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그리소가 최근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승격되면서 급여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약가협상 결과를 뒤흔들 만한 돌발 변수가 등장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 3세대 EGFR-TKI(타이로신키나제억제제) 표적항암제인 타그리소(오시머티닙)의 월 약가가 200여만원으로 책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타그리소가 2차 치료제로서 국내 급여화 이전 가격인 월 1,000만원 수준보다 현저히 낮은 약가다.

이는 지난 2017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아스트라제네카와 타그리소의 2차 치료제 약가협상을 완료했을 때의 약가인 680만 원(본인부담금 월 34만원)과 비교해도 3분의 1 수준이다. 때문에 제약업계 일각에선 인구와 물가를 감안한다고 해도 중국 정부가 이번 약가 협상 과정에서 이득을 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

우리 정부의 과거 약가 협상 과정을 살펴보면 아스트라제네카의 미래를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다.

일단 타그리소의 2차 치료제 급여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보건복지부 장관의 직권 행사로 건보공단과 아스트라제네카의 약가 협상이 2차례 중지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양 측이 제시하는 가격에 ‘미스매칭’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는 당시 약가 협상 과정에서 폐암 치료제 신약인 한미약품의 올리타보다 3배나 높은 약가를 제시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제 와서 보면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의 올리타가 글로벌 경쟁약인 ‘타그리소’의 약가를 낮추도록 가격 압박 역할을 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타그리소의 1차 치료제 급여화를 진행할 경우 약가 논란이 다시 한 번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는 한미약품의 폐암 신약 '올리타(올무티닙)'가 사라진 상황이다. 즉 이번 1차 치료제 급여화 과정에서 중국 정부의 약가 결정이 또 하나의 기준점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다른 변수는 타그리소의 임상 연구 결과다.

타그리소의 1차 치료제 허가 임상인 플로라(FLAURA)는 이레사(게피티닙), 타쎄바(엘로티닙)와의 효과를 비교한 임상으로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타그리소를 1차 치료제로 사용했을 때 PFS 중앙값은 18.9개월로 나타났지만 전체생존기간(OS)은 중간 분석 결과까지만 나온 상태로 최종 데이터는 아직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 1차 치료제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게 전체생존기간 데이터다. 암 환자의 경우 당장 생존 기간의 연장이 최대 관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OS 결과값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약의 효과를 무조건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시각.

다른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인 1,2세대 EGFR 돌연변이 억제제 지오트립(아파티닙)의 경우와 비교해보면, 타그리소의 전체생존기간 데이터가 급여화 전에 더욱 누적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베링거인겔하임 지오트립은 지난 2014년 EGFR 활성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제로 급여권에 진입할 당시 전체 생존율을 입증했다. 전 세계 다인종을 대상으로 한 LUX-LUNG 3과 한국 등 아시아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LUX-LUNG 6 연구 통합 분석 결과, 지오트립은 폐암 표적치료제로 유일하게 전체생존율(OS)를 항암 표준요법보다 19% 더 뛰어나다고 결론 났다.

이는 바로 약업계 일각에서 타그리소의 급여화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아직 OS 데이터가 나오지 않은 배경에 대해 “전체생존율을 분석하려면 임상에 참여한 전체 환자들 중 50% 이상이 사망해야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의 약가 결정에 대해서는 “제도와 상황에 따라 정부와 성실히 협상에 임해 가격이 책정되고 있고, 이는 국가별로 상이할 수 있다”며 “타그리소 1차 치료의 가치가 국내 환자들에게도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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