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국내 제약산업 활성화 일환으로 제약업계와 유통업계 중심으로 우리약 살리기 운동이 부상하면서 국회 토론회까지 열려 제네릭에 대한 인식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제네릭 활성화의 최우선 과제는 처방권을 갖고 있는 의사의 몫으로 남았다.

또한 최근 리베이트 제공으로 보험급여 정지라는 행정처분을 앞두고 있는 노바티스의 글리벡과 관련해서는 글리벡을 급여정지에서 제외시켜달라는 환자단체 쪽의 주장과 원칙대로 처벌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대립되고 있다.

두 가지 서로 다른 사안이지만 모두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인식개선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대한 의사의 입장과 대한의사협회의 대선공약요구 사안 등을 이용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을 만나 들어보았다. 



최근 제네릭 활성화를 위한 국회 논의와 노바티스의 글리벡 급여정지 여부를 두고 제네릭에 대한 의사의 인식이 회자되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약효가 입증되고 생물학적동등성시험과 임상적 근거가 우수한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의사들의 거부감은 적은 편이지만 수련받을 때 배웠던 약을 가능하면 바꾸지 않는 게 의사들의 속성이다. 이는 약화사고나 효능효과를 담보하는 게 의사의 체험적 습득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생동성시험을 거쳤어도 인체에 투입되면 미미하게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고 의약품부작용이 발생하면 이를 처방한 의사 역시 많은 책임을 느끼기 때문에 의사들은 약물 처방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노바티스의 백혈병치료제 글리벡 이슈와 관련해서는 환자단체의 입장을 존중한다. 아무리 같은 성분의 약이라도 다른 약으로 대체조제 하는 것은 환자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리지널약을 복용할 수밖에 없는 중증 환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의사들이 오리지널을 처방하게 되는 맥락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반대로 시민단체에서 원칙대로 급여정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주장이다.

또한 국회의 모 의원실에서 오프라벨처방을 문제 삼아 법으로 규제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데 오프라벨은 우연히 드러난 약효를 그 증상에 맞는 약으로 다시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최근 불거진 돔페리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돔페리돈이 사용된 산모에게서 이상반응이 없었듯 이는 시간이 소요될 뿐 대부분 효능효과가 검증이 된다. 모든 약물은 부작용이 존재하는데 그 때문에 허가와 인증을 제한한다면 그 만큼 치료방법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피부미용에 사용되는 오프라벨은 개념이 다르지만, 이용자들이 나름대로 효과를 보고 찾는 부분도 있으므로 이를 규제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판단된다.

의협이 대선공약으로 요구한 보건복지부의 분리 독립과 국민조제선택제, 리베이트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은?

현재의 보건복지부는 보건과 복지 분야를 함께 다루다 보니 장기적인 투자에 따라 서서히 효과가 드러나는 보건분야에 대한 비중이 축소되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의 인력과 예산 구성에 있어 복지 분야의 확대가 두드러져 보건의 중요성을 약화시키고 있으며, 복지와 보건의료 간 불균형적인 예산배분과 인력배치는 보건의료 관련 정책예산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복지확대가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모 정당에서 보건복지부를 복수차관제를 통해 보건을 강화한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는데 그와 같은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조제선택제의 경우, 2000년 의약분업 시행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처음 의약분업을 실시한 이유는 약화사고 방지와 복약지도 강화를 비롯해 의사와 약사의 직능을 엄격히 구분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만들어진 약사법 중 지역단위 의약 협의체를 통해 조제약품을 제출하는 조항이 있었는데 그 근본취지는 의사들의 처방에 따른 약을 약국에 구비하기 위한 것 이었다.

하지만 약국에 가면 약사들이 환자에 따라 다른 조제를 하기 때문에 엄격하게는 의약분업에 위배된 사안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의료계 입장은 반쪽 의약분업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현재 약국에서 약사들의 임의조제가 만연해 있지만 의사들도 복약지도를 하고 있으므로 누구를 탓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일방적으로 분업 이전으로 돌아가 폐해를 없애자는 의미가 아니라 원내처방에 대한 보상을 강화해 경비절감과 일차의료의 질 향상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공약에 포함시킨 것이다. 현재 사장돼 있는 약사법을 개선시켜 의약 협의체를 부활시키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제네릭은 외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가격을 인정해 주고 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지원을 제약사는 R&D 등의 신약개발이나 마케팅 비용에 사용하지 않고 영업경쟁에만 몰두하다보니 리베이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의약품 가격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리베이트가 의약품 가격이나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이렇게 약가를 미리 정해 놓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리베이트를 의사의 윤리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모순이다.

정부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저수가 정책을 유지하며, 이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의사들의 의약품 리베이트 수수행위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고 암묵적으로 동의해 왔으며 이로 인해 의약품 리베이트는 일종의 관행으로 존재해 왔던 것이다.

따라서 리베이트를 제공할 수 없도록 근본적으로 약가를 낮추거나 정부지원이 R&D에 투자되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솔직히 쌍벌제 이후 리베이트는 거의 없어졌다고 본다.

최근 발표한 ‘전국의사 총조사’가 시사하는 점은?

개원가는 저수가 때문에 기본적으로 비급여를 늘리거나 진료 량을 늘려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주 80시간 이상을 근무하지 않으면 생존과 직결되는 현재 조사에서 노동 강도와 시간이 너무 열악한 개원가의 만족도가 최악으로 나온 것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현재 일차의료기관(의원급 의료기관)은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과 외래진료를 두고 경쟁하고 있어 고질적인 저수가 체계, 일차의료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등으로 인해 본연의 기능 수행이 어려운 상태다.

대선 공약요구사항에 포함된 내용이지만 일차의료의 육성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일차의료 개념과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에 관한 내용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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