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욱 교수(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이근욱 교수

과거 4기 전이성 직결장암은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아바스틴과 같은 표적항암제의 등장으로 치료 옵션이 확대되면서 생존기간도 대폭 늘어났다. 일부 환자들에서는 종양이 잘 줄어들어 수술 단계까지 가면서 최대 40%까지 완치 케이스를 만들고 있다. 이처럼 과거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전이성 직결장암도 이제는 항암치료를 하면서 부작용을 잘만 관리하면 삶의 질을 유지하며 장기 생존이 가능해진 것이다. 본지는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이근욱 교수를 만나 대장암 치료 현황과 올바른 약제 선택 및 표적항암제 병용에 대한 급여 확대의 필요성을 들어봤다. 

≫ 韓, 경제 선진국 대열 합류, 급여수준도 발맞출 필요 있어

4기 대장암의 경우 두 가지 측면에서 치료 전략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단 암 전이가 심각한 환자는 항암치료 자체를 삶의 연장에 목적을 두고 접근한다. 암 전이가 일부 장기에만 국한된 경우엔 항암치료+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는데 일부 환자에선 완치도 가능하다. 이 부분이 다른 고형암과의 차이점이다.

대장암은 간이나 폐에 전이가 동반된 경우 항암치료와 전이절제술을 통해 종양이 완전 제거될 경우 최대 40%까지 완치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4기 암의 경우 완치가 드물다는 점에서 상당히 높은 수치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4기 암의 경우 치료 목적을 완쾌 보다는 삶의 연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는 항암치료를 통해 가능한 만큼 약제의 보험급여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단적인 예로 전이성 직결장암은 과거 항암치료제가 없을 때는 보통 6개월도 생존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데이터를 보면 표적항암제들이 나오고 나서 4기 환자라도 생존기간의 중앙값이 약 30개월 정도다. 과거보다 2년 정도 더 살게 되는 것으로 결코 적은 기간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수준은 이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그에 걸맞게 좋은 약들이 나오면 보험급여를 확대해 사회적으로 혜택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록 4기 암이라서 완치가 안 되더라도 보험급여를 확대 적용하는 것이 국격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처음 진단 당시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환자도 항암치료를 할 경우 종양이 눈에 띄게 줄어 들어 수술로 가는 사례가 상당수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급여권에 들어온 새로운 항암제가 완치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 신혈관생성억제제 ‘아바스틴’ 등장, 항암치료 효과 극대화 실현

표적항암제를 1차 치료부터 쓰는 것이 효과가 좋다는 것은 이미 임상시험을 통해 알려져 있다. 여기서 대표적인 표적항암제인 아바스틴의 경우 대장암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약제로, 단순히 일반 항암제를 쓸 때보다 초치료부터 병용하면 종양이 더 잘 줄어들고 내성 발생도 늦춰 항암효과를 더 오래 유지시킨다. 이 같은 효과를 내는 데에는 이 약이 신생혈관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암이 성장하려면 산소나 영양소를 공급하는 혈관이 필요한데 암 주변 혈관의 경우 기형적으로 과다 생산돼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혈관이 과도하게 분포하면 항암제를 투여해도 비정상적인 혈관으로 인해 약물이 전달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암 주변 혈관을 표적으로 해서 치료하는 게 중요한데 여기서 아바스틴은 혈관을 정상적인 형태로 돌아오게 하는 효과를 낸다. 즉, 아바스틴은 대장암에서 단독보다는 다른 항암제와 병용해 암 주변의 혈관 생성을 차단하고 혈관을 정상화시켜 약제의 전달력을 높임으로써 효과를 올리는 역할을 한다.

주목할 점은 혈관생성을 억제하는 이 약의 혜택이 1차 치료뿐 아니라 대장암 전 진행 과정에 걸쳐 지속적으로 작용해 전주기적으로 암주변 혈관 생성을 막는다는 것이다. 이는 아바스틴이 1차 치료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추후 2차 치료에도 일반 항암제에 병용해 써야하는 이유다.

일반적인 항암제는 초치료에 실패하면 사실상 2차 치료에서는 약을 써도 안 듣는다. 하지만 아바스틴의 경우 1차에 실패해도 2차 치료에까지 혈관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을 유지함으로써 항암제의 효과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하는 만큼 대장암 치료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암 주변 혈관을 차단하는 이 약의 메커니즘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장암 치료에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 대장암 발병위치·RAS 유전자 돌연변이여부로 항암제 선택지 달라져

현재 전이성 대장암 치료에 쓰이고 있는 표적항암제에는 크게 아바스틴과 얼비툭스가 있다. 약제 사용에 앞서 라스(RAS) 유전자 검사를 하게 되는데 돌연변이가 없으면 얼비툭스 사용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아바스틴을 써야 한다. 두 약제만 놓고 보면 대장암에 쓰는 같은 약이지만 아바스틴은 돌연변이 여부와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사용범위 측면에선 아바스틴이 더 넓다. 대장암에서 라스 유전자 발현은 전체 환자의 절반 정도에서 나타난다.

특히 최근 2~3년 사이 주목할 만한 변화에는 같은 대장암이라도 좌-우 위치에 따라 치료제별로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실제로 왼쪽 대장암의 경우 라스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없으면 얼비툭스가 잘 듣는 반면 오른쪽 대장암에선 라스 돌연변이가 없더라도 얼비툭스는 효과가 충분치 못하다. 때문에 최근 들어 우측 대장암의 경우엔 라스 돌연변이 발생여부와 상관없이 아바스틴을 쓰는 쪽으로 추세가 바뀌고 있다. 

≫ 표적항암제 병용, ‘급여 확대’로 치료 편의성 제고해야

전이성 대장암의 항암치료에 대한 국내 보험체계는 과거보다 유연해져 이제는 진료에 크게 문제가 없을 정도까지 발전했다. 다만 표적항암제의 병용요법의 경우 여전히 급여 확대가 필요한 미해결 영역으로 남아 있다.

현재 표적항암제는 폴폭스(FOLFOX; 5-FU와 옥살리플라틴 항암제의 병용요법) 또는 폴피리(FOLFIRI; 5-FU와 이리노테칸 항암제의 병용요법) 요법과 병용할 때만 보험이 적용되고 있으며, 그 외 다른 요법과의 병용에선 보험급여 인정이 안되고 있다. 두 요법의 경우 주사 형태의 항암제인 만큼 환자들이 2주마다 내원해 한번에 3일간 주사를 투여 받고 있다. 이는 최근의 항암치료 추세가 환자가 병원을 적게 방문하게끔 하여 집에서 일상생활을 하면서 지내는 시간을 늘리면서 치료 효과를 유지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아바스틴을 젤록스(XELOX; 젤로다와 옥살리플라틴 항암제의 병용요법) 또는 젤리리(XELIRI; 젤로다와 이리노테칸 항암제의 병용요법) 요법과 병용하면 3주에 하루만 주사를 맞고 주사제인 5-FU 항암제를 경구 항암제인 젤로다로 대체해 복용하게 된다. 이들 젤록스 및 젤리리 요법은 사실상 폴폭스, 폴피리 요법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과거의 임상시험 결과에서 이미 보고돼 있으며 아바스틴을 병용해도 젤록스는 폴폭스와, 젤리리는 폴피리 요법과 동등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아바스틴에 젤록스 또는 젤리리 요법과 병용하는 것이 보험 인정이 되면 3주 간격으로 내원해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만큼 환자입장에선 통원치료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해당 요법에 급여 적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아쉬운 부분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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