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미소약국 배현 약사]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이후 약국 경영은 처방전 조제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됐다. 이로인해 약국 안에서 풍기던 한약 냄새는 희미해졌고 한약제제는 날이 갈수록 약사들의 관심에서 멀어진게 현실.

그렇지만 여전히 한약제제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한약제제를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약국이 존재한다. 바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밝은미소약국의 배현 약사가 그 주인공. 배현 약사를 만나 한약제제의 효과와 본격적으로 한약제제를 취급하려는 약사를 위한 조언 그리고 약사로서의 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크고 빠른 효과

밝은미소약국은 여느 약국과 다르지 않게 처방 조제 의약품과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한다. 특이한 점은 일반의약품 판매 시 한약제제 비중이 좀 더 높다는 것이다.

배현 약사는 한약제제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이유를 “효과가 좋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한약제제가 처방전 조제 판매만큼 많은 수익을 올려주진 못하지만 지금까지 경험했던 환자들을 봤을 때 한약제제의 효과는 단연 우수하다는 것. ‘과하게 권하지 않고 저 비용으로 고 효율이 될 수 있는 의약품을 제공한다’는 밝은미소약국의 모토에 딱 들어맞는다.

한 번은 감기에 걸려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환자가 쓰러지듯 약국을 방문했다. 수액을 연달아 맞았다는 이 환자에게 배 약사는 우선 한약제제를 복용토록하고 잠시 앉아있을 것을 권했다.

이어 배 약사가 다른 환자 약을 조제하는 동안 해당 환자의 어지러움 증세는 깨끗이 사라졌다. 이후 이 환자는 먹을거리를 잔뜩 사들고 약국을 재방문해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비단 이 사례만이 아니라 한약제제의 효과는 우수하고 빠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배 약사의 설명이다.

처음에는 한약제제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모습에 의아해하고 신기해하는 손님도 많았다고 한다. 조제 형태로 한약제제를 소분해 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6년 이상 꾸준히 판매하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많이 받았고 ‘단골’ 손님도 생겼다. 한약제제를 복용하고 좋은 효과를 봤던 환자들이 같은 제제를 구매하기 위해 재방문하는 것이다.

배 약사는 “한약제제의 경우 획일화된 일반의약품과 달리 환자의 증상에 맞춰 제제를 선택해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섣불리 도전하기 어렵지만 ‘시작이 반’

배 약사는 10년 넘게 블로그와 SNS 등에 한약제제에 관한 글을 올리고 있다. 한약제제의 저변 확대 및 효과를 널리 알리고 제제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약국이 더욱 늘어났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이전에는 공급자인 약사를 대상으로 글을 썼다면 지금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글을 쓴다. 약사들이 한약제제 판매에 관심이 없다면 역으로 환자들이 약국에서 한약제제를 찾게 하자는 취지다.

배 약사는 “블로그 글을 보고 직접 한약제제를 구매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에게는 근처 약국 약사에게 상담하시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배 약사는 경제적인 이유, 효과에 대한 의문 외에 약사들이 한약제제를 전문적으로 취급하지 않는 이유는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본적으로 한약제제를 공부하려면 한자로 된 책을 읽어야한다. 내용을 이해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는 것.

또 약학대학에서 약용식물이나 생약학을 배웠더라도 이미 서양의학 사고방식에 맞춰져 있는 상태에서 동양의학을 접목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배 약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배 약사는 이런 약사들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우선 시작부터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약사는 인체와 생리학적 지식이 있기 때문에 시작만 하면 이해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무작정 공부를 시작하는 것보다 우선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한약제제부터 차근차근 시작해나가는 것이 좋다고 독려했다.

무엇보다 배 약사는 한약제제를 사용할 때 ‘한약제제는 한방원리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칼이 종류마다 각각 쓰임새가 다르듯이 한약제제도 만들어진 이유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한방원리에 맞춰서 사용해야 한다. ‘갈근탕=몸살약’, ‘소청룡탕=콧물약’ 같이 단순한 생각은 ‘아웃’이다. 이는 서양 의학적인 증상 원리에 맞춰 한약제제를 사용한 것으로 사용 안 하니만 못한 처방이 된다는 설명이다.

한약제제, 환자와 약사 신뢰 맺어주는 ‘통로’

매출 상위 약국이 대부분의 처방전을 가져가고 대다수의 약국들이 나머지 처방전을 나눠 갖는 ‘양극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약을 하나 덜 팔더라도 환자의 마음을 얻는 것이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방안이라는 게 배 약사의 생각이다.

배 약사는 “실제로 환자의 신뢰와 마음을 얻으면 이 환자들은 다소 불편함이 발생해도 그것을 감수하면서 우리 약국을 이용해주신다”고 전했다. 약이 필요 없다면 권하지 않고, 건강을 최우선으로 조언해 주는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환자들은 어떤 식이로든 화답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특히 동네 약국으로서 지속적인 경영을 이어가려면 환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은 필수적이다. 배 약사는 경영을 떠나 약을 판매하는 약사로서 환자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약사 직능의 소임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환자와의 신뢰를 쌓는 과정에서 한약제제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배 약사의 설명. 이는 한약제제는 환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머리가 아파도 스트레스 때문인지, 기운이 떨어져선지 환자와 소통하지 않으면 약을 사용할 수 없다. 한약제제가 미래 약국의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는 이유다.

배 약사는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고 환자들도 얼마든지 약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아날로그적인 부분까지 충족될 수는 없다. 누군가에게 나의 질병을 공유하고 또 공감 받고 싶어 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약국은 사람과 사람 간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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