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원 교수(국립암센터)

유일한 간암 1차 치료제로 입지를 굳건히 해왔던 넥사바(소라페닙)에게 렌비마(렌바티닙)라는 경쟁자가 등장했다. 의료계에서는 치료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측면에서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어떤 약을 1차 치료제로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대한간암학회-국립암센터 2018 간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에서 2차 치료제 유무에 따라 넥사바가 A1 등급을, 렌비마가 A2 등급을 받자 새로운 치료 옵션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향후 2차 치료제까지 고려해 처방이 제한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18 간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한 국립암센터 박중원 교수를 만나 렌비마와 넥사바 관련 의료계 이견에 대한 생각과 향후 처방 환경 변화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가능성 아닌 정확한 근거 중심 판단이 필요”

박 교수는 “가이드라인의 권고 등급은 해당 연구의 질적 측면, 연구결과의 임상적 파급효과 및 국내 치료 환경과 사회경제적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강한 권고 등급(A1)과 약한 권고 등급(A2)으로 분류한다”면서 “개정위원회는 이 모든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합의 하에 넥사바를 A1 등급으로 분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는 환자를 대상으로 가능성이 아니라 근거(RCT 연구를 통해 입증된 사실)를 바탕으로 치료제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며 “특히 생존이 절박한 암 환자는 정확한 근거에 의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edian OS)이 비교적 짧은 항암 치료에서 1차 치료 이후 잔존하거나 재발한 암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는 의료진에게 풀어내기 쉽지 않은 숙제였는데 간세포암종에서 2차 전신 항암 치료제인 스티바가가 RCT 연구를 통해 넥사바 사용 이후 2차 치료제로서의 유효성을 입증하며 실마리를 찾게 해줬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넥사바 VS 렌비마 단순비교는 ‘넌센스’

2차 치료제의 유무로 넥사바와 렌비마의 권고 등급이 달라진 것을 두고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의견차가 있다. 렌비마가 REFELECT 임상을 통해 넥사바 대비 PFS와 ORR의 개선을 확인한 만큼 더 나은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축구경기와 유사한 스포츠 경기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승패를 가리기 위해서는 양 팀이 경기 운영 규칙에 대한 조율이 필요한데 만약 골 득실을 승부를 겨루기로 결정한 경우 골대 크기와 선수 기용 등의 세부적인 전술이 수립될 것이다. 정해진 시간 동안 1:1의 스코어를 기록했다면 골 득실 외에 슈팅 수, 볼 점유율, 패스 성공률 등은 의미가 없다. 각자 유리한 부분을 두고 승리를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답을 대신했다.

렌비마 치료 후 2차 치료제 사용? ‘현실적으로 불가능’

일각에서 환자의 컨디션 등을 고려해 처음부터 PFS, ORR이 높은 렌비마를 사용한 후에 2차 치료제로 타 전신 항암 치료제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박 교수는 “RCT 연구 및 식약처 허가사항을 기반으로 의약품을 처방하는 우리나라는 현재 렌바티닙을 사용한 이후 다른 전신 항암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박 교수는 또 “일본이나 유럽은 대규모 RCT 임상을 통해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렌비마 이후 다른 전신 항암 치료제를 2차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쓸 수 없다”면서 “일본과 유럽은 오프라벨 처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진료 가이드라인에서 별도의 권고 등급을 설정해두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식약처 허가사항에 변화가 생길 경우 우리나라도 렌비마 이후 타 전신 항암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는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더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렌바티닙은 내약성 및 순응도와 관계없이 현재로서는 기한이 있는(치료 이후에 질병이 진행되거나 잔존했을 경우 사용할 수 있는 2차 전신 항암 치료제가 없는) 치료제지만 넥사바와 스티바가 연속옵션의 경우 대규모 RCT 임상연구를 통해 유효성이 입증됐고 급여도 적용돼 환자 입장에서 경제적으로 큰 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

2차 치료제 유무, 1차약 선택 시 중요한 요소

박 교수는 “항암 치료를 위해 환자들이 찾아오면 ▲해당 치료제를 쓰면 질병이 낫는지 ▲치료제를 얼마 동안 쓸 수 있는지 ▲이 치료제가 안 들으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세 가지 질문을 꼭 하는데 가장 문제가 마지막 질문”이라면서 “(렌비마가 급여 적용이 되더라도)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는 어렵다. 분야가 암이다. 게다가 전문가는 환자를 대상으로 가능성이 아니라 RCT 임상연구를 통해 입증된 사실을 바탕으로 치료제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 가능성을 가진 치료제는 많다. 특히 생존이 절박한 암 환자에게는 이미 입증된 정확한 정보를 근거로 정확한 판단을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형 간염 기인 환자에 더 효과적인 치료제?

박 교수에 따르면 넥사바의 3상 임상인 SAHRP 연구에서는 B형 간염 대비 C형 간염 기인 간세포암 환자에서 더 유리하게 데이터가 나왔다. 그러나 이후 아시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3상 AP(Asia-Pacific) 임상과 전체 임상 대상 환자 대비 아시아인이 44% 참여한 4상 GIDEON 임상 등에서 B형 간염 기인 간세포암 환자의 비율이 높았는데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또 국립암센터에서 국내 간세포암 환자 800여명을 대상으로 넥사바를 사용한 결과 B형 간염과 C형 간염 환자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B형 간염에서 더 나은 데이터를 보였는데 이런 경향은 어떤 치료제이든지 마찬가지였다.

박 교수는 “기인 간염별 특성 때문인데 B형 간염은 B형 간염 치료제와 함께 간세포암 동시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조절이 가능한 반면 C형 간염 치료제는 간세포암 동시 치료가 안되기 때문에 조절이 어렵다”면서 “어떤 전신 치료 항암제가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에 더욱 효과가 있다 없다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2차 전신 항암 치료제 챕터 포함, 가이드라인 개정 핵심

박 교수는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분야로 ▲전신 항암 치료제 ▲간세포암종의 진단 ▲경동맥화학색전술(TACE) 등을 꼽았다.

특히 전신 항암 치료제 분야에 있어 1차 치료 실패 후 2차 치료에 대한 진료 가이드를 제시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진료 가이드라인을 통해 2차 전신 항암 치료제 챕터를 정식으로 다룬 적이 없었다는 것.

박 교수는 “니볼루맙의 경우 간세포암종과 관련 1,2상 임상만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재 FDA의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됐고 대만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일부 단서 조건을 달아 이번 가이드라인에 2차 치료제로서 포함(B2등급)시켰다. 또 카보잔티닙의 경우 가이드라인 개정 당시 관련 임상에 제한점이 있어 B1 등급을 받았으나 가이드라인 영문판에서는 등급에 변화가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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