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국산신약 개발 독려를 위해 만들어진 3상 조건부 임상허가제가 당초 우리나라 제약기업 발전이라는 목적과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시판 후 조사와 같은 조건부 허가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3상 조건부 임상허가제는 생명을 위협하거나 치료법이 없는 질환에 대해 식약처장이 적합한 약제라고 판단하면 시판 후 3상 임상시험 자료 제출을 조건으로 의약품 판매를 우선적으로 허가하는 제도다. 환자 입장에서는 신속한 치료를 기대할 수 있고 제약사는 조기 출시로 시장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셈.

그런데 문제는 식약처의 낙후된 심사 잣대로 인해 국내 자체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국산 신약이 해외 진출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여기에는 최근 전 세계 두 번째로 개발된 SK바이오사이언스(구 SK케미칼)의 대상포진백신 ‘스카이조스터’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제품은 시판 후 조사를 통해 예방률 등을 장기 추적하는 조건으로 허가된 것.

실제로 식약처는 스카이조스터가 1차평가지수에서 경쟁약인 MSD ‘조스타박스’와의 면역원성 비열등성을 비교한 임상에 성공했다는 이유로 일단 허가를 내줬다. 그런데 이 승인 과정을 보면 의문투성이다. 정작 스카이조스터의 유효성 데이터가 빠져 있기 때문.

문제는 해외 선진국 및 아시아 대다수 국가에서 공식적인 대상포진 예방률, 즉 유효성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다는 건데 이는 대상포진 백신 자체가 ‘면역원성과 유효성과의 상관관계(ICP)’가 확립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규제의 글로벌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결국 ‘국산 신약 키우기’라는 전략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것.

실제 FDA와 EMA의 최신 가이드라인에서도 신규 백신에 대해 유효성 임상을 요구하고 있고 이게 없으면 허가 자체가 불가능하다. 더욱이 최근에는 백신 평가 시 실제 진료환경에서의 질환 예방 효과까지 요구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개발사 측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보건당국의 규제만 믿고 세계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까지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만약 수출길이 막힐 경우 여기서 발생하는 피해는 전적으로 회사의 몫이다.

약업계 관계자는 “대상포진 백신의 경우 수출시 별도의 유효성 임상 자료를 제출해야 허가가 가능한 만큼 조건부 허가가 오히려 수출을 계획하는 기업에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며 “나라마다 개별 백신에 대한 허가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아 대다수 국가의 보건당국들이 미국과 유럽의 허가기준을 따르기 때문에 EMA와 FDA 가이드라인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