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명 작가(전 한독약품 대표이사)

고양명 작가(전 한독약품 대표이사)
고양명 작가

모두가 어렵다고 야단들이다. 우리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1970년대를 생각해 보았다. 우리 세대들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었다는 자부심(自負心)하나로 버티고 있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앞만 보고 정신 없이 열심히 살았다.

나는 1978년에 처음으로 회사에서 인센티브 여행을 갔다. 일본으로 갔는데 일본은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되는 선진국이었다. 그 당시는 북한도 우리나 비슷하게 살았다. 일본에는 조총련 조직이 강해 혹시나 포섭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더니 외국여행을 가도 대한민국에서 왔다고 하면 무시하는 게 줄어들었다. 그만큼 1988년 서울올림픽은 우리나라의 위상을 올렸다고 생각한다. 2002년 월드컵은,그것도 4위라는 성적은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나는 우리나라가 4강에 가자 어렵게 표를 구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나에게는 아들이 둘이 있다. 사실은 아내와 함께 보러 가기 위해 어렵게 구한 표인데,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아들 둘이 가보고 싶어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잖은가? 우리부부는 아들들에게 월드컵 준결승 표를 양보했다.

우리부부는 2018년 동계올림픽을 열심히 보러 다녔다. 올림픽 기간 내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아마도 손녀 데리고 피겨 스케이팅, 스피드스케이팅을 구경한 일이 가장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손녀가 스피드스케이팅을 보겠다고 했다. 표를 쉽게 구할 수 가 없다.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표를 구했다. 없다던 스피드스케이팅 표를 구해 함께 구경하러 간 것이 가장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카드다. 어린 손녀를 데리고 다니면서 꿈을 키워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최근 저서 “우리 손주 큰일 났네”에서 우리나라 부모들이 자식 사랑이 재대로 된 것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글을 썼다. 내가 생각하기로 전세계는 교육 재벌들의 득세로 반드시 필요없는 것들을 너무 많이 배우고 있다. 교육 만능주의에 빠져 있다. 그래서 결혼이 늦어지고 지나친 학식은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을 낳았다. 교육열에 불타는 나라들은 교육열 때문에 늙고 후손이 없어 늙은 국가가 될 것이다. 그래서 신흥 경제대국의 속국이 될 것이다. 역사는 반복한다.

너무 바삐 살아 자식들을 외롭게 했다. 요즘 아버지처럼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지 못했다. 나는 솔직히 인정한다. 그렇지만 너희들을 위해서 그랬다고 한다면 책임 회피일까? 사실 우리세대들은 ‘잘살아 보세’ 슬로건과 ‘선진국 조급증’ 때문에 어느 대통령이 너무 서둘다가 외환위기(IMF)를 맞았다. 수많은 비극을 낳았다.

지금 우리는 세계화(globalization) 속에 살고 있다. 글로벌기준(global–standard)에 맞게 기업을 경영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힘을 갖도록 우리가 챙겨주지 않으면 누가 챙겨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때다. 아이들을 안 낳겠다니 이 나라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 불을 보듯 뻔한데! 중요한 것은 힘을 합할 때인데 여기저기서 분출되는 요구들을 보면 꼭 저렇게까지 해야만 하나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결혼을 일찍 안하고 아이들을 안 낳으니 급기야 인구 절벽의 대한민국이 되었다. 그 원인으로 집 사기가 어려워서, 취직이 안되어서 결혼을 미룬다고 한다. 이미 평균 결혼 연령이 남자 32.94세 여자는 30.24에 육박하니 큰 문제다. 이는 정부가 나서서 학자금 대출과 같은 방법으로 해결해 줄 수 도 있을 것 같은데 좀 더 적극적인 검토를 정부에 요청 드린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결혼 연령을 낮추는 정책을 펴야 한다. 기업은 젊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평균 결혼 연령이 25세로 낮추어진다면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합심하여 신혼 부부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아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손주 큰일났네”에 자세한 내용을 기술해 놓았으니 참고하면 될 것이다.

