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감하면서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지만 대통령 탄핵과 새정부 출범 등 그야말로 숨가쁘게 달려운 2017년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문제인 케어’를 비롯해 리베이트 등의 혐의로 대형제약사 오너가 구속되는 등 의약업계에도 한마디로 다사다난했다. 올 한 해 전체 제약업계를 돌아보면서 주요 쟁점 사안에 대해 결산해 보았다.

‘문케어‘ 명분은 좋지만 불어날 재정부담은?

문제인 정부가 출범하자 곧 바로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해 “병원비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면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핵심으로 한 ‘문재인 케어’가 발표됐다.

2018년부터 본격적인 문케어 시행을 앞두고 정부와 의료·제약업계의 갈등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문케어의 핵심은 비급여의 급여화, 총액계약제 및 입원비 급여 확대 등이다.
문케어를 시행하는데 30조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해 건강보험 누적흑자 20조원을 다 사용해도 10조 이상이 부족한 상황.

문케어와 관련, 대한개원의협의회 노만희 회장은 “문재인케어가 의약분업보다 훨씬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제도”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는 정부가 건강보험료 인상보다는 의료 수가와 약가 인하 정책을 통해 문재인 케어를 실현할 가능성이 높다고 의·약업계는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의료계가 대규모 궐기대회까지 하면서 발끈하고 나선 것은 총액계약제 때문. 총액계약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사전에 의료공급자와 1년간 의료기관에 지출할 진료비 총액을 정해 계약하고 그 범위 안에서 진료비를 나눠 쓰는 방식이다. 정부가 한 해 동안 지급할 의료비를 예측해 건강보험 재정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행 건강보험제도는 의료기관이 환자를 진료하면 수술, 처치, 문진 등 의료 행위별로 값을 매겨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는 행위별 수가제인데 이 방식은 진료비 지출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총액계약제와 함께 질병별로 의료행위를 묶어 의료비를 정하는 신포괄수가제를 검토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위해선 지급구조 체계 개편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의료계는 의료진의 자율성 박탈, 과도한 의료 사용량 통제, 의료 서비스 질 저하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더욱이 그동안 의료기관들이 저수가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비급여 부분인데 문케어의 핵심이 비급여의 급여화이서 수가 인상 없는 급여화 확대를 반대할 수밖에 없다.

한편 제약업계는 약가 인하를 통해 문케어의 건강보험 재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제약바이오협회는 대한민국의 미래 핵심 산업인 제약바이오산업을 고사시키고 글로벌 진출의 시대적 흐름을 부정하는 방식의 약가제도는 수용할 수 없다는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앞서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기(旣)등재 약 목록 정비와 복제약 약가 인하 등을 통해 10~25%까지 인하 여지가 있다”며 “5년간 최소 5조5000억 원에서 13조8000억 원까지 재정 절감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제약바이오협회는 “제약바이오산업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그 어떤 시도도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며 “정부가 산업 육성을 통해 보험재정을 절감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고 산업계와 충분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책을 수립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의·약업계의 반발에 대해 정부는 총액계약제나 약가 인하 등에 대해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된 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충분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있는 문케어가 제약업계와 의료계의 희생은 물론 최종적으로 보험료 급등 등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어 충분한 재검토 후 시행이 바람직하다.

불법 리베이트 여전·한계 드러내는 CSO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불법 리베이트 사범은 2014년 8명에서 지난해 86명으로 최근 2년 사이에 11배나 급증했고, 제공된 리베이트 금액도 2배 이상 늘었다. 이는 제약업계 리베이트의 현 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더욱이 한국노바티스와 동아ST 등 대표적 리베이트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정부를 비롯한 업계의 자정 노력을 무색케 했다. 재판 중인 한국노바티스 사건과 동아ST의 오너 구속 사건은 대표적인 불법 리베이트 사건은 우리나라 제약업계 불법 리베이트의 민낯으로 꼽을 수 있다.

수 십 억원 규모의 검은 뒷거래가 오가며 해외학술대회 참가 경비를 지원해주겠다며 판촉 한 노바티스는 리베이트 제약사로 낙인 찍혔고, 관련자들은 아직도 법원을 오가며 법정공방을 펼치고 있다. 이 회사는 복지부로부터 일부 품목에 대한 급여 정지 및 나머지 품목에 대해 559억 원의 과징금 폭탄을 맞기도 했다.

