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현 서울시약사회 청년이사] 

약사신문이 창간 50주년을 맞이할 즈음의 약국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혹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예측되는 사회·인구학적 변화와 보건의료 환경의 변화를 바탕으로 미래의 약국 모습을 한번 상상해보았다.

▶▷ 인구 고령화에 따른 약국의 변화

2040년, 저출산 고령화의 여파로 한국의 인구 피라미드는 뚜렷한 역삼각형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총 인구대비 65세 이상의 노인인구의 비율은 20년 전의 2배를 초과하는 32%가 되었다.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의 유병률 또한 이전의 2배를 넘어섰다. 만성질환의 예방과 관리가 국민의 건강증진과 사회적 비용의 감소를 위한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된지 오래다. 약국도 그 특수성과 역할을 활용하여 ‘건강관리약국’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의약품을 복용 중인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약력수첩(전자)을 작성해 환자들의 약력을 관리하고 있다. 약력수첩에는 모든 의료기관에서 처방받은 의약품과 복용방법이 기록돼 있으며, 함께 복용중인 한약,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등도 환자 협조 하에 약사에 의해 기록된다.

약물로 인한 부작용 발생 내역과 인과성 평가 결과, 그밖에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 등이 기록돼 있다. 의약품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도 열람할 수 있다. 전자문서 형태로 온라인으로 기록된다. 전자기기 사용이 어려운 경우 책자형태의 약력수첩을 이용할 수 있다. 일본과 같이 약국은 약력의 관리 및 기록에 따른 추가적인 수가를 받는다.

이 밖에도 당뇨환자, 심혈관계질환자, 천식환자를 대상으로 약국에서 중점관리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복약순응도 개선, 의약품 복용 및 사용법 교육, 혈당·혈압 체크 및 천식관리를 실시한다.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혈압, 혈당 체크)와 진단시약이 약국에 구비돼 있어 이 같은 관리에 활용되고 있으며 환자의 조기발견에도 기여하고 있다.

앞서 약국에서 작성된 약력관리 및 중점관리 프로그램의 내용은 의료기관, 방문간호기관 등에서 열람할 수 있으며, 이는 보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질병의 예방관리를 위한 건강증진업무도 약국의 일상 업무가 됐다. 금연상담, 영양관리, 운동, 체중감량 상담 등을 실시하며 관련한 대국민 캠페인도 수행하고 있다. 이전까지 보건소에서만 진행했던 금연상담과 NRT(nicotine replacement therapy) 요법은 교육과정 이수를 통해 인증 받은 약국에서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독거노인이 증가하고 있으며, 환자의 치료와 관리의 장소도 요양시설이나 의료기관이 아닌 재택으로 점차 변해가고 있다. 다제(多劑)약물을 복용 중인 고령 환자, 거동불편자, 독거노인 등을 대상으로 전국적인 방문약사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약사의 방문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환자를 처방의가 지정해 주거나, 사회복지기관에서 대상자를 선별해 지역약사회나 단골 약국에 통보하게 된다. 해당 환자에게는 최소 6개월에 1회 이상 약사가 방문하도록 돼 있다. 처방 조제 약국의 약사가 직접 의약품을 조제, 방문하거나, 여의치 않은 경우 각 지역마다 있는 ‘전문방문약사’에 위탁할 수 있다. 방문한 약사는 환자의 의약품 복용 실태를 모두 파악해 기록하고, 점검 및 교육을 진행한다.

남은 의약품에 대한 처리, 불필요한 의약품의 폐기, 의약품 복용 편의를 개선하기 위한 개입, 연하 곤란자를 대상으로 적절한 의약품 제형 및 조제법 추천, 향후 처방에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 등도 점검하고 기록해 이를 처방의 및 의료기관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방문 간호사 등 의료인을 대상으로 의약품 정보를 제공하는 등 협력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방문약사센터가 전국적으로 배치돼 있고 전문약사가 소속돼 교육, 연구, 지자체 및 의료기관과의 협력을 수행하고 있다.

