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정보융합실장] 

최근 들어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이야기들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결합된....”, 가장 많이 언급되는 키워드다. 제4차 산업혁명은 1, 2, 3차의 산업혁명과 같이 명확한 개념정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클라우드환경 등이 어우러져서 인간의 사고영역을 뛰어넘어 신속하고 근거 중심적으로 의사결정을 돕는 메카니즘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체적인 흐름은 빅데이터가 기본베이스로 필요하고, 이를 고도의 분석기술로 잘 요리하는 인공지능화 단계를 거쳐 근거 있는 서비스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4차 산업혁명과 빅데이터

각각의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원천자원(증기<석유<전기<정보화)은 4차 산업혁명에서 빅데이터로 대체됐다. 이처럼 빅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최근 들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빅데이터는 향후 비즈니스의 모델과 산업구조를 바꿀 정도의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 받고 있으며 경제, 사회, 문화, 정치 등 우리 삶의 혁신적 패러다임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래창조과학부의 ‘2015년 빅데이터 시장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의 빅데이터 시장 성장율은 ’15년에 30%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빅데이터 관련 정부 투자도 ’13년 230억에서 ’14년 490억, ’15년에는 698억으로 확대예정에 있다.

글로벌차원의 보건의료산업시장 영역으로 보면 ’10년 7.9조 달러에서 ’15년 8.9조 달러, ’20년 11.5조 달러(한국보건산업진흥원, BMI·Datamon itor·IMF·WHO자료 재가공)로 급격하게 성장하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고, 이에 따른 보건의료빅데이터의 역할비중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산업 부분은 인구고령화와 기술진보가 미래의 글로벌 트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건강한 삶의 욕구는 보건의료 패러다임을 “치료” 중심에서 “예방·관리”로 바꾸고 있고 의료의 고도화와 다양화를 촉진하고 있다. 한편, 인공지능이나 센서 등 ICT기술, 유전정보분석기술 등 과학기술은 의료와 결합해 개인맞춤의료시대를 가시화하고 있다.

제약 및 의료산업영역은 4차 산업혁명시대의 빅데이터 기반의 가치창출에 가장 적합한 영역으로 평가 받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빅데이터 환경을 갖추고 있는지와 인공지능분석을 통해 보다 높은 서비스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16년 관계부처합동으로 발표한 경제활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에 의하면 인공지능개발 여건과 가치가 가장 높은 분야는 의료·법률·특허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부는 이를 바탕으로 IBM왓슨이나 알파고 시대에 대응하는 한국의 지능정보화 정책 우선순위로 의료영역을 선정했고 올해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중심이 돼 보유데이터와 일부 병원데이터를 융합해 몇몇 중증질환을 대상으로 한 의료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개발 지식베이스 구축사업이 방안컨설팅사업을 시작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4차 산업혁명과 빅데이터는 이렇듯 우리나라의 앞선 빅데이터 환경여건을 바탕으로 제약과 의료산업영역에서 활발히 움직일 가능성이 크고 글로벌 트렌드와 새정부 정책의지와 맞물려 새로운 신성장동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빅데이터

심평원은 우리나라에서 의료부문 빅데이터가 축적될 수 있게 한 주역이다. 한국의 유명한 전자정부시대와 맥을 같이해 ’95년 전자청구시대를 연 것이 그 시발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전자청구시대를 열었고 일본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벤치마킹한 사례는 유명하다.

명세서를 트럭에 싣고 청구하던 시절에 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 오늘에 와서는 소중한 빅데이터로 자리하게 됐고, 공공의 빅데이터 개방과 활용정책, 나아가 인공지능과 결합한 4차 산업혁명시대에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 됐다.

심평원은 ‘공공데이터의제공및이용활성화에관한법률’(2013.7)에 따라 이를 구현하기 위한 개방활용포털시스템(’15.7)과 보건의료빅데이터분석센터와 원격데이터분석시스템(’14.10)을 갖추고 보건의료산업계를 포함한 각종 임상연구개발 등을 지원하고 있다.

공공기관 최초로 ‘데이터프리존’ 개념을 도입해 개인정보, 영업정보, 민감정보를 원시의 로데이터 형태로 외부에 직접 제공하지 않으면서 심평원의 융합 데이터서버를 통해 데이터셋을 만들고 분석결과를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연구중심병원, 제약사와 의료기기사, 질병관리본부 등 유관기관들이 필요한 데이터가 융합되고 분석되는 공간이다. 개방시스템은 심평원이 원천 수집하고 실시간 정제관리 하는 진료정보, 의약품처방 및 유통정보, 병원시설과 인력 및 의료장비와 같은 의료자원정보 등 보유정보 외에도 행자부 전국민 거주지정보 등 외부공공기관 정보를 DB화하여 융합정보를 구축하고 있다.

