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머크 바이오파마 제너럴 매니저 울로프 뮨스터 박사]

한국머크 바이오파마의 제너럴 매니저인 울로프 뮨스터 박사는 신경과 전문의 출신으로 머크에서 임상 연구자를 거쳐 중동, 유럽 등에서 머크 바이오파마 사업을 총괄하는 제너럴 매니저로 근무했다. 현재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부회장직과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보건의료위원회에서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대외적인 소통에도 주력하고 있다. 울로프 뮨스터 제너럴 매니저를 만나 머크의 경영철학과 환자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의 노력을 들어봤다. 



≫ 소통 중심 기업문화, 최적의 업무성과 핵심

의사소통 방법에 대해서는 종일 논의가 가능할 만큼 중요한 주제다.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다 보니 언어 외의 다른 소통 방법이 필요했고 이에 직원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두 배 이상으로 늘렸다. 처음엔 30분짜리 회의를 1시간 동안 진행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언어장벽의 영향 없이 좀 더 편한 시간을 보내면서 각자의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한국 사회를 살펴보면 50대 이상과 40대 미만 사이에 성향 차이가 있는 것 같다. 40대 이하 직원들은 유럽 스타일에 가까운 반면, 50대 이상은 전통적인 한국 스타일로 수직적 관계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처음부터 이런 수직적인 관계를 피하고자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머크 사내에 수평적 위치에서 합의에 이를 수 있는 동의에 기반한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었다. 논의사항이 있을 때 팀원들이 함께 모여 결론을 도출하는 문화를 정착시켰고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피드백을 기반으로 한 문화를 통해 최적의 아이디어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회사 문화를 독일, 한국, 미국 스타일로 구분 지을 수도 있겠지만 기업 문화는 기업이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미국이나 한국, 독일 등 특정 국가 스타일에 가까워질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피드백, 서로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기업 자체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 350년 최장수 비결, “혁신·경영구조”

머크는 독일 담스타트에 있는 작은 약국에서 시작된 이래 350년 동안 다양한 경제 위기를 경험하고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겪은 회사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글로벌 본사가 있는 독일 담스타트에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호기심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며 경쟁력과 수익성이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해왔다. 이는 회사의 오랜 역사의 비결이다.

최장수 기업을 이어 오는 데에는 경영구조도 한 몫했다. 머크 가문이 머크사의 지분 중 70%를 소유하고 있지만 전략적인 중요한 결정을 할 뿐 경영은 전문 경영인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M&A, 특정한 사업 분야 진출 등과 같은 전략적 투자 결정 등에는 참여하지만 그 외 회사 경영과 운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기업 소유와 이사회, 기업을 운영하는 전문가들이 분리돼 모두가 주인처럼 역할을 하는 것이 350년 동안 기업을 이어온 주요 비결이다.

≫ 환자접근성 제고 위해 정부와 적극 협력

한국 약가제도 중 여러 평가 요소들을 보면 유럽에서 익숙한 기준들이 다수 존재한다. 아시아 국가임에도 보건의료나 헬스케어 분야의 전반적인 기전, 시스템 등을 보면 유럽에 속한 나라로 보일 정도다.

제품 가치를 평가하는 데에 있어 유럽 제도와 유사점이 상당히 많다. 먼저 약물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임상 시험 데이터를 검토하고 약물 경제성을 파악하는 PE(Pharmaco Economics)평가, 기술적인 측면에서 의료기술평가인 HTA(Health Technology Assessment)를 진행한다. 평가가 끝나면 이에 따라 공단 수가가 결정되고 수가 적정성 등을 평가하게 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사회보장제도로서 의료보험제도를 운영하는 국가에서 비슷하게 나타나는 과정이다. 대표적으로 네덜란드, 영국의 NICE 제도, 독일도 비슷한 접근 방식을 갖고 있다. 한국 약가제도를 놓고 보면 실질적인 적용 부분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인 큰 그림에서는 유럽 제도와 차이가 없다.

