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업공개(IPO)가 활발하게 이뤄졌지만 이들의 과반수가 증시 침체에 따라 공모가를 밑도는 모양새를 연출하면서 올해 IPO를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이 시장 상황에 따라 진입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예측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20여 곳의 제약·바이오사가 기업공개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SK가 100%로 출자한 SK바이오팜을 비롯해 코넥스 상장기업인 유전자가위 전문업체 툴젠, 항체신약 개발기업 와이바오로직스, 면역치료백신 개발기업 셀리드, 당뇨병치료제 개발기업 노브메타파마, 항암치료 개발기업 압타바이오, 자궁내막증 신약개발 티움바이오 등이 코스닥 입성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들 기업들이 시장 상황에 맞춰 일정에 대한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상장한 기업들의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대체적으로 저조한 편이고 최근의 증시상황마저 기업공개에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최근의 증시 환경이 침체 국면을 이어가면서 IPO 몸 값이 낮춰질 가능성이 높아 상황에 따라선 자금 유입과 기업공개로 인한 기업 홍보효과가 반감될 수 있는 데다 향후 과도한 주가하락으로 인해 IPO 이후 흥행 몰이에 사실상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상장한 코스피 의약품 및 코스닥 제약 지수에 포함된 13곳의 평균 수익률은 작년 연말 기준 6.73% 상승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과반수에 달하는 6곳은 공모가보다 주가가 현저히 낮게 형성됐다.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기업은 엔지켐생명과학으로 76%를 기록했고 지난달 상장된 유틸렉스(74%), 파멥신(33%), 에이비엘바이오(33%), 동구바이오제약(20.63%), 바이오솔루션(12.4%), 알리코제약(3%) 순으로 높았다.

주가가 고공 행진중인 엔지켐생명과학의 상승 배경에는 글로벌 임상 순항 기대감에 기인하고 있다. 호중구감소증 등과 관련된 임상2상의 중간결과가 올 상반기 내 발표될 예정으로 이후 기술수출(라이센스 아웃)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것.

이와 함께 유틸렉스의 경우 상장 전부터 일반청약 경쟁률이 322대 1로 돌풍을 일으켰다. 국립암센터 면역세포치료사업단장을 지낸 이 회사 권병세 대표가 암세포에 반응하는 면역 T세포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을 2022년까지 미국시장에 내놓겠다고 공표했던 만큼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티앤알바이오팹은 -50% 급락했으며 아이큐어(-49%), 한국유니온제약(-26%), 엘앤시바이오(-18%), 하나제약(-13%), 옵티팜(–8%)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는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발 분식회계 이슈, 개발비 논란을 비롯해 제약업종 전반에 실적 부진과 글로벌 변동성 확대에 따라 제약바이오주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내려 앉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IPO를 대기 중인 기업 입장에서 보면 최근 국내 증시와 제약바이오주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증시 여건이 좋아질 때를 기다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증시 부진과 회계감리 지연으로 업종은 다르지만 카카오게임즈, SK루브리컨츠 등이 상장계획을 철회한 바 있고 코스닥을 준비 중이던 트윔, 오알켐, 비올 등 다수의 중소기업들도 심사 철회를 결정한 바 있다.

따라서 올 IPO 대상 기업 중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기업으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개발하고 있는 SK바이오팜이 미국 나스닥과 국내 상장을 저울질하고 있는 요인에 국내 증시 상황이 무시 할 수 없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항암면역치료제 개발업체 셀리드도 지난달 13일 상장예비 심사승인을 받아 상장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또 지난해 압타바이오(12월1일)·지노믹트리(11월1일) 등도 상장예비 심사를 청구한 후 대기 중에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IPO 추진 기업들이 현재의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새해 IPO지원 강화에 문턱이 낮아진 만큼 증시 여건이 좋아질 경우 그 동안의 관망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상장 추진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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