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일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 사무처장]

현재 제약산업은 2000년대 초반의 호황에서 벗어나 약가인하 등의 정부정책과 전반적인 저성장 기조로 인해 심각한 구조조정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사측의 일방적인 고통전가는 현장의 노동 강도를 날로 강화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제약산업 종사 노동자들의 업무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에 박기일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 사무처장(쥴릭파마코리아 재직)을 만나 임금협상과 노동분쟁 중인 제약산업 노조들의 최대 현안과 향후 중점 과제들을 들어 보았다.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이란?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은 지난 2012년 12월 기존의 기업별 노동조합의 한계를 극복하고 제약산업의 새로운 노동운동을 하고자 초대 김상찬 위원장을 주축으로 안덕환 위원장(노바티스), 김문호 위원장(사노피 파스퇴르) 등이 힘을 모아 9개 지부가 뭉쳐 공식 출범했다.

이후 4개의 신생지부가 더 들어와 현재까지 사노피 파스퇴르, 노바티스, 다케다, 머크, BMS,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쥴릭파마, 앨러간, 노보노디스크, 한국페링, 박스터, 프레지니우스카비 등 13개 지부로 구성, 총 1,200여 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다. 다국적제약사 중심으로 만들어진 조직인 점을 감안할 때 규모면에서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국내 제약산업의 리더격인 기업과 접촉 중에 있으며 이외에도 2곳 정도가 추가로 들어올 예정이다.

임금협상과 관련 일부 기업의 횡포에 대한 견해?

노사 간 마찰이 많았다. 회사 측에서 제시하는 임금협상안은 터무니없이 낮은 점이 문제인데 노조가입 기업 기준으로 작년에 평균 임금인상률을 보면 노바티스, BMS, 얀센 등 대부분 5%대로 마무리 됐다. 이마저도 다른 회사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외국계제약사들의 매출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오히려 더 늘고 있다. 경영상의 이유로 ERP(희망퇴직프로그램)를 통해 직원들을 내보내지만 한두 달 뒤 인력을 충원하는 것만 봐도 이를 방증한다.

일례로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ERP를 가동해 노조와 갈등을 빚는 등 다국적제약사 고용불안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얀센도 2012년에 첫 ERP를 실시했는데 이 과정에서 전화 한 통화로 30여 명의 정규직을 해고했고 당시 클리닉 사업부(로컬 영업부) 전직원을 단돈 한 푼도 지원하지 않고 하루아침에 몰아냈다.

전체 조직이 500여명인데 당시 130여명 해고는 전체 인원의 25% 수준이었다. 사실 이 문제로 인해 얀센에 노동조합이 탄생하게 된 가장 큰 시발점이었다. 최근 노사 간 임금합의서에 4.0%로 서명한 사노피 아벤티스의 경우도 지난해 최대 성과를 냈음에도 사측에서 제시했던 낮은 인상률로 인해 얼마 전까지 난항을 겪었다.

최근에는 COC 위반이 ‘해고 수단’으로 전락했다. 대표적인 회사가 바이엘인데 앞으로는 ERP를 시행하지 않아도 이 방식을 통한 해고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사실 노조에서 제시한 15% 임금 인상율이 회사에서 제시한 4%대와 큰 격차를 보이지만 노조가 이를 다 받자는 게 아니고 문제에 대해 알리고자 하는 취지가 더 크다.

국내 진출 다국적제약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의 약가인하정책이 기업의 발목을 잡았고 이는 결국 인위적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회사 측은 직원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무조건 식’의 비용절감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다른 노력은 거의 하지 않고 일단 인력 감축부터 해보자는 식이었다. 이러한 인력감축은 결국 줄어든 직원 수로 인해 노동 강도가 높아지게 됐다.

더욱 큰 문제는 CEO들의 준법의식 결여다. 국내 근로기준법이나 노동법에 대해서 CEO들, 특히 외국인 사장이 있는 곳은 이를 지킬 의지 자체가 없다는 게 문제다. 그들 역시 본국으로 돌아가면 마찬가지로 조합의 일원인데도 한국에만 오면 노조를 적대시하고 대립하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대다수 외국인 사장들은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나는 몰랐다”라고 주장한다. 이는 “실적만 내고 돌아가면 된다는 식”의 마인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례로 쥴릭파마코리아 기간제 노동자들 중 일부는 노동법에서 정하고 있는 2년을 넘어 최대 7년까지 근무하는 직원들이 있다. 이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자 처음엔 이를 수용하는 듯 보였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저임금 무기계약직’이었다. 이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CEO에게 돌아온 대답은 “나는 몰랐다”였다.

최근 노바티스의 불법 리베이트 사건만 봐도 하나같이 같은 태도다. 과거 BMS의 경우도 불법파견 관련해서 결국 회사가 나중에 벌금을 냈지만 당시 CEO들은 한국을 떠난 상태였다. 사노피 아벤티스 역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지만 한국에 있는 사장은 글로벌 핑계만 대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벌금 내면 그만’이라는 식의 마인드가 법에 대해 무감각으로 이어졌다.

그간 최대 성과와 올해 중점 추진 과제?

우선 가장 큰 성과라고 하면 휴일근로수당 지급이다. 2014~2015년에 노조 측에서 휴일급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부터 현재는 대부분의 다국적제약사들이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올해에는 먼저 단체협약 체결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페링, 앨러간, 프레지니우스카비, 노보노디스크 등 4곳에 대한 단체협약을 조속히 체결하는 게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이에 각 지부장들이 모든 역량을 집중해서 교섭에 참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17년엔 ‘내실 다지기’에 역점을 둘 예정이다. 노조 설립 5년차를 맞아 그동안 외향적으로는 조직이 많이 확장했지만 내부적인 체계가 여전히 미비한 부분이 있어 내부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진정한 산별노동조합 다운 노조를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

또한 내부 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다. 신생 지부장들의 역량 제고를 위해 자체적으로 외부강사를 초빙해서 교섭방법, 한국 노조의 역사 등 교육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그동안 제약노조 대의원들이 행사에 참여할 때 개인 휴가를 내고 왔는데 올해만큼은 회사에서 무급처리를 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조합은 이러한 과제들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거리로 나온 노동자를 진정으로 대변할 수 있는 조직으로서의 형태를 갖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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