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대 의약품 수출국인 베트남이 입찰등급제 변경을 예고하자 국내 제약사들이 현지 공장의 인수합병을 통한 생산라인 확보 및 직접투자 확대 등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베트남 정부는 최근 자국 제약기업 보호 차원에서 입찰등급제를 강화하기 위해 관련 규정 개정안을 마련, 입안 예고했다. 이 개정안은 미국 cGMP, 유럽 EU GMP, 일본 JGMP 기준을 충족한 의약품에 한해 1~2등급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으로 오는 7월부터 도입된다.

문제는 개정안이 수정 없이 강행될 경우 국내 제약사들의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는 것.

실제 베트남은 우리나라 의약품 수출에서 일본과 중국에 이어 3위국으로 이곳에 진출한 국내 제약기업만 60여 곳 이상이다. 이 중 현지에 공장을 가동 중인 업체는 국내에서 1호로 진출한 신풍제약과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등이 유일하며 종근당, 대웅제약, CJ헬스케어, JW중외제약 등이 현지 법인을 운영 중이다.

그런데 만약 개정안이 시행되면 베트남 현지에 공장을 보유한 국내 제약사를 제외하고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대다수 의약품의 입찰등급은 현행 2등급에서 최하위인 6등급으로 조정되기 때문에 수출물량의 절반 이상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23일 국내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PIC/S(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 가입으로 베트남 입찰의 문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갑작스런 등급 조정으로 수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라며 “6등급에 포진한 국가들의 경우 대부분 개발도상국이거나 후진국으로 알려진 만큼 현지 입찰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직 섣부른 판단을 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 관계자에 따르면 베트남 내부적으로도 아직 개정안이 완료되지 않아 당초 오는 7월로 예정된 새로운 입찰등급제 시행이 불투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언제 바뀔지 모를 현지 입찰 지위에 대비하기 위해 해법 마련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일단 지금까지 약업계를 중심으로 나온 대안책 중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현지화’다. 베트남에 자체적인 공장을 확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베트남판 GMP’를 획득하는 방안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지 공장의 인수합병을 통해 의약품 생산 기반을 확보하는 방법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급부상 하고 있다”며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현지에서 계약생산을 확충하는 것 역시 기존 상위 등급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베트남 입찰시장에서의 지위 유지를 위해 직접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유럽과 일본이 현지의 시장성을 보고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는 등 베트남 정부의 제약산업 발전 전략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제네릭 수출로 재미를 보았던 국내 제약업계는 단순 유통망 확보 개념을 넘어 현지 공장 설립 등 적극적인 투자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며 “베트남 정부가 현지 생산 의약품 판매를 장려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만큼 직접투자 및 합작투자 등을 통해 현지에 특화된 품목을 개발하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제약사들이 선진 시장보다 만만하게 보는 동남아 각국에서도 국산 제네릭 의약품 수출시 국내 허가자료를 인정하지 않는 등 그 규제가 까다로워지고 있어 우리나라가 PIC/S에 가입했다고 안일하게 대응하다가는 수출시장이 막힐 수 있는 만큼 현지 정책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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