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판도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치료제 등 기존 대형 시장에서 항암제 등 스페셜리티와 희귀질환 시장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에서는 더이상 혁신신약 탄생을 기대할 수 없다는 데서 글로벌 빅파마들이 R&D 전략을 급회전시킨 결과다. 국내 제약사들은 아직 혁신 항암제를 탄생시키지는 못했다. 다만 한미약품이 실패의 고배속에서 연구개발 중인 표적항암제 ‘포지오티닙’이 글로벌 임상에서 희망의 불씨를 유지하고 있으며 유한양행도 오픈이노베이션으로 도입한 ‘레이저티닙’의 긍정적인 임상결과로 글로벌 빅파마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거대 자본의 빅마파와 연구개발 싸움에서의 승률은 낮은 게 현실이지만 정조준하고 집중한다면 성공 틈새는 열려있다. 이에 앞으로도 블루오션으로 주목받을 것으로 점쳐지는 항암제시장의 전반적인 현황 및 과제는 무엇인지 이번 기획특집을 통해 재조명했다.

▶▷ 혁신신약 등장과 초고가 약가의 충돌
글로벌 시장에서 매년 1천여 개의 항암제가 임상시험에 진입할 정도로 해당 시장은 빅마파의 핵심 역량으로 자리 잡았다.

항암제는 1세대 세포독성항암제 이후 지난 2001년 ‘글리벡’으로 대표되는 2세대 표적항암제를 거쳐 2015년 3세대 면역항암제 ‘옵디보’에 이어 ‘키트루다’ ‘티쎈트릭’ 등 암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글로벌 빅파마는 물론 바이오벤처들이 모두 면역항암제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암치료 개발 지형이 면역항암제 중심으로 바뀌고 있으며 표적항암제도 1, 2세대를 거쳐 3세대로 진화하고 있다.(도표 참조) 



이 같은 항암제 연구개발의 거듭되는 발전은 암 환자들에겐 분명 희소식이다. 위암 등은 자각증상 등으로 초기에 발견 확률이 높아 절제술과 항암요법을 통해 거의 완치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간암, 폐암 등 특정 암은 자각증상이 없어 정기적인 건강진단을 받지 않으면 암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이들 암으로 진단된 환자들의 경우 치료제를 통한 몇 개월의 생명 연장효과에도 절박하게 매달려야 한다.

현재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등장은 난치암 치료에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있다. 옵디보, 키트루다로 대변되는 면역항암제는 흑색종 적응으로 출발해 각종 암종으로 적응증이 확대되면서 그야말로 만능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다.

게다가 내성 환자들을 위한 면역항암제와 기존 항암제와의 병용요법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어 각종 암이 조기에 발견만 된다면 더 이상 불치의 병이 아닌 거의 완치 수준에 이를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혁신 신약은 개발사들이 초고가화 정책을 펴기 때문에 보험등재과정에 넘어야 될 허들이 많고 전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적용되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는 비급여 상태나 적응 외 사용 비율이 높다.

이는 결국 환자가 초고가 약을 본인부담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혁신 신약이 그림의 떡에 불과한 셈이다.

면역항암제 등 혁신 항암제에 대한 적정 약가 책정이 앞으로 계속될 주요 이슈로, 초고가를 수용할 만큼 신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립됐는지도 장기간에 걸쳐 철저하게 검증해야 될 과제다.

암 전문의는 “혁신신약은 개발 제약기업이 보유한 데이터 밖에 이를 평가할 자료가 없기 때문에 안전성 유효성을 100% 신뢰할 수 없음에도 약가는 초고가를 요구하고 있어 보험 당국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표적항암제의 경우, 첫 도입 후 실제 진료현장에서 치료효과가 입증되고 그 역할이 정립되는데 거의 2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제약기업이 제한된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시험 결과만을 근거로 허가된 면역항암제 역시 실제 치료효과를 입증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의 보험당국도 일단은 혁신성이 인정되면 약가를 어느 정도 인정해주지만 그 이후 혁신 신약의 사용에 따른 RWE(real world evidence)가 축적되면 혁신성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게 되고 약가 역시 재평가하는 사후관리 강화 쪽으로 시각을 돌리고 있다.

면역항암제 등이 RWE를 확립하기 까지는 약가 부담을 보험당국이 떠안거나, 비급여시 환자의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병원비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면서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을 강조했지만 과연 초고가 항암제의 급여화와 보장성 강화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도 풀기 어려운 과제다.