병원EMR정보를 포함한 연계가치가 있는 다양한 정보를 융합해 보다 가치 있는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사용자 입장에 보다 신속하고 편리한 활용을 돕기 위해 원하는 부분을 원클릭으로 자동 데이터셋 구성이 가능토록 시스템 고도화 작업을 추진 중에 있다.

심평원은 우리나라 의료데이터의 기준과 표준을 만들면서 전국민 의료보험시대를 이끌어 온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는 가운데, 임상연구개발이나 산업계 비즈니스를 돕는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 나갈 방침이다. 나아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결합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보건의료산업이나 국민에 대한 건강한 의료서비스가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제약산업에 있어 심평원 빅데이터 활용

제약산업은 고령화와 신 의료기술 출현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2020년 세계 제약시장의 규모는 1조 4,0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제약산업의 시장규모는 세계시장의 2% 규모로 약 19조 원(’14년) 규모지만, 신약개발 및 기술수출 등으로 국가경제에 보탬이 되는 신 성장동력의 주력산업으로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국내 제약기업들은 내수부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글로벌 신약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진출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최첨단 지식기반산업인 제약산업을 미래창조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12.3) 의거, ‘2020년 7대 제약강국 도약’을 비전으로 제약산업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제약기업의 지속적이며 혁신적인 R&D 추진을 위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국내 제약업계도 ‘혁신적인 신약 개발’에 초점을 맞추어 R&D투자 확대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

심평원의 청구데이터 제공을 통한 R&D 연구지원은 이러한 정부의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 노력가운데 하나로 꼽을만하다. 청구데이터의 경우, 지금까지 제약산업에서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인력 및 인프라가 갖추어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정부의 공공데이터 개방 정책으로 비로소 제약산업계 분야에 빅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제약산업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는 심평원 청구데이터의 경우, 진료정보 진료내역(처치, 시술, 검사, 처방전 약 등), 진단명, 진료비용, 환자부담금, 환자 인구 특성 정보, 요양기관정보 등에 관련된 데이터를 토대로 R&D 및 마케팅 등의 활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종전에는 개인정보보호 절차를 거쳐 R&D용 청구데이터를 일부 학교·병원 및 공공기관에게만 개방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6년부터 국내개발신약의 R&D 지원이라는 목적으로 동일한 절차를 적용해 산업체에도 지원하고 있다. 기존 산업체에 공개되는 처방의약품 사용실적 데이터와 달리 R&D용으로 신청해 이용할 경우, 해당 적응증에 사용되는 기존 약제가 지닌 단점 및 사용 현황(연령별, 성별, 지역별, 상병 별, 보험자종별, 요양기관 종별 등) 패턴을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적용시간 단축, 지속시간 증가, 복약횟수 및 부작용 감소 등 기존 약제의 단점을 보완하는 후속제품 등을 개발하는데 중요한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후속제품의 경우, 연령별 제형의 차이를 분석해 제형을 개발하고, 기존 치료제와 병용약제의 패턴을 분석, 복합제 개발을 시도할 수 있으며, 임상시험을 진행함에 있어 청구데이터를 활용하여 피험자 분포를 파악할 수 있다.

심평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약품의 GLOBAL TEST BED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병원데이터를 포함한 보건의료빅데이터가 융합돼 서비스되는 추세에 있다. 

우리나라는 전국민 임상데이터(RWD)가 있어 효율적인 R&D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짧은시간에 적은비용으로 연구가 가능하고, 전국민자료이므로 Selection Bias가 적으며, 임상시험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대조약과의 비교가 가능하다. 또한 장기추적이 가능하므로 만성질환 치료제의 합병증 발생 등 장기추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결 론

보건의료계 중 제약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유망한 산업 군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또한 이를 둘러싼 각국의 경쟁 역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경쟁 상황에서 정부는 우리 제약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꾸준히 개발하고 추진해야 한다. 



향후 정부의 공공 정보 및 빅데이터가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으며, 특히 빅데이터와 관련해 데이터의 공유는 물론 제약산업 발전에 효과적인 정책이 마련되어 기업과 국민이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심평원은 제약산업 뿐만 아니라, 의학계와 협력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보건의료분야지식베이스구축, 민간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빅데이터 활용 창업아이디어공모전, 참신한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OPEN R&D센터 시범운영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적인 업무체계를 통해 4차 산업혁명에 기여하고 있으며, 자주 소통의 장을 만들어 다양한 규제를 함께 발굴하고 개선해 나가고자 한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