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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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한 선고 일정을 확정하면서 제약업계에서는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2016년 당시 식약처는 전환 정책을 시기상조라고 판단했지만 최근 여성들의 일반의약품 전환 목소리마저 커지면서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 모양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을 뒤흔든다. 군가산점 폐지, 간통죄 폐지 등 치열한 가치가 부딪치는 쟁점에서 헌재는 국민들에게 답을 내렸다.

이제는 낙태죄다.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중 어느 것을 더 중시해야 할 가치로 보느냐에 따라 찬반이 나뉘고 있는 것.

헌재는 오는 4월 초 특별기일을 잡아 형법의 낙태 관련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선고할 예정이다. 2017년 2월 임부를 처벌하는 형법 269조 1항(자기낙태죄)과 의사를 처벌하는 270조 1항 (의사낙태죄)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헌재는 5년 전 재판관 4(위헌) 대 4(합헌) 의견으로 최종 합헌 결정했다.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는 9명의 재판관 중 6명.

법조전문가들은 이번에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올 것이란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헌법불합치란 헌법에 어긋나지만 곧바로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초래될 혼란을 막기 위해 법 조항 효력을 일정 기간까지 잠정적으로 인정하는 위헌결정의 일종이다.

와이앤코 법률사무소의 제본승 변호사는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간통죄처럼 현실의 필요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법률에 대해 헌재는 그간 위헌결정을 내려왔고 여론도 낙태죄 폐지에 대해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현행 모자보건법이 임신 초기 낙태를 범죄로 규정한 것은 과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2년과 2016년에 걸쳐 성관계 이후 의사 처방을 받아 복용하는 사후(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했지만 의료계와 종교계의 반발에 부딪쳐 최종결정을 유보했다.

이에 식약처는 결국 피임제 사용 실태와 부작용, 인식도를 종합 검토한 결과 이를 그대로 전문의약품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약업계 한 관계자는 “사전 피임약은 여성 호르몬을 고용량으로 한꺼번에 투약하는 만큼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약국에서 쉽게 사서 복용하면 인체 내 호르몬 주기가 바뀔 여지가 있기 때문에 식약처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향후 낙태죄 처벌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질 경우 정부의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정책은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사후피임약-낙태용인-낙태죄 불법 방조’란 부담에서 한결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

낙태죄 폐지에 부정적이었던 사회 분위기도 전과는 다르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여성 4명 중 3명(75.4%)은 “낙태죄(형법 제269조와 제270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2017년 11월 청와대 청원 게시판의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합법화’대해 국민청원 참여자가 20만 명을 넘자 정부는 실태조사에 나섰다.

대한약사회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은 대한약사회의 숙원 사업이었다. 2012년 당시 대한약사회는 “사후피임약은 일반의약품 분류가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최근 팜뉴스와의 통화에서 “사후피임약은 최대 72시간 이내에 먹어야 효과가 있다.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할 만큼 부작용이 있지도 않다. 7년 전과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대한약사회가 헌재 결정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나는 배경이다.

이처럼 직접적인 공급체인 약사들마저 사후피임약에 대한 안전성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데다 여기에 사회적 분위기마저 맞물리면서 국내 사후피임약 시장 판도가 급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것.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헌재가 낙태죄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려도 사후피임약 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이 다시 논의될 호기인 것은 사실이다. 약국에서 의사의 처방 없이 사후피임약을 구입할 수 있으면 시장은 엄청나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국내 사후피임약 시장에서는 현대약품의 '엘라원정'이 선두주자다. 우리나라에서 성교 후 5일 이내 사용 가능한 피임약은 지금으로선 엘라원정(성분명: 울리프리스탈 아세테이트)이 유일하다. 엘라원정은 2016년 기준 국내 사후피임약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고 노레보원(레보노르게스트렐)과 함께 연간 매출 60억원을 기록 중이다. 현대약품은 노레보원과 엘라원정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약품 관계자 역시 “이번 기회로 일반 의약품 전환 문제가 다시 공론화될 것을 낙관하고 있다”라며 “의료계와 약사회의 의견 차이가 있지만 계속 이슈화가 되어서 우리 제품이 일반의약품으로 풀린다면, 파격적으로 시장의 파이가 4~5배로 커질 것이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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