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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비(喜悲) 쌍곡선(雙曲線)
희비(喜悲) 쌍곡선(雙曲線)
  • 이헌구 기자
  • 승인 2019.01.11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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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명 작가(전 한독약품 대표이사 사장)

고양명 작가(전 한독약품 대표이사 사장)
고양명 작가(전 한독약품 대표이사 사장)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공부하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아마도 나는 거꾸로 사는 인생인가 보다. 사람들은 나에게 쿨다운(Cool down)하라고 한다. 너무 설친다는 뜻 같은데 나는 설치고 있지 않다. 그들의 기준에서 설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나에게 비친 그들은 너무 늙은 채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들을 나의 수준으로 맞추라고 하지 않는다. 그들의 수준에 나를 맞추라는 것이 나는 더 어렵다.

“우리 손주 큰일 났네”을 출간하자 강연을 해달라고 한다. 지난 12월 22일 새벽 나는 논현동 골목에 있는 한국인재인증센터를 물어물어 찾아갔다. 그날은 동지(冬至)였다. 가장 밤이 긴 날이다. 우리는 6시 20분경에 출발했다. 20여 분 후에 근처에 도착하여 찾아갔더니 시설도 낡았고 물론 시작 전이지만 몇 사람 모이지도 않았다.

현역으로 강연을 할 때가 생각이 났다. 안내자의 영접을 받고 강의 준비실에서 차 한잔하고 간단히 인사하고 강연 장에 들어 서면 수백 명이 나를 쳐다 보지만 그 곳은 사실 내가 청중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지 못할 정도의 크기의 강연장이었다.

만감이 교차했다. 현실을 인정하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강연이 시작되기에 앞서 송대표께서 강사 경력을 소개했다. 모시기 어려운 분을 모셨다는 말씀을 듣는 순간 나는 우연히 청중들을 바라보았다. 아침부터 무엇인가 배우겠다는 열정의 눈빛들이었다.

강연은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책을 사가지고 와서 저자 사인을 받아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더 행복해 진다. 장소와 관중의 숫자가 무슨 문제인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 것 만으로도 감사해야지, 안 그런가?

사실 “우리 손주 큰일 났네!!”는 지난 10일 날 출판됐다. 그러니 오늘 강연은 출판 열흘 만에 이루어진 첫 강연인 것이다. 나는 출판 전부터 요소 요소에 마케팅 활동을 했다. 그러나 강연을 위한 활동은 하지 못했는데 출판사 황사장님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것 같다. 첫 결과물인 것이다.

강연을 알리는 포스터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제254회 DID 저자 특강/ 12월 22일(토) 아침 7시. 대상이 ‘내 안의 탁월성을 찾아 꿈을 이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송수용 씨는 ‘정성 DID 마스터한국 인재인증센터’ 대표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예미 출판사 황 사장으로부터 작지만, 연륜이 있는 업체이니 전화가 오면 잘 받아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을 했었다.

프로그램을 보고 고민이 생겼다. 누가 이렇게 이른 시간에 강연을 들으러 올까를 생각했다. 사실 나는 청중을 동원하여 가면서까지 강연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너무 적은 수의 청중만 온다면 안 될 것 같아 자존심 상했지만, 친구들의 단체 카톡방에 올렸다. 반응이 없다. 그래도 몇 명은 참석하겠지 하는 마음은 있었다. 그러나 너무나도 비참한 결과였다.

그러나 속으로는 현실을 인정하자고 마음을 달랬다. 토요일 새벽 7시 그것도 아주 작은 독서 모임에서 혼자 독백을 했다. 그렇지만 나는 현역도 아니고 근 10년 동안 활동도 하지 않았는데 책을 하나 출판했더니 나를 부르는구나? 라고 생각을 긍정적으로 갖자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행복 해졌다. 그리고 이 시간에라도 나를 초청해준 송대표님이 고맙다. 사람이 마음을 어떻게 갖는가에 따라 나를 행복하게도 하고 불행하게도 한다. 나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자부해 왔는데 책을 출판하고서 조금 예민해 졌나 보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몇 명은 오겠지 생각한 나의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분들이 자리를 채워주었다. 기쁨이 배가 되었다. 평소 아는 친구들만 오고 새로운 고객들이 안 왔으면 진짜 낭패였을 뻔 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그러나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내가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이지 그들은 내가 생각하는 만큼 나를 생각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풀린다. 여유가 생긴다.

“우리 손주 큰일 났네!!”는 태어나자마자 노인들을 부양해야 하는 현실에서 시민운동을 통해 그리고 정책입안자들을 흔들어 깨워서 우리 손주들에게 헬 조선을 물려 주지 않겠다는 할아버지의 결연한 의지를 적은 책이다. 오늘 나의 강연을 듣고 그들이 그들의 친구나 이웃들에게 나의 뜻을 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해 본다. 사인회를 하고 함께 사진을 찍고 명함을 주고 받고 우리들은 새벽 강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추운 겨울날 새벽부터 찾아온 분들에게 아침 국밥이라도 대접하려고 주위를 찾아보았으나 토요일 너무 이른 시간이라 문을 연 식당들이 없었다. 강의장 근처에 있는 영동시장을 두리번거리다 팥죽 집을 발견했다. 나는 이렇게 맛있는 팥죽은 처음이다. 또 물김치 맛이 끝내 주었다. 언제 시간을 내어 다시 찾고 싶다.

팥죽으로 아침을 하고 다음 약속장소인 명동성당을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명동은 어떻게 가야 하나를 중얼거리는데 누군가 거든다, 경로석에 앉아 있는 분이다. 그분은 지하철역을 꾀고 있었다. 보는 순간 보통 사람 같지 않았다. 말을 붙였다. 대화 중 알게 되었는데 그 분은 전 해군참모총장을 지내신 분이었다. 어른께 나의 책을 한 권을 사인해 드렸다. 전화번호를 줄 수 없느냐고 하니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만나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일단 헤어졌다.

내가 명동성당으로 가는 이유는 10년 전 인연을 찾아서 가는 것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해외선교 신부를 만나러 가는 것이다. 글라렛 수도회 신부가 다리를 놓아 만날 약속을 잡았다. 우리는 나주 곰탕으로 점심을 하고 신부님 사무실에서 차 한잔 그리고 손수 붓글씨로 쓴 달력을 받아 들고 돌아왔다. 외롭고 힘들 때는 주님과 중얼거리듯이 대화를 해보라고 한다. 매일 기도하라는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다음을 기약하고 돌아왔다. 오늘은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새로운 인연을 맺은 내 인생 잊지 못할 희비(喜悲)가 엇갈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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