어린 나이에 결혼만 하면, 집과 직장을 국가와 기업에서 지원해 준다면, 그리고 결혼 연령을 낮추는 일을 정부가 강력히 홍보하고 기업은 솔선해서 젊은 인재들을 채용해 주면 된다. 이 길만이 기업을 젊게 하고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낳아 키우기 좋은 나라가 되는 윈-윈(win-win)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세대가 결혼 할 때는 방 한 칸에 신혼살림을 차리고 있었지만, 불평하지 않았다. 열심히 절약하고 빨리 집을 사야 하겠다는 목표만 있었다. 나는 그 당시로는 서른살에 조금 늦은 결혼을 했다. 신혼 방이 반지하라 장롱을 세울 수가 없어 눕혀 놓아다가 2층 사시는 분들과 위치를 바꾸고 주인집 마루를 조심스레 건너 다녔던 낭만적인 시절이 있었다. 우리 자식들은 이런 우리의 과거를 모를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바란다. 우리가 젊었을 때 보다 좋은 환경이라고 하지만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일자리, 집값 등 어쩌면 더 어려워 졌다는 점도 이해 한다. 그러나 어려울수록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 우리 민족의 위대함은 외환위기(IMF) 사태에서 보여 주었지 않은가? 금 모으기 운동은 다른 나라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사건이었다. 삼수한 동계올림픽도 소치올림픽의 1/10 비용으로 흑자올림픽으로 마친 우리들의 저력을 믿는다. 저 출산 문제도 우리는 잘 해결하리라 생각한다.

2013년 동유럽을 여행한 적이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있었던 일이다. 선물 가게에서 4살 손녀를 위해 헝가리 민속 수공예품 옷을 선물로 한 벌 샀다. 나오는데 길거리에는 노점상들이 많았다. 하나 팔아 달라는 아주머니의 말에 끌려 책상보를 하나 사려했는데 늘 상 하듯이 값을 디스카운트 해달라고 버릇처럼 얘기했지만 부자 나라에서 온 분 이 왜 그러시냐고 한다. 표정에는 우리나라가 너희 나라보다 잘 살았었는데 하던 뉘앙스가 지금도 느껴진다.

대한민국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의 출산율이라면 분명 대한민국은 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첫 번째국가가 될 것이다. 저출산을 해결할 방법론을 제시한 책이 “우리 손주 큰일 났네”다. 마케팅적 방법론으로 해법을 제시했는데 아직도 현실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없어 슬프지만 한편으론 그들을 깨우는 것이 나의 역할임을 실감한다.

나는 지금의 사회 현상의 원인 중 하나는 산아제한이라고 확신한다. 어떤 중요한 사항(산아제한)을 결정할 때는 수십 년 후 일어날 사항까지 고려 변수에 넣어 결정하여야 한다. 결정을 내릴 때는 단기간의 문제만이 아니라 수 십 년 후에 일어날 현상까지도 검토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교훈을 배웠다.

산아제한으로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둘도 많다 하나면 족하다’는 그 여파가 오늘의 대한민국이 이렇게 된 간접적인 원인의 하나임에는 틀림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하나 둘 만 나아 잘 기르자고 했던 게 이렇게 되었다는 생각이다. 자식도 여러 명이면 형제간에도 경쟁체제가 되어 사회생활을 하는데 경쟁력이 생겼을 것이다.

큰아이가 영화나 한 편 보자고 하여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았다. 영화는 우리 나이대와도 통하는 면이 있어 좋았다. 물론 티브이에 들리는 얘기로는 천만 관객을 돌파할 것이라 하니 대단하다. 나의 책을 백만인 이상이 보고 ‘저출산 문제와 대안’에 대해 나와 공감대를 형성하면 좋겠는데 아직은 역부족인 것 같아 안타깝고 답답하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지나간 스토리이고 내 책은 앞으로 닥칠 대한민국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데 아직은 미약해 보인다. 보다 관심을 끌게 하려면 광고?

우리나라는 확실히 노인 천국이다. 지하철도 공짜, 영화도 50%할인 대공원 동물원도 무료입장, 주중 KTX열차도 할인이니 노인인 우리는 행복하다. 그러나 조금 걱정이 된다. 내가 공짜로 다닐 때는 분명 누군가가 대신 내 돈을 내주고 있을 것이다. 부동산 공시지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고 야단들이다. 우리 공짜로 지하철 태워주고 그 부족분을 메우려고 부동산 공시지가를 올리는 것은 아닌지? 씁쓸하다.

우리 한 시대에 살아온 친구들에게 고한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야 할 세월이 30년이다. 물론 도서관은 또 다시 우리세대가 차지한다지! 우리 다시 뭉치자, 우리가 지난날에 했듯이 우리는 할 수 있어. 우리가 손주를 봐 주면서 다시 아이 낳기 좋은 나라 만들도록 함께 뭉치자.

친구들아!뭉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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