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장 이병일]

지난 1977년 이후 우리나라의 대표적 사회보장제도로 자리 잡은 건강보험제도가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가운데 국내 제약산업은 최근 급속한 발전을 이루면서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기에 이르렀다.

이에 약제 등재와 평가, 기준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핵심 실무를 지휘하고 있는 이병일 약제관리실장을 만나 현재 구상 중인 합리적인 약제비 관리체계 구축에 대한 계획과 향후 의약품 관리방향을 들어 보았다. 



건강보험제도 40돌을 맞아 새로운 기틀 마련을 위한 약제관리실의 계획?

그동안 제도를 만들고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 간 소통은 있었지만 환자중심의 협력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이에 현재의 약제급여기준이 실질적으로 의학적 타당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진료에 필요한 범위까지 급여기준이 만들어져 있는지, 또 실질적으로 제공이 되고 있는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신약 급여등재 시 지나치게 재정적 요인 중심으로만 판단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사실 제도 자체가 의약품의 적정가격 공급을 위해 만든 것인데 오히려 항암제나 희귀질환과 같은 고가의 치료제에서는 급여등재기간이 너무 길어지는 일이 발생해 그 사이에 피해보는 환자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현재 시행 중인 약물경제성평가나 위험분담제, 경평면제제보다 등재기간을 더욱 단축할 수 있는 진보된 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와 함께 ‘재정적 독소(Financial Toxicity)’에 대한 문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는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도 공식용어로 사용했는데 항암제의 높은 약값이 기본적으로 약물 투여를 방해한다는 의미다.

국내 건강보험제도는 시스템 구축이 잘돼 있는 만큼 고가 항암제에 대한 약가통제는 비교적 잘되고 있는 편이다. 유럽 일부 국가의 경우에는 고가 항암제에 대해 국가 간 공동입찰을 통한 약품 구매 제도도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다양한 형태의 의견을 경청해 제도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내부적으로도 많은 논의를 하고 있으며 해결책 마련을 위한 전체 워크샵도 진행했다. 현재 제도를 다듬어 가고 있는 중이며 대안책이 나오면 보건복지부 및 제약업계, 소비자단체와 함께 제도에 대한 압축 과정을 거쳐 시행 가능한 제도를 내놓을 예정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에 대한 약제관리실의 계획?

비급여 약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허가 이후 급여등재 될 때까지 평균 600~1000일 정도 소요되는 기간 동안 비급여 상태인 영역과 급여평가에서 비급여로 결정된 제품, 마지막으로 급여평가를 진행했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협상이 결렬돼 비급여가 된 의약품 등 총 세 가지다. 이 중 허가를 받고 급여화 될 때까지 소요되는 기간 중에 놓여있는 비급여 품목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 때 비급여를 최소화시키려면 일단 급여등재를 한 뒤 사후에 다시 비용효과성 등을 재평가 하고 가격인하나 급여기준제한 등을 적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환자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일단 등재시키고 나중에 비용효과성을 따져 가격적인 부분을 제어하는 방향으로 보완해 갈 생각이다. 이들 약제에 대해서는 위험분담계약이나 본인부담차등제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비급여로 결정됐거나 협상이 결렬돼 비급여로 결정된 약제에 대해서는 해당 제품이 환자에게 투여된 것이 확인될 경우 의학적 타당성을 검증해 실제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직권으로 가격을 결정하고 등재시키는 ‘직권등재’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대체약이 없거나 생명과 직결된 약제 등에 대해서는 허가 즉시 급여화 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적용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다만 등재 기간을 아무리 단축시킨다 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영역이 있는 건 사실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현재도 시행 중인 ‘환자 지원프로그램’ 등을 보다 활성화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현재의 ‘포지티브’ 시스템에서 일부 제약사들의 경우 시장조사를 진행한 뒤 급여와 비급여 사이에서 기업의 경제적 측면에서 유리한 쪽을 선택하게 되는데 항암제나 희귀질환과 같이 고가이면서 환자의 요구도가 높은 일부 치료제에 대해서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허가를 받고 수일 이내에 등재신청을 의무적으로 하게 해 의학적 검토기간을 줄일 수 있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국내 제약업계가 건강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노력은?

제약산업에는 임상, 연구개발 등 다양한 영역이 존재하고 여기에는 벤처 투자와 같은 사업도 맞물려 있는 만큼 전반적인 보건의약산업 육성을 위한 종합적인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한다. 또한 외국 기업들이 들어와 우리나라에서 임상을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놓고 시장을 확대시키는 등 개방 정책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문제점도 발생하는데 예를 들어 산업통상자원부나 보건복지부에서 지원을 받아 신약을 개발한 경우다.

기업 입장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신약을 개발한 만큼 약가 보상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는데 실제로 보험급여 결정에서 약가를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상당수 존재한다.

이에 약가 정책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필요한 만큼 제품 개발 단계부터 실패 확률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정부는 보다 리스크가 적은 곳에 확실한 투자를 해야 하고 지원 시에는 약가 우대나 이중가격제를 통해 의약품 수출산업을 육성시키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