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가의 표적·면역 항암제 등에 대한 보험급여 요구가 늘고 있는 가운데 급여 등재 후 실제 임상현장에서 효과가 없거나 부족한 약제는 재평가를 통해 급여를 제외해야 한다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어 약업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포지티브시스템으로 등재된 약제는 2만개 이상으로 이 같은 보험 등재는 갈수록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런데 기존 등재되거나 최근 급여권에 들어온 약제들 중 임상적 유용성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지적이 국내 한 연구 결과를 통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제약사 주도로 이뤄지는 임상시험의 경우 특정 지을 대상자가 많은 만큼 효과가 높게 나타나지만 이를 허가 승인과 급여 등재 후 실제 임상현장에서 환자에게 사용할 때는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

실제로 췌장암 치료제 ‘젬시타빈·엘로티닙’ 병용에 1,500만원이 들고 2주의 생존 개선을 나타난 점을 들어 해당요법은 급여화에 성공했지만 이는 리얼월드데이터(RWE)를 통해 전수조사 된 결과, 사실 7,900만원이 더 사용되고 생존은 3일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비소세포폐암에서 엘로티닙의 경우 1개월 생존연장이 증명돼 급여로 인정됐지만 연구자 주도 임상에서 일반 항암제가 3개월 더 생존한 것으로 나타나 표적항암제의 열등함이 증명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방광암, 두경부암 환자들에 따라 오히려 질병이 악화되는 사례도 있었다.

이에 정부는 기존에 급여권으로 들어오는 약제를 규제하는 것에서 이제는 급여권에서 나가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이른바 사후관리체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했다.

그동안 신약등재는 개별 제약사의 신청으로 길게는 150일간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검토한 뒤 심사평가원의 급여적정성 평가를 통과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60일 이내에 약가를 협상하고 최종적으로 복지부의 건정심 심의 의결 후 약가 고시가 되면서 급여등재 되는 시스템이었다.

문제는 이런 과정을 거쳐 등재된 약제에 대해 임상 효과와 경제성 평가 등에 대한 확인이 없었고 이를 효과가 적거나 없다고 판정할 객관적 기준조차 없었다는 것. 때문에 급여 등재 후 약제를 공정하게 퇴출시키는 시스템 또한 부재한 상황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최근 열린 공청회에서 국립암센터 김흥태 교수는 사후 평가에 있어 리얼월드에비던스(RWE)를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RWE는 리얼월드데이터(RWD) 분석을 통해 얻은 의약품의 사용결과나 잠재돼 있는 이점 또는 리스크에 관한 임상적 근거를 말하며 RWD는 건강기록이나 보험금 지급 내용 등의 출처로부터 일상적으로 모아지는 환자의 건강상태에 대한 데이터를 뜻한다.

김 교수는 “RWE를 통한 재평가에 근거해서 상한금액·예상청구액 등 급여 범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건보공단이 제약사를 재평가 협상하는 시스템을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이에 동조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보건복지부 곽명섭 보험약제과장은 “사후 평가관리의 기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업계가 가장 수용 가능한 안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그 동안 정부의 ‘포지티브’ 급여 약제 관리방향이 ‘네거티브’ 방식으로 추진 중임을 의미한다.

이런 정책적 기류는 최근 신의료기술평가에 대해서도 그 맥을 같이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는 RWD를 활용한 사후평가 도입을 통해 ‘선진입 후평가’의 제도 도입을 제시했고 정부가 이에 동의하면서 시범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한편 약업계에서는 향후 정부의 의약품 등재 후 RWE를 통해 재평가가 이뤄질 경우 약가의 인하나 급여 퇴출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다국적 제약사들이 신약을 등재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일정 부분 영업환경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도입 품목이 많은 국내 제약사들도 전반적인 약가인하 기조 속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존재하는 상황.

이와 관련해 약업계 한 관계자는 “등재후 사후 평가 관리가 약제의 옥석 고르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제도 보완을 통해 업계가 납득할 만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 하에 모든 것이 투명하게 운영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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