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GSK, (아래) 길리어드사이언스

식약처가 최근 HIV 치료제의 시판을 잇달아 허가하면서 국내 에이즈 치료제 시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라이벌 관계를 형성 중인 길리어드와 GSK의 불꽃 튀는 경쟁이 국내에서 재현될 조짐이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가 신청한 ‘빅타비(성분명: 빅테그라비르나트륨·엠트리시타빈·테노포비르알라페나미드푸마르산염)’의 시판을 허가했다. 한 달여의 간격을 두고 GSK의 최초 이중복합 HIV 치료제인 ‘줄루카(돌루테그라비르·릴피비린)’ 역시 식약처로부터 최근 허가를 얻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에이즈 치료제들이 연달아 국내에 상륙한 것이다.

눈여겨 볼만한 사실은 길리어드와 GSK가 오랜 시간 동안 에이즈 치료제 시장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 왔다는 점.

일단 길리어드는 지난 2006년 아트리플라(엠트리시타빈·에파비렌츠·테노포비르)를 시작으로 복합제를 차례대로 출시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선점했다. 길리어드가 에이즈 치료제 시장의 ‘선두주자’로 불리고 있는 배경이다.

GSK는 2014년 트리멕(돌르테그라비르·아바카비르·라미부딘)을 출시하면서 길리어드를 거세게 추격했다. 트리멕은 뼈세포 및 신장 독성을 야기하는 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을 함유하지 않은 첫 복합제다. 2015년 길리어드가 젠보야(엘비테그라비르·코비시스타트·엠트리시타빈·테노포비르 알라페나마이드)를 출시하면서 다시 반격에 나선 까닭이다.

길리어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빅타비를 출시하면서 강자의 위치를 지켜냈다. 빅타비는 2018년 2월 미국, 6월에 유럽에서 시판 승인을 얻었고 1~9월까지 빅타비의 글로벌 매출액은 6억 달러에 달했다.

물론 GSK도 물러서지 않았다. 길리어드를 추격하기 위해 야심차게 꺼내든 카드가 줄루카다. 이 약은 GSK가 약 20년간 고수해온 3제 요법에서 과감히 전환해 2제 요법을 적용한 신약이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시장에서는 빅타비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시장은 어떨까.

줄루카와 빅타비가 식약처의 승인을 얻으면서 길리어드와 GSK의 새로운 에이즈 치료옵션이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길리어드와 GSK는 이미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MS 헬스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길리어드의 ‘젠보야’는 치료일수 기준 백본 시장에서 34.9%의 점유율(70억842만원)로 1위에 올라섰다. GSK의 트리멕은 같은 기간 24.1%(49억7884만원)로 2위를 기록했다.

GSK 관계자는 “줄루카는 HIV 시장에서 세계 최초의 2제 요법 치료제로 이번 줄루카의 허가는 또 하나의 입증된 2제 요법의 등장을 의미한다”며 “기존 3제 요법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옵션이 넓어진 만큼 향후 HIV 치료시장이 2제 요법을 중심으로 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국내 시장 성장을 자신했다.

이어 “빅타비는 기존의 3제 요법 복합제인 반면 줄루카는 2제 복합제다”라며 “HIV 감염인은 평생동안 치료제 복용을 통해 HIV 바이러스를 억제해야 하는데, 20대에 진단받은 환자의 경우 평생 6만 도즈의 약을 복용한다. 2제 요법의 또 하나의 옵션인 줄루카를 통해 HIV 감염인의 장기적인 약물 복용시 약물 독성의 우려를 줄여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길리어드 측은 빅타비가 내성은 물론 안전성, 복약 편의성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는 입장이다. 에이즈 치료제의 핵심은 약효의 지속시간이 길어야 하고 항바이러스 약에 대한 내성을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빅타비는 18시간에 1번 복용하도록 만들어졌다.

물론 빅타비와 줄루카를 직접 비교한 '헤드투헤드(head-to-head)' 임상이 진행되지 않은 이상, 줄루카와 빅타비 중에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 하지만 식약처가 줄루카와 빅타비의 국내 시장 진입을 용인하면서, 에이즈 치료제에 대한 길리어드와 GSK의 사활을 건 승부가 곧 본격화될 예정이다.

한편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이 공개한 국내 에이즈 신규환자 발생률 현황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체 신규 에이즈 감염 환자는 1199명 발생했다. 누적 감염 인원은 지난해 12월 기준 1만 1439명(사망자 제외)이었다. 이는 하루 평균 신규환자가 3명씩 발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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