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종훈 교수(경희대학교 약학대학 한약학과)

[사진=류종훈 교수]
[사진=류종훈 교수]

도라지꽃은 영원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흰색 꽃이든 보라색 꽃이든 모두 청초함을 상징하기 때문이 아닐까? 도라지는 우리에게 친숙하고, 도라지 무침의 쌉쌀한 맛은 그 자체로도 느낌이 좋다. 한 때 도라지는 한 곳에 오래 살지 못하기 때문에 장소를 옮겨 심으면 10년까지도 재배가 가능하며, 그 효능이 1-2년생의 도라지보다 월등해 인삼에 견줄만하다고 광고가 되곤 했다. 야생의 경우는 전혀 다르지만, 재배하는 경우 한 곳에서 오랫동안 버티지 못하는 것은 인삼이나 도라지가 모두 마찬가지이고, 이제는 그것이 토양에 서식하는 특정 미생물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됐다. 최근에는 도라지의 효능이 사포닌에 의한 것이라는 조금은 과학적인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도라지는 약으로 사용할 경우 그 뿌리를 건조시켜 사용하는데, 이를 길경(桔梗)이라고 하며 오래 전부터 인후부의 염증 등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라지의 기원

도라지타령에 등장하는 도라지는 흰색 꽃이 피는 백도라지이다. 원래 도라지는 보라색 꽃이 피는 Platycodon grandiflorum의 학명을 가진 것을 말하는데, 흰색 꽃이 피는 도라지는 보라색 꽃이 피는 도라지의 경미한 품종 변화라고 해 학명으로는 품종을 뜻하는 forma(약어, f. 또는 for.) 뒤에 albiflorum, 즉 흰색 꽃을 의미하는 라틴어를 붙여 Platycodon grandiflorum for. albiflorum이라고 한다. 또, 도라지의 변종으로 꽃이 겹으로 피는 겹도라지(Platycodon grandiflorum var. duplex Makino)가 있다. 국가표준식물목록(http://www.nature.go.kr/kpni/index.do)에 의하면 도라지나 백도라지, 겹도라지 모두 국내에 자생하고 있는 식물로 기록돼 있어, 우리나라도 나고야 의정서(Nagoya Protocol)에 따른 유전자원으로 주장이 가능하다고 보인다. 위의 세 가지 외에도 상기 홈페이지에는 다수의 도라지 및 이의 변종들이 국내 재배 내지 자생하고 있다고 수재돼 있어, 각각에 대한 성분연구 등을 통해 각 변종들이 실질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연구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도라지에는 어떤 성분들이 함유돼 있을까?

도라지의 뿌리인 길경(桔梗)은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이라는 중국의 고대 의약서에 하품(下品)에 속하는 것으로 수재돼 있다. 상기 신농본초경에는 약물 365종을 상품(上品) 120종과 중품(中品) 120종 그리고 하품(下品) 125종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상품은 독이 없어 오랫동안 복용해도 전혀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 것이고, 중품은 독이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만 주로 질병을 치료하면서 몸에 이로운 것이며, 하품은 독이 많아 주로 병을 치료하는데 사용하며 오랫동안 복용할 수 없는 것으로 분류하고 있다. 물론 상기 서적에 의한 분류가 틀렸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타당하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독이라고 하는 것이 오늘날의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독(毒)과 동일한 의미는 아닐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길경은 사포닌 함량이 높아 사포닌에 의한 아린 맛이 나는데, 옛날에는 사포닌 함량이 높은 것들을 찧어서 물속에 풀어 물고기를 잡는 데에 사용하기도 했기에 독이 있다고 했을 수 있다. 도라지는 뿌리의 껍질에 사포닌의 함량이 매우 높고 육질에는 그다지 함량이 높지 않다. 따라서 약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껍질을 벗기지 않은 상태의 것을 사용하고 반찬으로 먹을 때는 껍질을 제거한 후 사포닌의 아린 맛을 없애기 위해 상당시간 물속에 방치했다가 사용하는 것이다.

도라지에 어떤 성분들이 함유돼 있는지 알아보자. 우선 도라지에는 탄수화물이 90% 이상이고 단백질이 2.4% 가량 함유돼 있으며, 24가지 종류의 사포닌이 약 2% 정도 함유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Nyakudya et al., Prev Nutr Food Sci. 2014; 19: 59-68). 사포닌 외에도 betulin이나 inulin 등의 성분이 함유돼 있지만, 주성분은 트리테르펜 계열의 사포닌이다. 사포닌은 당과 당이 제거된 비당체 부분으로 나누는데, 도라지에 함유돼 있는 비당체 부분은 oleanane 형의 트리테르펜 화합물이다. 따라서 당이 제거된 비당체에 어떤 형태의 당이 결합되어 있는가에 따라서 다양한 platycodin으로 구분된다. 그 중에서도 platycodin D의 함유량이 높아 이 성분을 이용한 연구가 주류를 이룬다. 도라지 꽃의 색에 따라 꽃에 함유돼 있는 성분의 함량이 다른데, 보라색의 경우가 사포닌 함량이 더 높다고 보고하고 있다(Yan et al., Asian J Chem. 2012; 24: 1268-1270).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보라색 꽃을 피우는 도라지와 흰색 꽃을 피우는 백도라지의 성분 차이에 대한 연구는 찾아볼 수 없다.

전통지식에서 도라지의 이용

앞선 신농본초경에도 도라지가 수재돼 있지만, 동의보감에 수재돼 있는 도라지의 효능에 따라서 전통적으로 도라지가 어떻게 이용됐는지 살펴보자. 동의보감에 도라지는 한약재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길경으로 수재돼 있으며, 인후(咽喉)나 폐(肺)에 사용하는 약물로 설명돼 있는데, 그에 따르면 ‘폐기를 다스리고, 폐열로 숨이 가쁜 것을 치료한다. 가루로 해 먹거나 달여 먹는데, 모두 좋다(理肺氣. 又治肺熱, 氣促. 末服, 煮服幷佳)’고 돼 있다. 또한 ‘목이 아픈 것과 후비를 치료한다. 길경과 감초를 같은 양으로 해 물에 달여 조금씩 먹는다(療咽喉痛, 及喉痺. 桔梗, 甘草等分, 水煎, 細呷之)’라고 설명돼 있다. 결국 인후부나 폐의 염증에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며, 복용 방법으로는 가루로 해 복용할 수도 있고 달여서 복용할 수도 있으며, 감초와 같이 달여서 복용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라지의 약선 이용

약선(藥膳) 재료로서 도라지는 그다지 많이 개발돼 있지는 않다. 그 이유는 도라지를 단순히 반찬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도라지를 이용한 임상연구 결과에서 도라지의 약선 이용을 유추하고자 했지만, 도라지 단독으로 한 임상연구는 발견되지 않고 기관지 확장증(bronchiectasis)을 대상으로 길경 함유 처방의 유용성 여부를 확인하는 임상연구가 중국의 연구그룹에서 진행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그렇지만 전통지식에 근거해 약선 재료로서 충분히 이용가능한데, 약선으로 도라지를 이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가급적 껍질이 덜 제거된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왜냐하면 껍질이 완전히 제거되면 사포닌의 함량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약선 재료로 도라지를 이용하고자 하는 경우는 인후부 등의 염증에 이용이 가능한데, 이때는 길경의 가루나 또는 도라지청도 유용하다. 그런데, 도라지의 경우 면역력을 높이는 등의 작용이 높지 않기 때문에 인후부 등의 염증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예방의 개념으로 사용하는 것으로는 적당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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