어떤 제도라도 개선이나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 입장에서 볼 때 특정 데이터나, 혹은 뚜렷한 결과가 나오길 원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긴 시간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한국은 혁신적인 의약품에 대한 약가 관리를 매우 잘하고 있다. KRPIA에서도 좀 더 실용적인 방법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머크 역시 얼비툭스(세툭시맙)를 더 많은 환자들에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와의 협력이 필요했고 위험분담제(RSA)가 기회라고 판단했다. 처음 위험분담제가 시도됐을 당시 관련 범위가 제한적이기도 했지만 RSA를 통해 원활한 제품 공급이 가능해졌다. 이번 재계약 협상에서도 '환자중심주의'를 바탕으로 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노력했으며 보험 당국과 충분한 논의를 거친 결과 얼비툭스가 위험분담제 재계약에 성공했다.

≫ 미충족 니즈, 전략적 협업 통해 돌파구 모색

머크가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인 ‘아벨루맙(avelumab)’은 현재 15개의 암종에서 임상연구를 진행하며 최적의 치료 조합을 찾고 있다.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1, 2차 치료제 연구 외에도 위암, 난소암에 대한 1, 2차 치료제 연구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벨루맙은 본사 전략에 따라 현재 국내 등재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기전의 제품을 연구하고 등재를 신청함에 따라 기존과 차별화할 수 있는 영역을 찾게 되는데 메르켈 세포암종(MCC)이 그 대표적인 예다. 한국에서는 희귀한 피부암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서양에서는 발병률이 높은 흔한 암종 중 하나이다. 아벨루맙은 현재 한국에서 메르켈세포암종에 대해 적응증을 받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화이자와도 ‘아벨루맙’에 대한 연구를 협력하고 있다. 화이자는 자체적으로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이 있으며 머크는 PD-L1 억제제인 아벨루맙을 확보하고 있다. 화이자는 당초 보유중인 파이프라인에서 아벨루맙과 병용이 가능한 요법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머크는 자체적인 연구를 통해 단일요법이나 머크가 보유하고 있는 파이프라인과의 병용요법에 관심을 두고 있다. 화이자와는 아벨루맙과 관련해 한국을 포함한 지역 차원에서 협력하고 있다.

제약산업에 만들어지는 제품의 경우 어느 정도 위험과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실제 개발 초기에 회사가 원하는 적응증이 있다 하더라도 출시까지 적응증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단언할 수 없다. 원래 개발하려고 했던 의도와 다르게 연구 진행 중에 새로운 부분을 발견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스프리퍼민(Sprifermin)’이라는 조골섬유 성장인자로 골관절염(OA) 환자에서 연골 재생을 도와주는 물질이다. 골관절염 환자들은 연골이 손상되면서 통증을 크게 느낀다. 연골세포 표면의 염증을 치료하고 재생을 도모해주는 골관절염 치료제가 출시되면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머크는 현재 류마티스 관절염, 재발성 다발성경화증 등 면역분야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항암 뿐 아니라 면역학 치료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의료적 니즈를 찾아 나가고 있다.

≫ 한국, Reach-out 전략에 핵심 국가

머크는 전세계 제약 시장에서 봤을 때 중간 정도의 규모를 갖춘 기업이다. 때문에 ‘reach-out’ 전략을 활용해 전 세계적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적극적인 활동들을 진행해 왔다.

특히 아시아 지역은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곳 중 하나이므로 활발한 reach-out 전략들이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위해서는 투자도 필요하다. 혁신의 중심인 이곳에서 어떤 기회가 있는지, 어떤 연구가 이뤄지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있다. 싱가폴에 위치한 머크 바이오파마 아시아 총괄사무소에서도 해당업무가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 있어서 한국은 매우 흥미로운 나라다. 소규모 기업뿐만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과 대기업들까지 제약과 관련해 활발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머크는 한국에서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나 제안이 더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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