대비 39% 증가한 264억8000만원을 기록하면서 51%의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또 신규 종속회사 편입과 투자주식 평가이익 등으로 전년대비 금융수익이 증가하면서 당기순이익도 전년 7억원에서 169억원으로 2000% 넘게 증가했다.

부광약품은 지난해 조사대상 60곳 중 가장 높은 361%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였다. 적극적인 오픈이노베이션과 투자금 회수 전략이 매출 확대는 물론 수익성 개선에서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흑자전환에 성공한 제약사로는 차바이오텍이 눈에 띈다. 회사는 전년 67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167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해외 종속회사의 실적성장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미국 할리우드 차병원의 Q.A.F(정부보험 환자들에 대한 추가매출)가 크게 증가한 데다 신규 종속회사인 호주 난임센터까지 178억원의 매출이 추가됐다. 게다가 이 회사는 당기순이익이 전년 459억원 손실에서 지난해 207억원의 이익으로 흑자전환했는데 이는 전환사채의 부채권 인식에 따라 전년 327억원의 파생평가손실이 한해를 넘겨 115억원 이상의 평가이익을 남김으로 영업외 수익이 크게 늘어났다.

반면 영업외 비용이 늘어 당기순이익이 급감한 제약사도 있다.

경동제약의 경우 영업이익이 326억원을 기록한 반면 순이익은 56억원에 그쳤는데 이는 중부지방국세청이 2013~2016년 통합세무조사를 한 결과, 법인세 등의 추징금 152억원이 부과되고 이를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과정에서 법인세비용도 함께 늘어났기 때문.

업계 한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지난해 절반 이상의 국내 제약사들이 수익 개선을 이뤘다는 것은 신제품 개발 성공과 R&D 투자 성과 그리고 영업전략이 맞아 떨어진 결과”라며 “매출 상위 그룹의 제약사들이 특화 전략과 자체 기술력으로 수익성이 늘어난 만큼 향후에도 선순환 재투자를 통한 성장이 기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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