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 부천시 약물안전사용 교육사업단장]

“재능 기부나 봉사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시민사회 활동할 때도 탐탁찮아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제가 시간제 약사를 고용하며 재능기부를 하네요.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경제적 보상이 무의미해 지더군요.”

재능 기부나 봉사하는 이들을 보며 노동에는 합당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던 박지영 약사(부천동물약국/샘터약국)는 2015년 부천시 약물안전사용교육 사업단을 만들고 사업단장이 됐다.

이들은 유아대상 의약품 안전사용교육을 비롯해 청소년 의약품 안전사용 교육과 마약 등 약물오남용 교육, 어르신 의약품 안전사용 교육 등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안전한 약물복용과 관리, 폐기 등 약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출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박지영 단장을 만나 사업단 운영 현황과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각종 예산 끌어 모아 강사단 운영

대학원생, 근무약사, 개국약사, 병원약사 등으로 이루어진 부천시 강사단은 지난해 이 같은 약물안전사용 교육을 200회 이상 수행했다. 사업단이 없었던 2015년 이전 연 40회를 채우기 힘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5배가 넘는 수치다.

차이는 인력과 예산 두 가지였다. 박 단장은 교육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선 인력과 예산 중 한 가지만 부족해도 지속되기 어렵다며, 교육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인 약사가 필요하지만 열정페이만으로는 사업을 지속하고 확장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부천시 약물안전교육사업단은 약사만으로 이루어진 전문 강사를 15명 두고도 지난해 달성한 200회를 넘어 올해 목표를 300회로 잡았다고 한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박 단장은 사업 예산 확보를 위해 여러 곳을 찾았다. 우선 대한약사회 경기도지부를 통해 약사회 관련 예산 지원을 타진했다. 신상신고 회비에 포함된 약 바로쓰기운동 교육 명목 예산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찾아 청소년 약바르게 알기 지원사업비를 받아 경기도에서 첫 시범사업을 했다. 심지어 올해에는 직전 예산의 두 배를 받아 경기도민을 위한 교육에 쓰고 있다. 부천시 예산도 지원받아 시 교육사업을 90회 계획하고 진행 중이다.

박 단장은 “첫 1년은 주위 사람들에게 빚진 것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교육사업을 시작했다”며 “힘들지만 변화와 도전을 좋아하고 한번 빠지면 열정적으로 변하는 성격 탓”이라고 그간의 성과를 성격탓으로 돌렸다.

이어 “점차 강사들을 교육시켜 약물안전사용 교육사업이 정착되고 확장돼가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삶의 활력이 됐다”며 “좋아하는 일에는 경제적 보상도 무의미해지더라”고 마음을 털어놨다. 



열정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현실의 벽

하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약물안전사용교육사업에는 열정만으로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경기도에만 초ㆍ중ㆍ고등학교가 1100여 곳에 달하며 노년층의 약물 오남용 방지를 위한 교육기회만도 수백여회는 되지만 현재의 사업비로는 전체의 7%밖에는 교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그는 무엇보다 정부와 제약사 등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피해를 치료하고 보상하기에 앞서, 올바른 약물안전사용교육으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예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국민건강에 있어 이득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사회가 고령화, 고도화되며 의약품 오남용이나 부작용으로 인한 환자와 진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치료에서 예방으로 보건의료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지금, 보건당국은 예방사업 예산을 삭감하기보다 확충해야할 것이며 제약사는 올바른 의약품 사용이 이윤과도 직결된다는 인식을 갖고 사회적 책임과 이윤추구를 위해 지원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같은 약사들에게 “부족한 예산과 인력으로 전문가가 아닌 일반 강사들에게 우리 아이들과 어르신들을 맡겨야할 상황”이라며 약사직능의 위기상황에서 행동하는 의지와 적극적인 관심을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박 단장은 “의약품뿐만 아니라 마약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약예방교육을 좀 더 확대시켜야한다”며 “지난해를 기점으로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잃을 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민간단체인 마약퇴치운동본부만의 열악한 재정으로는 힘들다”면서 “정부와, 지자체, 제약회사가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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