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종훈 교수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한약학과)

깻잎을 반찬이나 식재료로 사용하고 있는 예들을 살펴보면, 매우 다양하다. 근사한 일식집에서는 갓 준비된 회의 받침으로 깻잎을 사용하지만, 바닷가 횟집에서는 바로 나온 회를 깻잎으로 싸먹도록 한다. 순대볶음을 파는 집은 어김없이 깻잎을 다량으로 넣어 깻잎의 향으로 순대의 맛을 더욱 돋우기도 하고, 닭볶음을 전문으로 하는 집에서도 깻잎으로 그 맛을 더욱 살리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구운 삼겹살에는 상추도 있지만 으뜸은 역시 향기가 가득한 깻잎이다. 자주 들르는 음식점에는 배추김치와 부추김치 그리고 깻잎 절임, 이 세 가지가 반찬의 모두이다. 그런데 유독 이 음식점에서 손님들이 추가를 요청하는 것이 깻잎 절임인데, 이 집의 독특한 절임방법도 독특하거니와 그 맛과 향이 일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깻잎은 그 향으로 그 자체만이 아니라 다른 음식의 맛을 더욱 살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깻잎에는 우리가 즐겨먹는 깻잎과 조금은 다른 자주색의 깻잎 또는 주름이 져있는 깻잎 등이 있다. 잎의 양면이 모두 자주색의 깻잎을 차즈기(Perilla frutesce nse var. acuta, 자소엽 또는 소엽)라고 부르며, 앞면은 청색이고 뒷면이 자주색인 것을 청소엽(Perilla frutescens f. viridis)이라고 한다. 또한 주름이 있는 깻잎을 주름 소엽(Perilla frutescense var. crispa)이라고 하고, 양면이 모두 녹색인 것을 깻잎(Perilla frutescense var. japonica)으로 부른다. 우리가 주로 먹는 것은 양면이 모두 녹색인 깻잎이다. 대한민국약전 (11개정)에는 자소엽이 수재돼 있는데, 이 자소엽에는 차즈기와 주름소엽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렇지만 차즈기 뿐만 아니라, 깻잎까지 모두 약선(藥膳)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

맛과 향이 깻잎의 전부일까? 그렇지 않다. 전통적으로 깻잎(물론, 이 때는 주로 차즈기를 의미한다)은 기(氣)를 내리는 약물로 사용돼 기병(氣病)을 치료하는 처방에 많이 사용돼왔다. 뿐만 아니라, 진피(귤피)와 서로 잘 어울린다고 하며 표(表)의 기(氣)를 흩어서 땀이 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출전: 본초강목 (本草綱目)). 이것을 다시 표현하면, 감기에 걸렸을 때 땀을 나게 한다든지 기침이나 속이 그득할 때 사용하면 오심구토 등의 증상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개류(魚介類)의 독성으로 인한 복통이나 구토, 설사 등에 적용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면 깻잎의 어떤 성분들이 위와 같은 작용을 나타낼까? 성분연구는 주로 차즈기에 대한 것이지만, 변종 또한 유사한 성분이 함유돼 있을 것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차즈기의 독특한 향 은 여기에 함유돼 있는 정유에 의한 것인데, 정유 중에는 perillaldehyde가 가장 많이 함유돼 있으며, 이 성분이 동물실험에서 항우울 효능이 있음이 확인됐다. 이와 유사한 항우울 또는 항불안 효능을 가지는 성분이 phenylpropanoid 계열 화합물들이다. 이 계열 화합물들은 꿀풀과(Ramiaceae)에 속하는 식물들에 다량으로 함유돼있다. 대표적으로 차즈기에는 rosma rinic acid 및 caffeic acid가 함유돼 있는데, 이들은 로즈마리에서도 분리되는 성분이기도 하다. 많은 연구자들은 이들 성분이 우울증 또는 불안증에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Tsujietal., Nihon Shinkei Seishin Yakurigaku Zasshi. 2008; 28: 15967). 만약 이 성분이 인체실험에서도 우울증 또는 불안증에 효과가 있다면 깻잎이 기병에 사용돼왔다는 전통적인 지식이 현대 과학으로도 증명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외에도 차즈기에는 트리테르펜(triterpene) 계열의 화합물들 중 oleanolic acid 및 ursolic acid 등이 함유돼 있다. 이들 트리테르펜 계열의 화합물들은 이미 항염증, 항당뇨, 항비만, 항암 등 그 효능에 대한 연구 가 무수히 많이 이뤄져 있다. 플라보노이드 계열의 화합물은 물론 트리테르펜 계열의 화합물들에 의한 항염증 및 항알러지 등의 효능과 정유 성분들에 의한 항균 효능이 소엽에 의한 어개류 독성 억제의 주 활성기전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면 성분 수준이 아닌 차즈기 자체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면서 약선(藥膳)으로서의 차즈기에 대해 생각해 보자.

차즈기에 대한 연구는 아주 다양하게 진행돼오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위장관계 이상의 개선에 대한 것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연구가 독일의 회사에서 이뤄졌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 논문의 저자 등이 밝힌 바와 같이 위장관계 기능이상의 원인 중 많은 부분이 뇌-장축의 기능 이상인데(BuchwaldWerner et al., BMC Complement Altern Med. 2014; 14: 173), 이는 전통적으로 차즈기의 적용 예와 거의 동일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중맹검 시험으로 차즈기 추출물을 4주간 투여한 결과 위장관 기능이상(복부팽만, 불쾌감, 가스배출 등)이 현저하게 개선됐으며, 이러한 효과가 여성에게서 더 우수하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한 차즈기는 정신건강, 특히 항우울 및 항불안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원인물질로 알려져 있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β-amyloid pr otein)에 의한 기억력 억제를 회복시킨다는 보고도 있어(Leeetal., Nutr Res Pract. 2016; 10: 274-81), 차즈기가 고령 식품에 매우 적합한 식재료로 판단된다. 이 외에도, 눈 건강에도 유효하다는 부분이 임상연구로서 뒷받침되고 있으며(Kimetal., Molecules. 2018, doi: 10.3390/molecules23071777), 이탈리아 연구진에 의해 개발된 제품의 하나인 Lertal®에 차즈기가 주성분으로 함유돼 알러지에 효과적이라는 임상 연구는 전통적으로 차즈기가 항염증 작용이나 땀을 나게 하는 약물군(藥物群)의 하나인 신온해표(辛溫解表) 약물에 속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보인다. 다소 많은 양(2.7 그램/일)을 섭취하도록 하고 있지만, 체지방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으로도 인정돼 있어(식품의약품안전청, 제2009-83호, 생리활성기능 2등급, ㈜한 약마을웰빙사업부), 차즈기의 적용 범위가 전통적인 지식을 벗어나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또한 국내 연구진이 차즈기의 분획 방법에 따른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의 생장 억제 효과에 대해 보고한 바 있다. 황색포도상구균은 살모넬라균(Salmonella) 다음으로 많이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이다. 따라서 Thomas 등은 차즈기를 식품보존제로서의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는데, 이 부분 역시 전통적으로 차즈기가 이용돼 오던 어개류에 의한 독성의 해독 부분에 대한 현대적 증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횟집에서 깻잎을 이용하는 이유일 것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차즈기는 그 자체로 이미 다양하게 임상연구가 진행돼 효능이 확인된 부분도 있고, 또 아직까지 임상연구 결과는 없지만, 전통적 지식에 의거해 다양한 각도로 효능연구가 진행 되고 있다. 아직까지 그 기능이 다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안전하면서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차즈기를 소화기능 이상이나 기분이 울적할 때 약선(藥膳) 재료로 이용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