또한 병원 관계자에게 33억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동아ST 전직 영업본부장 2명이 구속됐고, 동아쏘시오홀딩스 강정석 회장도 회사자금 700억 원을 빼돌려 상당 부분을 리베이트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22일 결심에서 검찰이 징역 7년과 추징금 300억 원을 구형했다. 1월 말 강 회장에 대한 1심형이 선고될 전망이다.

국제약품을 비롯한 중견 제약와 중소제약사들도 사정당국의 리베이트 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들 대부분 사건은 동업하는 의사들과 갈등이나 제약사 직원 등 내부고발에서 비롯된 만큼 물증이 확실해 제약사들이 빠져나갈 수 없는 게 특징이다.

또한 최근에는 회사들이 불법리베이트 적발 시 그 파장이 오너들에게 까지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직원들의 계좌를 이용해 의사들에게 현금을 제공하는 불법을 자행하고 있지만 오히려 부작용만 발생하고 있다.

상당수 제약회사들은 의사들이 요구하는 일부 불법적 부분에 대해 법 테두리 안에서 처리해야 하므로 급기야 영업부 직원들의 개인 계좌로 인센티브 또는 활동비 명목으로 입금 후 영업비용으로 사용하도록 한 것. 하지만 ‘개인 계좌로 들어온 돈을 의사에게 줄 필요가 없다’는 직원들도 늘어나고 있어 회사가 이런 직원들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한편 올해도 CSO(영업대행업체)가 급증했다.

CSO증가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계속 수출하자 국가권익위원회가 이에 대한 공청회까지 개최하면서 CSO마진 수준으로 약가인하 까지 거론한 상태이다.

국내 CSO가 불법 영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다국적제약사들이 CSO거래를 기피하고 계약 성사 단계까지 갔다가 무산된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에 따라 개인CSO는 앞으로 활동에 제약이 클 것으로 예상돼 CSO 법인화가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까지 내년부터 의무화되는 상황에서 CSO가 40~60%에 이르는 판매수수료를 합법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길이 좁아지는 만큼 개인CSO들이 의사에게 전달하던 리베이트 규모도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이같은 변화 속에서 내년엔 CSO가 어떤 모습으로 진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K-바이오, 글로벌 기업 도약 ‘시동’

2017년 국내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K-바이오 왕좌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가운데 글로벌 기업 탄생을 예고한 한 해였다.

국내 바이오산업을 견인하는 두 기업은 올 한해 셀트리온이 ‘퍼스트 무버’를, 삼성은 ‘최다’ 제품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키웠다.

사실 삼성의 경우, 올 초 ‘오너 리스크’와 ‘분식회계’ 의혹으로 잠시 휘청였지만 설립 5년 만에 ‘SB4(엔브렐 바이오시밀러)’, ‘SB2(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SB9(란투스 바이오시밀러)’, ‘SB5(휴미라 바이오시밀러)’가 유럽 시장 진출에 성공하며 ‘최다’ 바이오시밀러 타이틀를 거머지는데 성공했다.

더욱이 회사는 항암제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시키면서 국내 ‘퍼스트 무버’ 구도의 재편성을 예고했다. 올 11월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인 ‘온트루잔트’가 유럽에서 최종 판매 허가 승인을 받으면서 ‘만년 2인자’ 꼬리표를 떼어낸 것.

‘선발주자’ 타이틀을 거머줬던 셀트리온은 올해 ‘가짜 매출’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2017년 한 해 동안 회사의 브랜드를 글로벌 메이저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실제 올해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높였던 ‘램시마’와 ‘트룩시마’의 뒤를 이어 최근엔 ‘허쥬마’까지 유럽에서 허가 권고 승인을 받으면서 회사에 프리미엄을 더했다.

특히 처방환자수가 증가하면서 대규모 실증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처방과 판매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시장 성공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여기에 미국 파트너사인 화이자가 판매 확대를 위해 영업 강화 의지를 밝힌 만큼 내년 매출 향상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다만 올 하반기로 갈수록 출시격차를 줄여온 삼성이 시장 침투에 속도를 내면서 내년 국내 바이오시밀러 시장 구도 재편성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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