여러 의약품을 동시에 복용하고 있거나, 신장이나 간의 기능이 저하된 환자 및 고령자를 대상으로 의약품 사용 검토(Medication Use Review, MUR)를 수행하고 있다. 일반적인 조제, 복약지도와는 다른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약사와의 상담을 통해 부적절한 의약품을 가려내고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의약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 환자 당 1년에 2회까지 MUR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실제 처방이 수정되거나 조정된 경우 약사는 상담료 외의 추가적인 보수를 더 받게 된다.

위에서 이야기한 약력관리, 건강관리, 건강증진, 방문약사제도, MUR서비스 제공의 보다 효과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단골약국, 단골약사 제도를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를 제공받고자 하는 환자는 단골약국을 지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실버시장이 매우 확대됐다. 만성질환의 예방, 치료, 관리를 위한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의약외품, 의료기기 등이 다양하게 개발, 판매되고 있다. 혈압, 혈당, 혈중 지방, 심전도 등을 검사할 수 있는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와 의료기기가 대중화 돼 사용되고 있으며, 다양한 진단시약이 개발돼 암, 대사성질환, 감염 등 손쉽게 구입, 검사할 수 있다. 노인의 운동기능저하 및 근골격계질환을 위한 운동보조기구 등도 그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약국도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실버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고 판매하고 있다.

▶▷ 의료비 증가에 따른 약국의 변화

경제활동인구의 감소와 노인 의료비의 급증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상태가 점차 악화되고 있다. 다양한 세수확보를 통해 재정건전화를 꾀하고 있지만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보건당국은 의료비 절감과 효율적인 재정 지출을 정책결정의 우선순위로 두고 과감한 제도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성분명 처방이 의무화됐다. 특별한 임상적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의약품은 성분명으로 처방된다.

또한 생물학적 동등성을 인정받은 대체가능 품목이 있는 성분의 경우, 약국에서는 의무적으로 최저가 의약품으로 조제를 해야만 한다. 정부는 매년 해당 성분군 중 최저가약의 리스트를 약국에 제공하고 있다. 이로 인해 특허만료 오리지널 의약품을 포함해 약가가 대대적으로 인하돼 약제비가 크게 절감된다. 만약 환자가 고가의 다른 회사 제품을 요구하는 경우 해당의약품과 최저가약과의 차액을 직접 부담해야 한다.

진료비지불제도가 변화하고 있다. 이전까지 병의원 모두 행위별수가제에 기반한 진료비지불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는 의료비 증가를 통제하는데 명확한 한계를 갖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대적인 진료비지불제도 개혁을 시행했다.

병원의 경우 포괄수가제가 대대적으로 확대됐다. 지역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총액계약제를 추진하려는 시범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의원의 경우에도 인두제와 행위별수가제가 혼합된 형태의 체계로 점차 변해가고 있다. 내과, 가정의학과를 기본으로 주치의를 지정하게 되며 추가적인 전문의 진료를 받고자 하는 경우 해당 주치의의 소견서를 통해서만 진료가 가능하다. 이 같은 제도의 변화로 의료공급자의 의료비 지출감소의 동기가 더욱 커지게 됐다. 그 여파로 전체 외래 처방건수는 증가하지 않고 있으며 감소하기까지 했다.

처방조제 수익에 의존하는 약국의 경영 악화는 불가피해졌다. 조제 외의 약국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고군분투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정부방침에 따라 병원급 의료기관이 입원중심으로 변화하면서 2차, 3차 의료기관의 외래진료가 대폭 축소됐다. 이에 따라 대형병원 근처의 문전약국의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정부는 의료비 지출 증가의 부담을 덜기 위해 셀프메디케이션을 계속 확대해오고 있다. 전문의약품에서 전환된 일반의약품 품목이 증가했고, 약국 외에서 판매되는 의약품의 품목도 함께 늘어났다. 약국은 약사의 복약상담과 ‘약국용의약품’의 이점을 살려 셀프메디케이션의 중심 스테이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약국 서비스 질 강화 및 약사의 의료인 편입

보건의료서비스의 질 강화에 대한 요구가 계속 커졌고, 보건당국에서도 효율성 증대를 위한 질 관리를 보다 강화했다. 의료인을 비롯한 약사들도 면허 갱신제도가 도입됐다. 약국에서 근무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시간의 교육을 이수하고 정해진 기간마다 면허를 갱신해야 한다. 3년 이상 약국에서 근무하고 해당 교육과정을 이수한 경우에만 약국을 개업할 수 있는 규정도 논의 중이다.