▶▷ 거대 시장, 국내 기업에겐 언제까지 그림의 떡?
2016년 기준으로 글로벌 항암제 시장규모는 약 1,000억 달러 수준으로 전체 제약시장의 13%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고도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에서 항암제가 없으면 글로벌 빅파마 대열에 참여할 수 없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빅딜을 통해 항암제 사업부를 매각했던 특정 빅파마가 다시 이 사업을 착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거대 시장이 국내 제약사들에게 언제까지 ‘그림의 떡’으로 선망의 대상으로만 남아있어야 할까.

국내 전체 항암제 시장은 2017년 기준으로 약 1조 2,246억 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이 중에서 국내 제약사의 매출 비중은 20%에 불과하고 80%는 다국적제약 매출이라서 국내 기업의 매출은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전체 항암제 중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큰 Protein kinase 억제제와 단클론항체 항암제의 다국적제약사 매출은 전체 항암제시장에서 각각 25%를 점유하고 있는 반면 국내 제약사 매출은 거의 ‘제로’와 ‘1%’에 머물고 있다. 한마디로 글로벌 항암제 시장 트렌드에 걸맞는 매출이 국내 제약사에서는 아직 발생하지 못하고 있다.(표1) 



국내 항암제 시장은 2013년 8,422억 원으로 지난해(1조2246억원)까지 5년간 10% 성장했다. 2017년의 경우 전년대비 평균 8% 성장했다.

2017년 기준, Protein kinase 억제제와 단클론항체 항암제가 각각 3,173억 원과 3,119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전체 시장에서 각각 25%를 점유하고 있다. 이어 세포분열억제제가 1,273억 원으로 전체 시장의 10.4%를 점유한 것으로 집계됐다.(표2) 



국내에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단클론항체(Mab antineoplastics) 중에서는 한국로슈의 아바스틴(bevacizumab)이 920억 원으로 이 시장의 30%를 점유했고 이어 이 회사 허셉틴(trastuzumab)이 836억 원으로 26.8%를 차지하는 등 로슈의 두 제품이 절반 이상의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급부상하고 있는 면역항암제인 한국오노약품의 옵디보(nivolumab)가 125억 원, 한국MSD의 키트루다(pembrolizumab)가 122억 원으로 거의 비슷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반면 로슈의 티쎈트릭은 10억 원 미만의 미미한 실적에 머물렀다.

Protein kinase 억제제 중에서는 노바티스의 글리벡(imtinib)이 제네릭 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위 자리를 수성하면서 459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반면 제네릭 중에서는 보령제약의 글리마가 14억 원으로 유일하게 1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렸을 뿐 11개 제품은 동아 글리닙(6억1천만원), JW 제이티닙(2억7천만원), CJ헬스케어 케어벡(2억2천만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아예 매출이 ‘제로’에서 천만원대에 머물 정도로 초라한 성적이다. 한편 화이자의 젤코리(crizotinib)는 전년대비 34% 성장한 36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 항암제 매출 톱10에 국내사 1곳
국내 제약사들이 자체 개발한 혁신 항암제를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에 매출 상위권은 다국적제약이 독식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매출 상위 ‘톱10’ 중에 1위부터 9위까지는 다국적제약이 휩쓸었고 보령제약이 10위로 겨우 이름을 올렸다. 20위권으로 확장해도 대웅제약, 삼양바이오팜, 동아에스티, CJ헬스케어, 유한양행에 불과하다. 매출 1위는 2,534억 원의 로슈가 차지했고 이어 노바티스 1,487억 원, 한국아스트라제네카 736억 원, 사노피가 618억 원 순이었다.(표3) 



상위권 기업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국내발 혁신 항암제를 탄생시켜야 한다. 상위권 제약사의 기획력과 바이오벤처의 연구개발력 간의 협력, 즉 오픈이노베이션도 기업들이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항암제의 연구개발 과정 중 임상 1상이나 2상 이후 최소한 3상은 라이선싱 아웃을 통한 글로벌 파트너 확보가 혁신 신약 탄생의 중요한 척도다. 글로벌 파트너 없이 국내 기업 독자적으로 혁신 항암제 개발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기 때문이다. 개발 중인 후보물질이 탁월하면 미국암학회 등 글로벌 학술행사나 JP모건의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투자자들을 얼마든지 유치할 수 있다. 결국은 신물질의 경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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