약국의 시설과 인력 등에 대한 GPP 기준이 마련됐고 처방조제의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위의 기준을 만족해야만 한다. 전국적으로 통일된 온라인 연수교육 시스템이 구축됐고 이 플랫폼을 통해 최신 임상정보와 약국 경영관련 정보를 쉽게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약국의 처방감사 기능이 강조되고, 건강관리의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서 약사가 의료인으로 편입돼야 할 필요성이 점차 증대됐다. 이에 따라 약사가 의료인에 편입되고 약국도 의료기관에 포함되게 된다. 이에 따라 팀 의료체계에서의 약국과 약사의 참여가 증대됐다. 환자의 약력과 약물정보의 제공, 약물치료에 대한 조언 등이 공적인 체계 안의 약국의 정식 업무로 인정됐고 업무 처리에 대한 보상도 받을 수 있게 됐다.

▶▷ 기술 발전과 약국의 변화

전자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종이 처방전이 점차 사라지고, 전자 처방전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약국에서의 문서처리 및 보관업무가 현저히 감소했다. 모바일을 통한 복약설명 제공과 약력관리가 가능해졌다. 의약품 복용 관련 문의도 방문 및 전화 방식 외에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약국에 문의할 수 있게 됐다. 노인환자 및 용법이 복잡한 다제약물을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 약사의 복약지도 장면을 동영상으로 전송받을 수 있다.

조제 기계의 사용이 보편화 되면서 가격이 보다 저렴해지고, 제품도 보다 다양해졌다. 약국 조제업무의 많은 부분을 기계가 대체할 수 있게 됐다. 약사의 업무 또한 조제업무의 비중이 줄었고 약력관리와 상담 등을 중점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DUR 시스템이 보다 고도화 돼 약사의 의약품 안전사용과 관련된 업무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유전자 검사가 점차 보편화 됐고, 의약품의 대사와 관련된 유전자 정보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의약품을 선택하도록 돕는 업무도 약국 약사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됐다. 약사가 환자의 약물 복용과 관련해 필요한 유전자 검사를 안내해주기도 한다.

▶▷ 한방분업 약국의 변화

의료계를 포함해 의료일원화가 점점 대두되게 됐다. 의사와 한의사의 통합 부분은 장기적인 합의만 이루어졌고, 구체적인 실행방안과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한편, 의약품의 영역에서 한방분업이 우선적으로 실시됐으며 한약사와 약사가 결국 ‘약사’로 통합됐다.

다만 기존의 한약사는 면허범위에 포함된 업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으며, 약학대학 편입전형에 한약사를 위한 전형이 따로 있어 보다 수월하게 약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한약학과는 신입생 모집을 하지 않기로 했고, 약학과로 모두 통합됐다. 기존의 한약학과 학생의 경우에도 한약사와 같은 편입 전형이 따로 있어 수월하게 약학학위와 약사면허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방분업은 한약제제를 우선으로 시행됐다. 한의원에서 한약제제를 처방하는 경우 처방전을 발행해야 하고 환자는 원하는 약국에서 조제와 복약지도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한약제제의 분업의 여파로 다양한 한약제제가 출시됐고 정제, 연고제, 시럽 등 다양한 제제로 개발될 수 있게 됐다. 한방분업과 함께 약학대학의 생약, 한약에 대한 교육이 더욱 강화됐다. 약국의 경영형태도 보다 다양화됐다.

결과적으로 환자가 복용하는 모든 의약품의 정보가 공개되고, 약국을 통해 정보가 축적되며 약력이 관리될 수 있게 됐다. 또한 처방받은 의약품과 한약제제와의 상호작용이나 부작용 관리도 약국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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